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시험은 교과지식의 확인과 응용
지난 10여 년 동안 해마다 두꺼운 외투를 하나씩 껴입을 때가 되면, 구슬땀을 흘리면서 수시논술시험을 준비하던 한명 한명의 얼굴들이 생각난다.
노력의 결실이 맺어질 때의 그 미소들이 주는 행복은 강사로서의 직업의 자부심을 준다. 그런데 항상 안타까운 것은 노력한 모두에게 정말 공평하게도 그 열매가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공평’과 ‘합격’이라는 말의 상관성은 단순한 시간의 양이나, 넘치는 의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합격에 이르는 공평은 시험의 특징과 이에 따른 대비법을 익힌 사람만의 전유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합격하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올바른 수험의 대비전략이 필요하다.
논술시험의 대비에서 가장 기본적 사실은 현행 논술시험이 교과지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를 알아야만 지원하는 대학별 시험패턴까지를 읽을 수 있는 시야가 형성되어 올바른 시험대비가 가능하다. 아무런 전략 없이 무조건 배경지식만을 강조하는 학습법은 이 시기를 실패의 지름길로 인도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학업적성논술과 표준화된 지표
전통적으로 중앙대학교의 논술시험은 사실 우리나라논술시험의 모델이 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시험의 발문과 제시문 형식 그리고 배점요소 등이 굉장히 표준화되어 있다. 통상 이것은 채점이 굉장히 객관화 된 지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반증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대학에서 발표된 합격점수보다 굉장히 낮게 점수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
작년 2011년 수시논술의 경우 합격자의 점수분포 중 우선선발 합격자의 평균 논술성적은 69.34점이고, 일반선발 서울캠퍼스의 논술성적은 63.38점으로 우선선발에 비해 약 6점정도 낮다는 점, 서울캠퍼스의 인문계열의 표준편차가 우선선발 7.6, 일반선발 7.2로 합격권 학생들의 성적분포가 매우 조밀하다는 점 등이 나타난 것도 중앙대논술시험의 특징을 보여준다.
또한 학업적성 논술시험이 이름에서도 그렇듯,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이 합격하는 이변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객관화된 지표의 영향이 크다고 보는 것이 과히 이상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이런 객관화된 지표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학과와 학문의 통합과 통합능력 평가
중앙대학교는 2011년부터 금융공학 및 문화콘텐츠 그리고 의료공학 등 새로운 형태의 전공 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학문간 통합을 강조하고 있으며, 논술시험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통합적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인문계열에서는 제시된 자료들의 통합적인 이해력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인 표현력과 수식을 통해 논리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가 등이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즉 과학적· 수리적인 제시문과 더불어, 특히 수리적 문제유형 중에는 ‘ ...하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시오.’와 같은 문제는 수식을 통해 문제해결과정을 표현해야 한다는 점을 꼭 숙지해야 한다.
한편 학교 측에서 밝힌 대로 이번 논술시험에서는 추론형 2문항, 자료 해석형 1문항이 출제될 것이며, 해석형문항의 배점도 30점에서 20점으로 낮출 것으로 밝히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수리적인 부분보다는 추론형 문제에서 당락이 좌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아두자.
문제의 출제의도파악과 요약하기
중앙대학교는 문제1번과 2번의 문제를 묶여진 6~7개의 제시문에서 출제하고 있다. 따라서 문제의 분석을 통해 제시문의 상관성을 알 수 있는지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한다. 다른 대학과 달리 제시문이 많고, 논제에서 기본적인 키워드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 대학이므로, 자칫 잘못하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글을 쓰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출제의도의 파악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상기하자. 출제의도의 파악을 위해서는 제시문의 정확한 독해가 필수적이고, 제시문간의 상관성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만약 출제자가 제시문의 분량을 늘려 학생들에게 보다 세밀한 독해 및 요약 능력을 요구할 경우에도,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해서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로 바꾸어서 요약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중앙대학교는 고려대유형의 단순요약문제가 없다. 반면, 예를 들어,“ 제시문을 요약하고, 요약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회의 구체적 현상에 적용하여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라”는 식의 복합적인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대학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중대만의 특징적 답안 구조
중앙대학교 문제 1번과 2번은 모의를 기준으로 보면 530자~550자를 요구하고 있다. 보통 이정도의 분량이라면 2~3단락 정도 처리하여 서론 없이 쓰는 것이 일반적이고 실제 그렇게 요구하는 다른 대학도 있다. 그런데 중앙대학교 논술시험의 답안은 반드시 논리적인 구조, 즉,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짧은 글이라도 서론, 본론, 결론을 요구하기 때문에 실제로 답안을 작성할 때는 출제자가 요구하는 분량을 고려하여 자신의 견해의 요지만을 정확하게 기술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서론에서는 한두 문장으로 자신이 전개하고자 하는 논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정도로 그치고, 본론에 논거를 집중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때 제시문의 상관성을 기초로 수험생들이 논거로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단서를 그 속에서 찾아 논거로 끌어내고, 그것을 논리에 맞게 통합적으로 연결한다면 논지와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오류를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론은 서론과 본론을 종합하는 정도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중앙대학교는 마지막 부분인 결론에 적당한 분량을 배분하여 명쾌한 결론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을 유의하자.
나와 너의 이해와 희망
수능의 압박감과 거의 동일한 정도의 압박감이 논술시험에도 존재한다. 그래서 논술시험도 여타 시험과 마찬가지로, 보통 준비과정과 달리 사실 시험장에서는 실력발휘를 다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좀 더 본질적으로 보면, 예컨대 전장에 나가는 장수가 자신만의 무기가 없다면 아마 그 전쟁은 보나마나 필패(必敗)일 것이다.
앞서 중앙대학교의 간략한 주요 특징만을 살펴보았는데도 불구하고 중앙대가 가진 특이성을 나름 이해하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중앙대가 원하는 인재상과 의도하는 답안의 방향을 이해하고 정리하고 연습하고 표현할 줄 아는 능력까지 기르게 되면, 이것이 바로 우리의 무기요, 합격의 길이 눈앞에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제 대입의 마지막 관문이 남았으므로 발걸음을 여기서 멈추지 말고 희망차게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