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농촌은 농번기로 한참 바쁜 시기입니다. 곳곳에서 모내기와 양파, 마늘 수확이 한창입니다.
가장 바쁜 지금, 점빵차는 오늘도 어르신들께 물품을 지원해드리러 출발해봅니다.
9시 25분,
아침에 부랴부랴 전화가 옵니다.
"오늘 카스 미니 3박스랑, 조지아 한 박스 부탁해요~"
어르신 집에 한창 공사중이다보니 인부들하고 아버님 드실 맥주가 필요하셨나봅니다. 농사철에는 매주 거의 2~3박스씩 사는 어머님은 점빵에 큰 손이십니다.
9시 35분,
건너편 집에 앉아계셨던 어르신, 점빵차 보고 바로 오십니다.
5만원 짜리 한 장 건네시곤, 필요하신 것 고르십니다.
"지난번 외상값하고 같이 계산해봐~"
어르신들은 역시 외상값을 기가막히게 잘 기억하십니다. 외상하는 일을 한편으로는 수치로 여겨서 그러실 수도 있겠지만,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기 떄문에 그러하신건 아니신가 싶었습니다.
9시 55분,
불가리스 어르신이 집에 계셨습니다. 아랫집 어르신은 집에 안계셔서 여쭤보니 밭에 일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께 아랫집 불가리스를 맡겨도 괜찮은지 여쭤보니 알겠다고 하시며 놓고 가라고 하십니다.
몇주전 요청하셨던 백미는 도정이 끝나 점심에 배달해드리겠다고 말씀드리며 나왔습니다.
늘 함께 하시는 이웃이신지라 이런 부탁도 흔쾌히 함께 들어주십니다.
10시 20분,
오늘은 이사님이 함께 계십니다. 마을 농사일에 함께 돕고 계신듯 싶었습니다. 어르신들 4분이 모이셔서 참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자네도 하나 골라보게" 하시며 레쓰비와 초코파이를 주시는 이사님.
요즘엔 참거리로 이런 파이류 과자와 커피를 많이 사시곤 합니다. 현장에서 금방 섭취할 수 있어서 많이들 사십니다.
요즘엔 조리해서 참을 갖고 나와 먹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농촌의 참 문화도 나중에 한 번 찾아보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11시,
마을 끝에 뒷집 어르신이 오랜만에 나오셨습니다. 밀차를 갖고 오시는 어르신.
"오랜만이에요~~" 하고 말씀드리니,
"나도 이참에 말하려고 했어~~" 하십니다.
근 몇주간 이따금씩 어르신들이 안보이면 병원이나, 자녀집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어르신께서도 다른곳에 계셨었다고 합니다.
아픈일로 안계신것이 아니라서 다행이이었습니다.
우유를 매주마다 사셨던 어르신, 마을 골목을 걷고 다니시길래 우유 안사시는지 여쭤보니,
"읍에 아덜들이 사다줬어~ 이젠 안사도 되~~" 하십니다. 그러곤 유유히 사라지시는 어르신.
외상값이 일부 있지만, 나중에 받기로 합니다.
11시 20분,
"스톱~!" 하시는 남자 어르신.
집 앞 골목을 지나가다가 급 차를 잡으십니다. 늘 안사셨던 집이었는데.. 더군다나 남자어르신이 무슨일인가 싶었습니다.
"콩나물 하나 있소? 2천원짜리는 없는가?"
반찬거리를 사려고하는데, 잔돈을 만들기는 싫어하셨습니다. 이참에 한 봉지 더 사시라고 말씀드리며 3천원으로 말씀드리니,
알겠다고 하며 2봉지를 사십니다. 나중에 어르신 성함을 여쭤보니, 이름만 많이 듣던 어르신이셨습니다.
"나도 여기 조합원인데, 내가 잠시 좀 어디 멀리 갔다왔어~" 하십니다.
어르신께 반갑다고 말씀드리며 종종 이용해달라고 하시니 웃으시며 많이 팔라고 하십니다.
11시 45분,
"~~어이~!!"
한창 마늘 밭에서 마늘을 수확하고 계신 어머님.
아까 초입구에서 봤던 어머님도 리어카에 마늘을 많이 수확해가고 가셨는데, 알이 커서 좋아보였습니다. 어머님께도 좋아보인다고 하니,
"이번에 우리 마늘은 잘된것 같어~~ 저 언니랑 같이 했는데, 같이 막걸리 한 잔 해야지~" 하시며 술과 안주거리를 사십니다.
물건을 건네드리고 고맙다고 말씀드리니,
"이렇게 와서 팔아줘서 내가 더 고맙지~" 하십니다.
한창 농사일하고 바쁠때는 읍내 나가서 장보기도 어려운데, 점빵 덕분에 도움 받는다고 말씀해주신 감사할 따름입니다.
13시 45분,
"저기 울 집 지나왔지라~?"
자전거에 실어갈 순 있었지만, 회장님이 힘드셨나봅니다.
