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2013년부터 한국 사회의 미래 핵심 이슈에 대응하는 미래 유망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이 기관이 뽑은, 보다 빠르게 사회적 격차나 불평등을 해소할 기술들을 살펴보자.
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적 격차나 불평등을 줄여줄 미래 기술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뉴스와 블로그, SNS에 자주 등장하는 사례를 분석해 그에 호응하는 ‘10대 미래 유망기술’을 최근 발표했다. 의료·정보·에너지·문화·교육 격차 등으로 세분화하여 10년 내에 실현 가능한 기술들을 뽑았다.
01≫ 의료 격차 해소할 스마트폰 진단
최근 글로벌 IT업계가 주목하는 미래형 인터넷의 최대 화두는 사물인터넷이다. 말 그대로 사물끼리 인터넷과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환경을 일컫는다. 지금까지는 사람과 기계, 사람과 사람만 인터넷을 통해 교신했다면, 앞으로는 지능형 인터페이스를 갖춘 기계(사물)끼리 스스로 알아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교신하여 사람들에게 좀 더 편리한 삶을 제공하는 게 사물인터넷의 핵심 개념이다.
사물인터넷의 유망 분야는 헬스케어다. 고령화사회가 가속화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람이다. 사물인터넷을 통한 건강관리는 이를 도울 수 있다. 체내 센서가 대표적 사례다. 몸속에 심은 센서를 통해 수술대에 오르지 않아도 몸속을 시시각각 관찰하여 필요에 따라 즉각 처치할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심장박동 수를 병원이 바로 확인해 급성 심근경색을 막는 심장박동 모니터링도 등장했다. KISTEP이 선정한 스마트폰 이용 진단기술은 스마트폰의 센서, 카메라, 간단한 액세서리를 이용해 혈당, 혈압, 심장박동 수 등을 측정해 바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가리킨다. 이 기술은 이미 실용화가 시작되고 있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과대학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 ‘피크비전(Peek Vision)’이 대표적이다. 피크비전을 실행하고 눈을 촬영하면 시력뿐만 아니라 백내장 등 안과 질환도 진단할 수 있다. 피크비전은 실제로 케냐에서 환자 5000명을 진단하는 데 쓰였다. 이 기술은 고가의 의료기기를 대체해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에 충분하다.
02≫ 피부에 붙이는 웨어러블 센서 바이오스탬프
반창고나 스티커, 문신처럼 피부에 붙여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도 있다. 바이오스탬프(Biostamp)가 그것. 바이오스탬프는 한마디로 일회용밴드처럼 몸에 붙이는 센서를 가리킨다. 실리콘회로를 가늘게 연결해서 신축성과 운동성을 갖춘 센서다. 센서를 피부에 붙이고 그 위에 코팅스프레이를 뿌리면 방수가 잘돼 2주간 사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스티커 형태의 얇은 바이오스탬프를 피부에 붙이면 맥박부터 혈압까지 건강 상태가 한눈에 확인된다. 심전도 센서는 부정맥 심장의 만성질환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온도 센서는 체온을, 뇌파와 근전도 센서는 뇌파를 측정해 뇌신경의 활동과 스트레스 상황을 파악하는 동시에 근육의 활동도 감지한다.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종류가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MC10은 심전도, 뇌파, 근전도, 온도, 스트레스 등을 측정하는 바이오스탬프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구글은 혈당을 측정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 중이다. 이와 관련된 건강 모니터링 기술은 세계적으로는 2018년, 국내에서는 2023년쯤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03≫ 근거리 무선통신 신기술 비콘
KISTEP은 사물인터넷의 핵심 기술로 부상한 비콘 기술도 주목했다. 비콘(Beacon)은 반경 50m 이내의 실내외에서 사용자의 위치를 찾아 다양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제공하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다. 비콘은 블루투스 4.0을 이용한다. 블루투스 4.0은 매우 적은 전력을 소모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 블루투스를 켜놓고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면 금방 배터리가 닳는 반면 블루투스 4.0은 항상 켜놓고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비콘은 여러 기술의 문제점을 극복하여 하나로 묶은 기술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블루투스의 에너지 소모 단점뿐만 아니라 직접 기기에 갖다 대야 사용이 가능했던 NFC의 단거리 제한을 극복하고 50m 내에서는 어느 곳에서든 쉽고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게 했고, 실내에서는 위성과의 연결이 어려워 위치 측정이 힘들었던 GPS의 단점도 없앴다. 이러한 비콘 기술을 이용하면 실외의 경우 길을 자동으로 안내하는 ‘디지털 지팡이’ 역할 덕분에 시각장애인은 길 찾기가 한결 수월하다. 현 위치에서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있어서,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버스가 도착하게 되면 자동 알림이 가능해진다.
