소양강 처녀
김용대호반의 도시 춘천, 이름만으로도 정이 가는 소양강. 소양강이라는 말은 나이 들지 않고청초하며 평화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좋다. 호수에 고요함이 흐른다. 그 무언가 깊고 애잔한 사연을 안은 채 숨 죽여 흐르는 듯하다. 분위기에 압도 된 듯 잔물결도 일지 않은 위로 물새 두 마리가 평행선을 긋는다. 교교한 호수 안의 높은 단위에 외로이 서있는 여인상. 이름 하여 소양강 처녀다. 언약하고 떠났건만 감감 소식인 임을 오늘도 먼 곳을 주시하며 애타 게 기다리는 양이 애달프다. 소양강 처녀는 치마저고리에 버선과 고무 신 차림이다. 짧은 치마 자락이 바람에 나풀거리고 옷고름은 긴 머리칼과 함께 휘날린다. 오른손으로 한 쪽 치맛자락을 살짝 잡아 올려 무릎 위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어서 올려다보니 야릇하다. 정강이를 타고 오르는 아카시아 향 실은 5월의 실바람에 간지럼을 타겠다. 처녀상은 수줍음 많은 시골 처녀가 아니라 세련되고 당당한, 그러면서도 자신의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는 모습이다. 이 자리에 성형한 미끈한 여성상이 현대적인 복장을 하고 서있다면 어떠할까? 그러나 결코 아니 될 일이다. 발달된 물질문명을 선호하고 그 안에 묻혀 살면서도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그러기에 옛날의 열여덟 살 처녀를 세워서 서정적인 사연을 기리리라.
케케묵은 구시대엔 동서를 막론하고 신성함이 요구되는 곳에는 처녀가 있었다. 그것도 꽃다운 나이인 이팔청춘으로. 권력을 쥔 자들은 경쟁자가 자신의 위엄에 도전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몸서리치는 연극을 했다. 신을 빙자하여 백성이 편안하게 살려면 신성한 곳에서 신에게 제를 올려야한다며 청순한 처녀를 무모 하게 희생시킨 것이다. 여인의 일생 중 열여덟 살 처녀는 베일을 살며시 걷어내고 꽃잎을 열려는 순간이기에 더욱 신비하고 고결하다. 이슬처럼 뽀야며, 치자 꽃처럼 향기롭고, 백옥처럼 고운 자태로서 하늘을 수놓는 쌍무지개라 해야겠다. 그러기에 보고만 있어도 눈이 시리다. 그 시절의 자태는 여인은 물론이요, 숱한 남성들을 매혹시키기에 동상으로 서서도 시선을 잡아 끈다. 애창곡이 된 소양강 처녀 노래가 호수 위에 잔잔히 흐르고 있다. 소양강 처녀는 내일도 먼 훗날도 그 나이 그대로 서서 하염없이 누군 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사에 자신의 사연을 실어 흥얼거리겠지.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첫댓글 소양강언덕위에 잇던 3 보충대, 외로운 최전방투입직전 3 보충대에서 쓸쓸한행색의 보충병신세 며칠후면 최전방배치를앞두고 가슴조리던 군시절 소양강바닥의 자갈을 밟으면서 거닐던 추억이 되살아나네요, 그곳이 지금은 저 소녀상이 잇는곳쯤일겁니다, 춘천시가지 호반조성으로 물에잠긴것이지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