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짓날이다
밤이 가장 긴 하루다. 내일부터는 조금씩 낮이 길어지니 일조량을 두고보면
오늘이 막다른 날도 되고 또 다른 시작과 출발의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옛부터
조상들은 팥죽을 먹으며 아쉬움 속에서 가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한 살의
나이를 더 먹는 것으로 여기며 새해를 맞는 자세를 가다듬었던 것이다.
금년의 동지는 내게 더 의미있는 날이다.
정든 직원들을 뒤로하고 나홀로 다른 길을 가야하니 말이다. 그래서 낮에 모든
직원들과 함께 <본죽>을 찾았다. 팥죽 한 그릇을 나누면서 나와 함께한 1년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더 좋은 모습으로 새해를 맞고 그 한 해가 건강과 발전의 시간이
되기를 축원했다. 나는 비록 멀리 떠나지만 항상 여러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늘
응원을 보내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본죽>에서는 아침 중앙 일간지에 한페이지 짜리 全面 광고를 게재했는데,
놋그릇에 담긴 먹음직스런 팥죽 사진을 실었다. 어린 시절 팥죽을 먹어본 사람은
누구나 향수를 가질만한 그럴듯한 모양으로 손님을 유혹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고 급히 끓여내느라 그런지 전주 혁신도시점의 솜씨는 어린 시절 엄마의
"손맛"을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동지"라는 날이 있으니 다행이 아닌가.
죽 한 그릇을 먹으며 옛날을 추억하고 부모님을 그리워할 수 있다.
또 비록 8천원 짜리지만 한 끼 음식으로 직원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앞날의 발전과 행운을 기원하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내 진심이 그대로 전해져, 후배들의 成就에 긍정적 작용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