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레네 사람 시몬(키레네 사람 시몬)
나의 가슴 속에 신이 있든 없든, 그 십자가는 원래 내가 질머져야 할 십자가였다. 골고다 언덕 더 넘어 까지도 말이다.
구레네 사람 시몬은 인간의 원죄를 인류적 차원에서 초극하는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가장 가까이서 즉시적으로 목도한 이다.
그것도 우두끄니 한길가에서 과객으로 서 있다가, 시끄럽게 흥분한 원죄 가득한 남녀들의 무리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하게 잠시 구경만하려고 하다가, 졸지에 뜻하지 않게 자신의 몸과 눈으로 예수님 대신 그가 땀을 흘리고, 예수님의 피와 땀과 옷과 열기 가득한 왼팔을 자신의 오른팔로 같이 맞닿으면서, 로마 병정들의 채찍과 하층 유대인 무리들의 욕설과 침, 발길질에 몰골이 다한 예수님이 피가 흥건한 체취로 다시 일어서서 십자가를 놓치지 않으려, 언덕길에 오르다가 같이 가려고 멈춘 자기 옆에 다시 오고 다시 오는 모습을 연이어 보고도 또 본 이다.
조소하고 조롱하는 빈천한 유대 남녀 군중들로 시끄럽게 가득한, 하지만 홀로서는 텅빈 언덕에서 짙은 구름이 오기 전에 예수님은 메달린 십자가에서 시몬을 고맙게 바라 보았다. 찬란한 면류관이 흥건한 피빛 속에서 스스로 빛났다. 하나님이 독생자인 예수님께 로마병정의 손으로 빌려 내리신 것이다.
시몬은 그때서야 비로소 알아 채었다. 마치 어느 조용한 시골 교실의 홀로 번잡한 도덕교사처럼 말이다. 그도 학생을 가릴 수 없었다. 그냥 다 그냥 그대로 가르치고 있었다. 그에겐 도덕교과서가 '성서(聖書)'인 것이다. 바로 하나님이 주신 은총의 징표인 것이다.
https://youtu.be/ijLM-tmot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