"나 사실 여기 쉬러왔어~~ 울집에 좀 내려다주게~" 하시는 회장님.
마실 음료수 한박스, 계란 콩나물 등등 5만원어치 사십니다.
"포인트 있지요? 나머지는 그걸로 해줘요~" 하시며 웃으십니다. 늘 많이 사셔서 포인트가 꽤 있을거라고 생각하시는 회장님.
알겠다고 하며 물건 배달하러 출발합니다.
동락점빵은 개인 조합원의 경우 구매금액의 1%를 포인트로 적립해드리고 있습니다.
14시 10분,
우리 어르신, 드디어 면사무소에서 지원한 긴급생계비를 다 쓰셨습니다.
매일 만원도 안되게 조금씩 사시던 어르신. 무려 1년 가까이동안 50만원을 쓰셨습니다.
정말 알뜰하게 쓰시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4시 30분,
오늘은 두유를 놓고 가지말라고 하셨던 지난주 어르신의 말씀이 기억나 밑반찬 가방만 수거하려고 했습니다.
집에가니 계시는 어르신.
"내가 도시락 가방때문에 나가다가 다시 들어왔어~ 지난번에 내놓는다는게 깜박했지 뭐야~" 하시는 어르신.
오늘도 두유 하나를 사시곤,
"그래도 한 번 더 우리집에 왔다갔다 하는데, 그냥 보낼 순 없지~" 하며 식용유 추가로 더 사십니다.
늘 점빵 매출을 신경써주시는 어르신 덕분에 오늘도 든든하게 움직입니다.
14시 40분,
길가에서 손짓하는 어르신,
"저기, 내가 일하느라 돈 안갖고 왔는데 외상 되나?"
우리 조합원님이 아니셨습니다.
뭐가 필요하신지 여쭤보니 콩나물과 밀가루가 필요하다는 어르신.일단 알겠다고 하며 물건 드렸습니다.
"저 궁둥떡 알지? 내가 못만나면 그리 줄께~" 하십니다.
마을간에 어르신들 외상거래는 신뢰입니다. 믿고 한 번 거래드렸습니다. 다음주를 기다려봅니다.
14시 50분,
공사장 트럭이 점빵차 근처로 옵니다.
"저기 크레인 보이시죠? 저기로 한 번 와주실수있어요?"
지난번에도 사셨는데, 오늘도 불러주십니다. 근데 시원한것이 부족해서 조금 걱정을하며 갑니다.
"내가 한.. 10여년전 쯤 아줌마들이 점빵차 할 때부터 이용했어~" 하시는 어르신.
"그 땐 저 윗동네서 일했는데 막걸리랑 엄청 사먹었어~" 하십니다.
"자네들 어서 와~ 점빵차가 여까지 왔는데, 그냥 보낼련가?" 하시며 동료들 주실 음료수 사십니다.
다음번엔 저온저장고에서 갖꺼낸 음료수 갖고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선 고맙다며 어여가보라고 하십니다.
15시 30분,
약속의 그날입니다. 외상값을 주시기로 한 그 분,
집이 비었습니다.
일이있으셨나봅니다. 조합원이 아닌지라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신뢰를 한 번 더 드려봅니다. 대문 앞에 내용을 적은 종이를 끼워놓고 옵니다. 다음주에 보기로 합니다.
범죄 이력이 있던분이었지만, 그럼에도 사회에서 신뢰를 얻는 경험은 중요하기에 한 번 거래를 해드렸습니다.
다음주에는 신뢰를 꼭 회복하시길 바래봅니다.
15시 50분,
"마늘이 생기다 말았어~" 하시는 어르신.
올해 마을 농사가 대부분 다 어렵다고 하는데, 어르신댁도 그러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고, 해가 많이 안들어서 그렇다고합니다.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어르신의 마늘은 사갔으면 하는데..
정성스럽게 묶어둔 마늘, 주인을 찾을 수 있길 바래봅니다.
16시 10분,
어르신 댁에 한마리던 고양이가 세마리가 되었습니다.
"울 아덜들은 고양이 균이 많다고 키우지 말라는데, 고양이가 내 친구여~" 하시는 어르신.
"이렇게 손에 담아 주면 이빨이 안닿게해서 밥을 얼마나 잘먹는데~ 사랑한다~~ 아이 예쁘다~~" 하시는 어르신.
혼자사는 어르신 집에 반려동물 매개효과가 바로 보입니다. 어르신의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되어보입니다.
어르신께 인사드리며, 장터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날이 점점 더 뜨거워집니다.
점빵차에 앉아만 있어도 팔이 뜨겁고, 잠시 비우면 의자가 뜨겁습니다.
맨 논 밭에서 뜨거운 태양을 그대로 받고 있는 어르신들은 얼마나 더 뜨거울지 걱정됩니다.
뜨거운것이 여름이겠지만, 올 여름은 작년보단 조금은 덜 뜨겁게,
기분좋은 땀이 나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