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답이어서 아픈 것이 아니라 몰라서 아팠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담중에도 폭풍같은 생각과 감정들이 솟아올랐지만 계속해서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처럼 끊임없이 울리네요.
그 소리들을 편하게 남겨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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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슴에 블랙홀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블랙홀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 항상 애써야했다.
애쓰는데 에너지를 쓰느라 현실세계에 살지 못 했다. 최대한 멀어져야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종종 실패하고 그 두렵고 슬픈 구멍속으로 빠지곤 했다.
사람들은 어느 쪽의 나도 이해하지 못 했다.
엄마는 나를 가장 이해하고싶어하는 사람인 동시에 가장 힘들어한 사람이었다.
정말 사랑하는 자식이 이해가 되지않자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못 견디게 불안해 했다.
엄마는 내가 이런저런 점이 못났다고, 하지만 잘 좀 봐달라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눈치보며 말했다. 부탁했다.
나는 변명이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
그 와중에 엄마는 자식의 모든 것을 대신 해주었다. 나는 점점 더 혼자 설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어릴때부터 대인관계가 너무 어려웠다. 살갑게 다가왔던 사람들이 왜 내게 화를 내고 공격하는지 이해하지 못 했다.
가까워졌다가 거부당하고, 그 지옥같은 과정을 매 학년마다 반복해야했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왕따를 당했다. 반 모든 아이들로부터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들어야했다.
나는 살기 위해 사과를 했다. 잊을 수 없는 굴욕감을 느꼈다.
나는 그때 죽지 않은 내가 너무 대견하고 고맙다.
나를 직시하는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나는 사람들의 외면하고싶은 모습, 숨기고싶은 모습들을 잘 보고 들춰냈던 것 같다.
내 안에 블랙홀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의 어둠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냥 보였던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애정, 배려 없이 옷을 벗겨버리니 나와 함께 있는게 힘들었을 것 같다.
자책과 원망을 반복했었는데 집단상담을 통해 그 굴레를 많이 벗어던졌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 당시의 상황과 그 속에 있는 나를 고요하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같다.
사실 집단상담을 신청한 표면적인 이유는 남편과 아이들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뭔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뭐가 문제인지는 몰랐다.
모든 실마리는 내 마음 속에 있었다.
상황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지만 용기가 생겼다.
나는 상황을 다룰 수 있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분좋은 기대. 의욕과 희망이 생긴다.
집단상담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올 때 나는 문득 두렵기도 했다.
꿈을 꾼듯 비현실적이고 충격적인 경험 뒤에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가늠할 수 없었다.
또 혹시나 과거의 고통스러운 나로 돌아갈까 초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한단계 도약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희뿌옇던 세상이 너무나 또렷하게 보였다. 사람들이 명확하게 보이고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눈치보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대로 느끼는대로 말하고 행동해도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 배려할 수 있고, 미안할 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게 된 것같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었다는 것을.
블랙홀에서 별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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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포근하고 넓디넓은 울타리를 만들어준 선생님과 집단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싶습니다.
나도 도움이 되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3일간 작은 우주들을 만나고 부딪히고 안아주는 경이로운 경험들을 했습니다.
보고싶고 사랑합니다.
첫댓글 집단이 끝나고 뒷북처럼 블랙홀소녀에게 못한 말이 생각났네요. 언제쯤 즉시 표현할 수 있게 될지 ㅋ 많은아픔과 고뇌가 느껴졌는데 힘이 생겼다니 넘 다행이고 저도 힘이 나고 삶이 좀 선명해져서 어제 상담을 잘 했답니다 ㅋ 집단에서 교실에서처럼 재현해보려했단 말이 생각나네요. 재현의 기회가 또 많이 있기를 🙏 그녀는 평안에 이르렀을까? 가끔 떠올리겠습니다.
ㅎㅎㅎ를 떠올리니 몸에 온기가 돌아요. 대화를 나누면서 누구보다 삶의 파도를 잘 타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고 부럽기도 했어요. ㅎㅎㅎ 덕분에 제 평생의 의문들을 맘껏 늘어놓고 답을 찾아갈 수 있었어요. 즐겁고 충만한 시간이었어요. 여전히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흐르는대로 재미나게 살다가 또 만나요,
아....아름답다....
블랙홀에서 별이 태어났대요 ^^~~ 진실은 깨달음은 진정성은 아름답다.... 과거의 오류를 깨닫고 삶을 다시 조정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우뚝 세우는 모습은 아름답다 ... 세상이 이런 것이 오리라는 것을 몰랐을 텐데, 이런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난 고통도 하나의 설화로 남기를...신화로 남기를...이제는 전보다 훨씬 나다운 이야기를 창조하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간다....
이렇게 소식을 남겨주어 감동이고 고맙고 사랑이 느껴진다.....
언제 또 보길~~^^ 몰라 드림.
(나는 긴 휴가를 내어 멀리 타국에서 둘 다 나이 들어선 처음으로 딸과 외손주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다... 얼마나 좋은지~~ 가족이 사랑이 원래 이래야 하는데....과거의 나의 오류도 야단 맞아 가면서...)
악!!! 지금에야 왔고, 봤다...
반갑고, 아린 마음으로 글을 읽다가
'불랙홀에서 별이 태어나고 작은 우주들과 만나 부딪치고 안아주는 경험'...사랑스럽다..
다시 집단 인연에 감사한 마음이 번진다..
저 또한 집단 후 일상에서 잔잔해진 파도를 경험하고 바라보는 중예요.
워니 드림
(김밥을 냉장고에 두고 와서 슬픈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