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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푸른 산이 매력있다. 개인적으로 난 단연 "여름산"을 꼽는다. 여름의 폭염을 좋아하고 여름의 이글거리는 태양을 동경한다. 또 상대적으로 겨울의 한기와 겨울의 얼음판도 좋아하지만 음식으로 치자면 가끔 별미를 찻듯 그냥 그 정도이다. 여름산에 들면 무엇보다 우거진 풀밭과 무성한 나뭇잎... 코 끝을 자극하는 풀냄새... 짙은 녹음에서 나의 생명에너지를 충전받고 그림같은 풀밭에서 나의 신경안정제를 투여받는다. 초등 5학년때... 가장 이쁜 자세로 폼 잡고 " 풀 냄새 피어나는 잔디에 누워...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보며..." 이 노래를 불렀다. 가끔 나는 유년의 나를 보고싶을때 이 노래와 더불어 그 당시의 어린 소녀를 불러본다. 그러면 나는 십 수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가장 이쁘고 순수한 어린 소녀로 현실에 돌아와있다.. 그 때의 마음으로 그 때의 영성으로 그 때의 감성으로 돌아가기 제일 쉬울때가 자연과의 교감이 이루어질때이다.
대자연 숲의 정령들... 그 느낌은 정말 신비롭다.
각설하고... 여차 저차해서 산 정상에 올라 늘 가던 길과는 반대편으로 들어섰다. 산 속의 고요와 기운은 정말 묘하게도 다른 차원으로 순간 이동시킨듯 황홀의 절정이였다. 늘 혼자 다니던 산행이였지만 25년지기 언니,형부와 요즘 매일 붙어다닌다. 일단 산에 들어오면 형부와는 전격적으로 째진다(?) 요즘 하던 일을 접고 잠시 쉬는중인 형부가 우리의 보디가드인 셈이다. 말수 적고 걸음 빠른 형부는 냅따 자기 속도로 가 버리고 우리는 둘이 보조맞춰 하나둘 하나둘 하며 오른다. 코드가 맞다는게 이런것일까 할 정도로 너무나 나에게는 편한 언니이다. 내 자체가 무기인 나도 살짝 두려움이 감도는 산 속의 고요속에서 벗어날즈음...
형부와 만날 지점에 이르고나니 우리를 제지하고 나선다.
헉...모야? 마치 군인 모자를 엎어놓은듯 그렇게 바가지처럼 납딱 엎드리고 있는건 거북이였다. 아무도 없는 산 꼭대기에 이 거북이는 뭐란 말인가? 꼼짝않고 땅에 붙어있는 거북이를 베낭에 들쳐업고(?)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방생가자"고 외치고 있었다.
우와 이런 일이... 세상에나 세상에나... 내려가며 언니와 난 이게 뭔 일이래? 우리가 너무 차카게 살아서 복 받은겨~~~ 이제 무병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를 방생하러 가니 우리는 대박났네... 산 신령님이 이제 용궁으로 가시려나보다...는둥 용왕님이 산으로 잘못 들어서시어 우리 앞에 나타났는가보다... 는둥. 말인지 글인지 횡설 수설 해가며 무사히 하산... 마음으로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오늘의 이 기이한 일을 용맹하게 자랑하고 싶었지만 언니의 한 마디... "부정탈라"(?) 에 기죽어 마음으로 기도하며 댐까지 다다랐다. 감포 문무왕릉에 방생하러 가자고 소리 높여 말했더니 바다 거북과 민물 거북은 다르대나 어쨌대나... 카메라 조작법을 몰라 새로운 디카를 사 놓고 촬영도 못 하고 아쉬운대로 폰으로 증거를 남겨두었다. 가면서 사람들 방생할때 거북이 배에 사인펜으로 이름 적던데 우리도 이름 적을까? 이러는 언니에게 "안 되... 거북이에게 문신새겨 돌려 보낼수 없어" 단호한 나의 한 마디에 우린 또 까르르르~~~
우리 세 사람은 어떤 엄숙한 의식을 치루듯... 댐에 둘러처진 철망을 재끼고 접근금지 조치를 완전히 무시하고 우리는 무슨 훈련병처럼 물 가에 도착했다. 베낭에서 거북이를 내어놓으니 꼼짝도 안 하고 있다. 죽었나? 살았나? 이러면서 증거물이라도 남겨놓으려고 폰으로 비디오 촬영 들어가려는데 거북이가 갑자기 냅따 네 다리로 엉금엉금 기더니 쏜쌀같이 물속 깊히 용궁으로 들어가버렸다. 눈 깜짝할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우리 세사람 멀뚱멀뚱... 그리고 마음으로 거북이가 자기 살던 곳으로 잘 가기를 기도하며 돌아왔다.
