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LP음반을 구할 때 데카에서 나온 음반 중 다음과 같은 LONDON FFrr(Full Frequency Range Recording=전주파수 대역 녹음) 표시가 있는 음반은 음질을 믿고 구입해도 좋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해군이 독일 U보트 잠수함의 미세한 음파를 감지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로 요즘의 하이파이 녹음에 떨어지지 않을 만큼 음질이 우수하다.
대학 졸업을 마치고 청운의 꿈에 부풀어 있을 무렵 뜻밖에 찾아온 폐결핵 중증이란 죽음의 병마와 싸울 때 나는 아쉬케나지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2번과 슈만의 피아노협주곡을 들으며 위안을 얻고 용기를 가졌다.
https://youtu.be/jcxlQCSXcNI
슈만이 작곡한 세 편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중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 A단조Op.54는 1846년 1월 11일 라이프치히에서 클라라 슈만의 협연으로 초연되었다. 페르디난트 힐러에게 헌정된 이 곡은 1841년부터 1845년까지 5년에 걸쳐 작곡되었다. 제1악장 알레그로 아페투오소(Allegro affettuoso)는 1841년 그의 ‘교향곡 1번 봄’을 완성한 직후에 작곡되었다. 슈만은 당초 이 곡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단악장 형식의 환상곡으로 구상했으나, 실제 악장의 형식은 전통적인 소나타 악장 구조에 훨씬 더 가깝다.
독주 피아노의 대담하고 힘찬 세 마디 연주에 이어 목관악기군이 제1주제를 제시하면 피아노가 즉시 이를 반복한다. 이 제1주제는 다양한 조성, 템포, 리듬(Allegro affettuoso, Animato, Andante espressivo, Allegro, Più animato, Allegro molto)으로 등장하며 악장 전체를 주도한다. 박자 또한 4/4, 6/4, 2/4박자를 넘나들며 변화하고, C장조로 조바꿈된 이 주제는 제2주제의 역할도 겸한다. 슈만은 소나타 형식보다는 변주곡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 주제를 발전시키며 재현부에 이어 카덴차로 넘어가는데, 이 카덴차는 작곡가가 직접 쓴 것이다. 이는 아마도 단순한 기교적 복잡함 때문에 음악의 시적 정서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악장은 도입부 주제의 선율을 다시 활용한 '알레그로 몰토(Allegro molto)'의 코다로 마무리된다.
2악장의 섬세하고 유희적인 분위기의 인터메초(Intermezzo)는 F장조로 시작되며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간의 아주 부드러운 대화로 문을 연다. C장조로의 조바꿈과 함께 첼로가 주도하는 주제가 등장하고 이 주제가 충분히 전개된 뒤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간다. 악장의 끝부분에서 목관악기들은 1악장의 주요 주제를 다시 제시하며 이는 곧바로 마지막 악장인 '알레그로 비바체(Allegro vivace)'로 이어진다. 슈만은 이 악장의 주된 주제를 위해 1악장의 주제를 새롭게 변형했다. 앞서 등장하지 않았던 다른 선율적 요소들이 E장조의 제2주제로 이어지는데, 이 주제는 슈만의 가장 유명한 당김음 활용 사례 중 하나로 꼽히며 3/4박자로 작곡되었으나 실제로는 3/2박자처럼 들리는 특징이 있다. 이후 부주제들이 뒤따르고, 재현부가 지난 뒤 피아노가 새로운 악상을 제시하면 이를 바탕으로 곡을 마무리하는 코다가 전개된다. 후에 영국의 저명한 평론가 퍼시 마샬 영은 이 악장을 슈만이 작곡한 곡 중 가장 밝고 화사한 작품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