실내의 경우 정보 검색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필요한 광고·결제 정보 등을 자동으로 전송해 편리함을 제공한다. 상점에 들어가 종업원을 부르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고, 추가 구매나 주문을 할 수 있다. 마일리지·포인트 적립이나 사용도 가능해져 혼자의 힘으로 온전한 구매를 할 수 있다.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는 제품에 가까이 가면 소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등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받는다. 비콘은 미래 시장을 키울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04≫ 빛에 정보 실어 보내는 라이파이(Li-Fi)
라이파이(Li-Fi)도 10대 미래 유망기술의 하나다. Li-Fi(Light Fidelity)는 LED(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해 빛(가시광)에 정보를 실어 주고받는 무선 개인통신망 기술이다. 애초 LED 전구의 조도를 조절하기 위한 기술로 개발됐다가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특성을 살려 통신기술로 진화했다. 2011년 영국 에든버러대학 해럴드 하스 교수가 와이파이(Wi-Fi)를 꺾을 새로운 근거리 통신기술이라는 뜻으로 라이파이(Li-Fi)라는 이름을 붙였다. 와이파이보다 100배나 빠르고, 조명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다.
라이파이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LED 조도에서도 통신할 수 있고, 주파수 혼선 등 무선통신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쓸 수 있어 상용화 전망이 밝다. 가시광 통신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른 유무선 광통신 기술에 비해 인체에 안전하다고 알려졌다. 실제 가시광의 파장은 380~780㎚로 인체에 안전한 범위에 속한다. 하지만 장비를 작게 만들기 어렵고 빛을 직접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한계도 있어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05≫ 현실에 가까워진 가상촉감 기술
가상촉감 기술은 가상의 환경에서 대상물체를 실제로 만지듯 거칠기, 냉온감, 진동감 같은 물리적 자극을 사람의 피부에 가해 마치 실제 표면을 만지는 것과 유사한 촉감을 재현하는 기술이다. 차가운 물에 손을 담글 때와 딱딱한 물체에 손이 닿을 때 뇌가 반응하는 부위는 서로 다른데, 이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한 뒤 역으로 이용하면 가상의 촉감을 만들 수 있다.
가령 인터넷으로 미국의 한 박물관 사이트에 접속해 이곳에 전시된 유물을 훑어보다가 유물을 만져보고 싶다고 하자. 이때 유물의 질감에 관련된 촉감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자극해 직접 유물을 만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할 수 있다. 초음파를 이용해 가려움, 찌릿함, 차가움 등 손의 촉감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찾아 가상현실 헤드셋에 연결하면 된다. 가상촉감 기술을 사용하면 박물관에 가지 않고도 유물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어 문화 격차를 줄일 수 있다.
06≫ 학습자 능력·특성에 맞춘 스마트러닝
개인맞춤형 스마트러닝도 미래 유망기술이다. 스마트러닝(Smart Learning)이란 스마트폰, 태블릿PC, 전자책(e-Book) 단말기 등 스마트 디바이스와 이러닝 신기술이 융합된 개념으로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학습 방법이다. 학습자의 연령이나 대상이 특정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 중심의 콘텐츠와 서비스가 제공되어 학습자의 능력과 특성에 맞춘 창의적 학습이 가능하다. 학습자 본인에 적합한 선택적·맞춤형 교육 서비스이기 때문에 교육 몰입도가 높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져 지역·계층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미국 퍼듀대학은 학습자의 진도를 신호등처럼 빨강, 노랑, 초록 등 세 단계로 구분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코스 시그널(Course Signal)’을 개발한 상태이다.