거북이 덕분에 산 허리 감싸안은 촌 집에서 보리밥에 청국장... 칼국시... 맛난 식사하고 세사람은 비밀의식을 공유하듯... 헤어지드라도 오늘의 이 일은 절대 잊지말자... 이러면서 비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ㅋㅋㅋ
☞ 여기서 질문?
거북이는 얼마동안 산행을 즐기며 단식수행을 해가며 극기훈련을 하고 있었을까요? 컴에 들어가서 검색해봐도 정보가 없네요. 혹 거북이에 대해서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욤 ~~~ 거북이 등과 배 부분을 만져 보았더니 콩크리트처럼 너무 너무 강하더군요. 우리끼리는 거북이 걸음으로 여기까지 오려면 일년은 족히 걸렸겠다... 오우 진짜 미스터리여요...
☞ 또 질문?
우찌되었던지 우리 오늘 차칸일 했지요? 말 안 하려 했는데요... 글쎄 나쁜 사람들에게 잡혔다면 거북이는 솥에 들어갔을거라고 하드라구요...
피에쑤~~~ 폰에 저장된 사진을 컴에 올릴 재주가 없어서 못 보여 드림에 유감을 표 합니다. 나중에라도 거북이 사진 컴에 올려 증거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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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 일어난 일이라 오늘을 넘기기 전에 자게에 글 올리려 노력했슴다...
진행상황이 잘 중계되어 눈에 선하군요. 산신에 있는 용궁은 산신용궁이라 그냥 편하게 부르더군요. 샘이나 계곡물이 흐르는 곳은 용궁에너지로 보는 것이지요. 용궁이라는 전통적 표현을 지금 시대의 표현으로 설명이 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물이 생명의 근원이라는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처럼 용궁의 의미를 이해할 수도 있겠지요.
오래전 신문기사에서 본 내용중.. 바닷가에 떠밀려 온 큰 거북을 바다로 돌려보낸 여성분이 있었는데 후에 아들이 화물선인지 원양어선인지 선원으로 바다에 나갔다가 그만 실족하여 배에서 추락하여 표류하게 되었답니다. 기진맥진하여 포기상태일때 큰 거북이 나타나서 그 거북등에 타고 있다가 외국 배에 발견되어 생환하였다는 믿기지 않는 사례가 생각납니다.
현실체험과는 다른 의미로 거북이 우주를 상징하는 창조코드로서 전래 비전들에 관심갖는 이들도 있더군요.
전에 산 기운에 휘둘려 10시간을 나홀로 산에 갇혀 신이한 경험을 하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산에서 만나는 옹달샘이나 계곡의 물은 보는순간 심신을 쏵 정화시켜버린다는 느낌이 든답니다. 그러고보니 이번 산에서도 아주 깨끗한 샘을 발견했지요. 다음번에 가서 촛불을 밝혀놓고 오고 싶어집니다.
전 거북이의 "보은행"을 믿습니다 !
와~~~ 진짜 신기하다,,,,,,, 님때매 거북이가 산에올라 대기하고 있었던거 같은데요~~~...저가 거북이속내는 잘 모르지만 꼭 그런거 같은데~~
정말 눈에 선~한듯 잘 읽었습니다. 너무 이~쁜 여자군요!.......맨 아래 여자 사진이.....ㅋㅋㅋ....빠~알간 속씨도 맛나는데, 정말 착한 여자입니다! 오뚜기님이....
중도리님의 센스는 가히 국보급이시군요... 제가 맨 아래 "여자" 사진을 올린것은 슬며시 저를 들이댄것이였는데...(농담입니다) 착한것을 착하다고 말씀하시는 중도리님 역시 착한여자 이쁜여자 세상을 잠 재우는 자장자장... 평화에너지
역시 오씨 아이디님들은 산을 좋아한것같아요 ㅎㅎㅎㅎ도깨비님 부럽지요 거만인가?
오씨 아이디님...하하하... 재밌네요. "오대산" 오씨 아이디님들과 뭉쳐서 출발 해 볼까요?
저는 , 산은 좋아하는데,, 몸이 힘든건 또 별루여서~~애들핑계치고 안가본지 몇년도 더 되었어요~~~,결론은 부럽기도하고 안부럽기도하고 ,,
와! 우중충하던 제가슴이 시원해 졌습니다.감사~
대두목... 뉘앙스가 어쩐지 hard 합니다^^ 대장님이 더 soft 하죠? 제 취향상 골목대장을 좋아해서요^^
맨아래 오뚜기님의 사진이 어디 있어요..?
ㅋㅋㅋ... 오이지님 어쩌다 교수님까지 되셨는지용~~~~,, 한번씩 느껴지는 오이지님의 초특급순수에,,남다른분들이 생각납니다... 에디슨,아인쉬타인,(더이상 지식이 딸려서 나열불가~~.(-_-:)
오이지님 버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