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시해?` 논현동 고시원사건 판박이
신혜림 기자
입력 : 2019.04.17 17:41:47
불특정 다수 노린 묻지마살인
사회적 박탈감 극단으로 표출
"정신질환형 범죄 대책 시급"
출처: KBS 뉴스
17일 새벽 진주에서 발생한 방화 살인 사건으로 전국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11년 전 `논현동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이 재현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이웃을 노려 흉기를 휘두른 계획적인 범행 수법이 닮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두 사건을 두고 사회와 자기 자신에게 누적된 불만을 약자에게 표출한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라고 분석했다.
2008년 10월 20일 논현동의 한 고시원에 살던 정 모씨(당시 30세)는 자신의 방 침대에 불을 붙인 뒤 화재 연기를 피해 복도로 뛰어나온 피해자들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무차별적으로 찔렀다.
이 사건으로 당시 고시원에 거주하던 6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정씨는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지 않아 부과된 벌금 150만원, 고시원비, 휴대전화 요금 등을 내지 못하게 되자 "세상이 나를 무시한다. 살기가 싫다"며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중학교 때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으나 별도의 정신과 병력은 없었다.
2009년 서울중앙지법은 정씨에게 현주건조물방화치사, 살인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고 정씨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다만 아직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두 사건이 범인의 사회에 대한 분노가 불특정 다수에게 표출된 묻지마 범죄 형태를 보인다고 진단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논현동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회 불만을 표출할 방법이 없는 범죄자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무작위·무동기 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무동기 범죄의 가장 많은 유형이 정신질환형이고 이 중에서도 조현병 범죄가 가장 위험한 범죄 형태를 보인다"며 "논현동 사건에서도 범인의 우울증이 범죄와 무관했다고 볼 수 없다. 정신질환형 묻지마 범죄 예방 및 감소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실태 조사 치료 지원 확대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자신이 처한 어려움이나 분노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범죄 대상으로 삼은 것과 화재 대피로를 노린 계획성이 두 사건의 공통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몇 년 주기로 계속 반복되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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