07≫ 버려지는 에너지 모아 전기 만드는 에너지 하베스팅
‘나노소재 활용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나노 소재를 활용해 기계적 진동에너지, 자연의 빛에너지, 폐열 등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해 전기에너지로 바꾼 뒤 재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특히 압전 현상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경우가 많다. 압전이란 어떤 물질에 물리적인 힘을 가해 외형을 변형시켰을 때 전기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도로에 면적이 넓은 하베스터를 설치한 뒤 자동차가 밟고 지나갈 때마다 에너지를 모으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특정 패널을 설치해 사람들이 밟고 지나갈 때 생기는 전기로 가로등을 밝히는 식이다. 지하철이나 기차 벽면, 에어컨 실외기의 진동, 자동차의 배기열, 걸을 때 발뒤꿈치가 바닥을 누르는 힘 등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모든 것이 에너지 수확 대상이다. 전력 수요를 낮추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이다.
피트니스센터의 경우를 살펴보자. 음악소리에 맞춰 쿵쾅거리는 수강생들의 격렬한 에어로빅의 운동에너지는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 기술로 특수 설치된 바닥에 그대로 흡수돼 전기에너지로 변환되어 자체 전기로 충당할 수 있다. 이렇게 아껴진 관리비로 피트니스센터는 수강생들에게 훨씬 저렴한 수강료를 받게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사무실이나 집, 공장, 자동차 어디에서도 에너지를 허투루 쓰지 않는다. 체열을 이용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배터리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 인공장기나 초소형 의료로봇 개발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2023년, 에너지 문제 해결의 키워드는 ‘절약과 효율’이다!
08≫ 쌓인 데이터가 건강 관리해 주는 의료 빅데이터
지금은 차원이 다른 빅데이터(BIG DATA) 시대다. SNS의 데이터는 수많은 사용자가 남긴 기록이니만큼, 그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면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이라 하는데, 말 그대로 광산에서 금을 캐내는 마이닝을 데이터에 적용한 것이다. SNS에 노출되는 메시지의 빈도수나 검색어 통계로 사회현상도 찾아낼 수 있다. 구글의 경우 사용자들의 키워드 검색 횟수를 분석해 미국 보건당국보다 더 빠르게 독감의 유행지역 경로를 파악해 발표한다.
의료 빅데이터 기술은 건강정보, 진료정보 같은 다양한 의료 관련 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과거 이력을 토대로 미래 건강 상태를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한 데이터 확보이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통하면 건강 자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대처하는 시대가 온다.
09≫ 진짜 같은 가짜 세계 서비스, 실감 공간 구현
실제 사물 또는 가상의 물체가 실제처럼 3차원 공간에 자연스럽게 재현된다. KISTEP이 선정한 ‘실감 공간 구현기술’이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박물관에 직접 찾아가지 않고 예술작품과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루브르나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의 작품을 컴퓨터그래픽 등을 활용하여 저장해 두고 관람자가 통신망에 접속하여 감상하는 형태이다.
또 가상현실에 기반을 둔 체험형 학습 시스템도 이용할 수 있다. 야외나 섬 혹은 바다로 나가지 않고도 그곳에서와 똑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헤드셋을 쓰면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고 갈매기가 날면서 마치 바다에 가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현재 초기 단계인 가상세계 서비스는 곧 제2의 생활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가상 테마파크, 박물관, 공연장 등 다양한 가상의 모습을 현실로 구현해 산간 오지 등에서도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문화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10≫ 제로에너지빌딩 구현하는 진공단열
건물이 오래될수록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입주자들은 여름에는 더위에, 겨울에는 추위에 시달리게 된다. 진공단열 기술은 열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진공 기술을 활용한 단열소재 기술이다. 냉장고나 냉동 창고 등 특수 목적으로만 사용돼 왔던 진공단열재를 조립식 모듈 형태로 건축물 외벽에 붙여 냉방과 난방에너지를 절약한다. 이 특수 진공단열재는 일반 단열재에 비해 단열 성능은 10배 이상 높으면서도 두께는 10% 수준이다. 진공단열 기술은 제로에너지빌딩 구현이 목표다. 이를 통해 에너지의 빈곤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