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똥개를 보고
긴장한 채 운전을 한 탓인지 집으로 돌아오자 두통이 몰려와 두 알의 진통제를
삼키고 누워 잠을 청해 보지만 한번 달아난 잠은 수면의 강을 건너가 버린 뒤라
하릴없이 리모컨만 몸살을 시키고 있다.
그러다 낯익은 말에 채널고정, 나는 이후 이 같잖은 영화에 빠져들었다.
90%가 욕설이고 그나마 나머지 10%마저도 곱게 들어 줄 수없는 말솜씨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위에서 튀어 오를 준비를 마친 억양은 스타카토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한 전형적 경상도 말씨가 정겨워 빙그레 웃음도 날려 보지만 울컥, 눈시울도
달게 만드는 주인공 똥개(정우성 역)와의 첫 대면은 산세에 갇힌 소도시중 하나인 밀양의
고등학교 축구부원으로 어눌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바보취급을 받으며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 데서였다.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런 말솜씨가 영락없는 갱상도
보리 문둥이다. 진정한 친구는 아무도 없는 그에게는 늙은 개 한 마리가 그를 지켜주고
있었다. 털갈이를 하다 멈춰버린 채 오래된 걸음으로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개의 이름은
똥개, 그래서 이 주인공의 이름이 똥개인지 아니면 명을 잇기 위한 수단의 이름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들의 주인공, 똥개는 어느 날 음흉한 술수에 말려 그의 충견,똥개가 잡아
먹힌 걸 알고 처음으로 분노를 느끼게 되고 표출의 결과는 고2중퇴가 전부인 학력을 안게 된다.
그 후 집에서 아버지 수발을 하면서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어느 날 집으로 찾아와
결투를 신청한 조무래기 무리의 우두머리와 한판싸움을 하고 명실 공히 그의 실세가 굳어지고
있는데 지난번 그와의 싸움에서 떨어져 나간 패들의 계략에 말려 순탄치 못한 나날들이 계속된다.
수평적 관계이기보다 수직적이며 상하관계인 체계에서 꼭대기의 위치에 서기를 희망하는 인간들의
심리는 피비린내 나는 마침표를 들고 다니면서 가장 최후의 순간에 만족스럽게 찍히기를 갈망하는 법이다.
아직 젊은 혈기로 뭉친 청춘의 시절엔 더더욱.
그런 곳에 우리의 똥개는 정의와 의리로 뭉쳐져 있음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약한 자의 편에서서 그들을
막아주지만 직업이 경찰인 아버지로부터 “왜 태어나 나를 괴롭히느냐는 넋두리를 듣게 된다.
왜 태어나 ...... 스스로에게 이 의문부호를 갖다 대어도 내세울 만한 명분은 없다.
나 역시 왜 태어나 이리도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자책으로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음이니..
먹고 살만해진 사람들은 생명에 집착하게 마련,
이제 등 펴고 살만하니 호기롭게 산 속 별장 하나 갖고 싶기도 하시겠지
산에 꼭꼭 갇혀 지낸 소도시가 이런 자들의 칼날에 놓이게 되자 비켜 갈 수 없는 것이
토지소유권자, 대대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그들의 무지를 이용. 교묘한 술책에 말리게 되고
마는데 ... 똥개의 친구 아버지도 비켜가진 못한다. 그런 친구가 안스러워 사방팔방으로 뛰어 보지만
결과는 허무하고 오히려 아버지로부터 방해하지 말고 어디든 갈데로 가라는 말만 듣게 된다.
고위급 관리들과 유착되어 그들의 소임을 다하려는 중간 책들의 술수는 비리고 구리기 마련인지라 ,
경찰에게 회유를 권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나 끝까지 신분을 벗어나지 않는 데 묘미가 있다.
비록 너희들이 나눠 주는 돈 쓰긴 했으나 어리석은 백성들의 피눈물 나게 하는 짓은 할 수 없다는
단호함에 아직도 정의는 죽지 않았음을 읽게되고 감동을 안기운다.
드디어 자연경관을 훼손시킬 만반의 준비가 끝나는 날
사건은 종결되고 집단 패싸움으로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 똥개, 자식을 면회 온 아버지에게 아들은 묻는다
왜 태어나 아버지 괴롭히느냐는 말 진심이었냐고 .
그때 아버지의 대답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
너를 낳고자 했을 때 엄마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했는데 선택의 귀로에서 너를 선택했다고
그래서 늘 네 엄마에게 마안함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
그때 아버지의 눈물에서 똥개는 사랑을 보게된다
아버지의 그늘이라고 놀리는 상대와의 한판 결투는 길었지만 인생의 전환점을 안겨다 준다.
원형 경기장 에서의 싸움은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자아의 정체성이
비로소 뚜렷하게 각인되는 순간 엄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물꼬 튼 수로처럼 꺼이꺼이 운다.
그의 울음은 그렇게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자아의 깊은 곳에 숨겨 두었던 눈물의 의미를 일시에 깨워 올리는 울음소리는 언제나 끝에 깊은
한숨을 동반하는 것이다 .
선정적 묘사와 장면으로 얼핏 보기엔 저질 영화로 오판하기 쉬운 이 영화를 나는<친구>보다 높게
평가해 주고 싶다. 부자간의 사랑, 친구와의 의리, 일상탈출을 꿈꾸는 청춘의 심리를 잘 내포시켜 놓은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나쁜 짓을 일삼는 여자아이를 딸처럼 동생처럼 데려다 함께 지내고 있는
정애와 함께 다리 위를 걸어가는 것인데 그때 화면 가득 비치는 하늘이 마치 바다로 보여지는 것이다.
첩첩산중에 갇힌 마을이 바닷가를 연상시키는 의도는 무엇인가. 아직 못다 이룬 우리의 주인공 똥개의
내일은 아닐런지 생각해 본다.
잠시 잊었던 두통이 다시 몰려온다
이제는 눈 감고 가만가만 나를 되짚어 보자
그리고 꿈나라로 들어가 보자 .
카페 게시글
#......에세이
영화 ...<똥개>를 보고
加乙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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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16 06:4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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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는 아직 못 봤고요. 애들이 그러대요. 정우성은 망가져도 멋지다고... ^^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경상도사투리는 감독이 직접 가르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