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최용현(수필가)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년)’는 미확인 비행물체인 UFO를 소재로 한 SF영화로, 외계인과 지구인이 우호적으로 만나는 과정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초기 연출작이다.
아카데미 8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촬영상을 수상했다. 1997년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에서 64위를 차지했으며, 2007년부터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립영화등기부에서 영구히 보존하는 영화가 되었다. 제작비 2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전 세계에서 3억 달러를 벌어들여 당시 재정난으로 허덕이던 컬럼비아 픽처스 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3월에 ‘크로스 인카운터’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으나, 서울관객 9만 6천 명에 그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1987년 비디오로 출시할 때 일본 개봉제목 그대로 ‘미지와의 조우’로 썼는데, 인지도가 크게 상승하고 비디오 대여건수도 획기적으로 늘어 결국 이 제목으로 정착되었다.
멕시코 소노라 사막. 1945년에 실종되었던 전투기 편대가 착륙해있다. 전투기들은 모두 새것처럼 멀쩡한데 파일럿은 아무도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인 노인은 ‘어젯밤에 해가 떴다. 노래를 불렀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한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관제국에서는 항공기가 UFO를 목격했다는 보고가 들어온다.
미국 인디애나 주 먼시.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어린 소년 배리(캐리 구피 扮)가 제멋대로 작동하는 장난감을 따라 밖으로 나가고, 엄마 질리언(멜린다 딜런 扮)은 배리를 부르며 뛰어나간다. 발전소 직원인 로이(리차드 드레이퓨스 扮)는 전력장치를 점검하러 차를 몰고 나서는데, 길가에서 UFO를 목격하고 따라가다가 질리언 모자(母子)를 만난다. 그들 위로 UFO가 지나간다.
그날 이후 로이는 UFO에 관한 기사를 모으고 출근하는 것도 잊고 UFO에 흠뻑 빠져 있다가 발전소에서 해고된다. 질리언도 뾰족한 탑 모양의 그림을 계속 그리는데, 며칠 후 UFO가 나타나 집에 섬광 같은 빛을 비춘다. 그런데 두려움에 떠는 질리언과는 달리 아들 배리는 신이 나서 개와 고양이가 드나드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더니 불빛 속으로 사라진다.
한편, 인도 북부 담살라에서는 UFO를 만난 사람들이 계속 5음조의 멜로디를 읊는데, 프랑스 과학자 라콤 박사(프랑수아 트뤼포 扮) 팀은 이 음악의 코드를 찾아낸다. 그리고 외계로부터 전송되어오는 숫자는 지구의 위도와 경도의 표시이며, 외계인이 그곳으로 온다는 의미임을 밝혀낸다. 그 위치를 찾아보니 와이오밍 주의 데빌스 타워였다.
미국 정부에서는 고의로 열차사고를 내고 유독가스 유출을 이유로 그 지역 주민들을 모두 타지로 대피시키고 육군과 주 방위군으로 하여금 통제를 하게 한다. 그 무렵, 로이는 정원의 나무와 이웃집의 울타리 철망을 뽑아와 집안에서 흙 탑을 쌓는 등 괴이한 행동을 하는데, 계속 참고 있던 아내(테리 가 扮)가 드디어 아이들을 데리고 동생 집으로 가버린다.
TV뉴스를 통해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뾰족한 탑 모양이 와이오밍 주의 데빌스 타워임을 알게 된 로이는 이 탑이 지금껏 자신을 끌어당겼던 사실을 깨닫고 차를 몰고 와이오밍 주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질리언을 만난다. 두 사람은 울타리 철조망을 뚫고 데블스 타워에 도착하는데, 거기엔 자신들처럼 UFO에 이끌려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열 명쯤 있었다.
의료팀에게 잡혔다가 질리언과 함께 도망친 로이는 데빌스 타워의 북쪽으로 간다. 그곳 아래에는 우주선과의 접선시설이 조성되어 있었다. 과학자들은 외계인들이 일정한 높낮이를 가진 음과 특정한 파장의 빛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곳에 대형 스피커와 전광판, 신시사이저(synthesizer)를 설치하였다.
이윽고 거대한 우주선이 장엄한 빛을 내뿜으며 착륙한다. 과학자팀이 조합해낸 빛과 함께 멜로디를 연주하자, 우주선이 답신을 해온다. 드디어 우주선의 문이 열리고, 그동안 지구에서 실종되었던 사람들이 나오는데, 배리도 나와 엄마와 재회한다. 1945년에 실종되었던 파일럿을 비롯하여 모두들 실종된 당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어서 외계인들이 우주선에서 내려와 지구 과학자들과 인사를 나눈다. 의료팀에서 UFO에 승선시키려고 교육시킨 사람들과 로이가 우주선에 승선하고, 라콤 박사는 외계인과 수신호로 인사를 나눈다. 지구인을 태운 거대한 우주선이 이륙하여 창공을 향해 날아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세월이 흐른 후,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의 결말이 좀 무책임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자신만의 서사를 제시하며 SF 장르의 위상을 높인 스필버그의 연출능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천재적이다. 주인공이 UFO를 목격한 후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뾰족한 탑 모양에 강박적인 집착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부름에 응답한 결말은 나무랄 데가 없다.’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가 맡은 음악은 초반에는 영화의 내용처럼 약간 으스스한 느낌을 주지만, 후반에는 평온한 느낌을 준다. 누벨바그 영화 ‘400번의 구타’(1959년)로 유명한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라콤 박사로 나온다.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한 유명한 영화감독은 스탠리 큐브릭과 쿠엔틴 타란티노, 크리스토퍼 놀란, 봉준호 등 상당히 많다.
‘미지와의 조우’는 우연히 UFO를 목격했던 사람들의 파괴된 일상을 다루면서, 인류는 우주에서 결코 외톨이가 아니며, 밤하늘의 별마다 우리의 친구들로 가득 차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뭐 특별할 것이 없는데, 외계인과의 접촉방법을 선보인 그 발상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