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설악 신선봉 오르는 길, 사계 님

아직 찾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계속 찾아라. 안주하면 안 된다. 찾는 순간 가슴으로 알 수 있
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가면서 점점 더 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면 계속 찾아라. 머무르지 말라.
--- 스티브 잡스
▶ 산행일시 : 2011년 10월 8일(토), 박무로 흐릿함
▶ 산행인원 : 13명(영희언니, 버들, 숙이, 드류, 김전무, 감악산, 대간거사, 사계, 선바위,
메아리, 스텔스, 신가이버, 하늘재)
▶ 산행코스 : 화암사 일주문 앞→계류 건넘→948m봉→신선봉 동릉→신선봉→신선봉 서릉→
소간령(작은새이령) 부근→병풍바위봉(1,060m)→마산→흘리정보화마을
▶ 산행시간 : 11시간 44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4.0㎞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18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2 : 44 ~ 04 : 55 -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新坪里) 화암사(禾巖寺), 산행시작
06 : 30 - 일출
07 : 30 - 948m봉
08 : 47 - 너덜 사면
09 : 00 - 암릉 진입
09 : 15 - 신선봉(神仙峰, 1,212m)
10 : 07 - Y자 갈림길, 오른쪽은 대간령으로 가는 백두대간 길, 우리는 왼쪽으로 감
11 : 58 ~ 12 : 37 - 소간령(작은새이령) 부근, 계곡, 중식
14 : 20 - 석축 있는 봉
14 : 45 - 병풍바위봉(1,060m)
15 : 24 - 마산(馬山, △1,051.8m)
16 : 33 - 파프리카 농장
16 : 39 - 고성군 간성읍 흘리(屹里) 흘리정보화마을, 산행종료
17 : 25 ~ 19 : 07 - 원통, 목욕, 석식
21 : 05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울산바위

▶ 신선봉(神仙峰, 1,212m)
새벽 02시 44분. 화암사 일주문 앞 너른 공터에 도착했다. 백두대간 영(嶺)을 넘어서인지 공기
가 훈훈하다. 이제는 차 안에서 쪽잠 자는 것도 아주 익숙해졌다. 코까지 골면서 자더란다. 04
시 25분 기상. 하늘에는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이곳에는 새벽이슬이 내리지 않았다. 풀숲에
는 어제 대기의 온기가 채 가시지 않았다.
‘金剛山 禾巖寺’이라고 화암사 일주문 현판에 새겼다. 화암사의 배산(背山)은 상봉과 신선봉
이고 금강산은 여기서 한참 거리인데 왜 하필이면 금강산을 들먹였을까 궁금했다. 화암사의
홈페이지를 살폈더니 궁금증이 풀렸다.
“금강산 팔만구암자의 첫 번째로 손꼽히는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에 위치한 화암사(禾巖寺)는
전통사찰 제27호로 신라 혜공왕 5년(769) 진표율사(眞表律師)가 비구니 도량으로 창건하였
다. 진표율사는 법상종의 개조(開祖)로서 법상종은 참회불교의 자리매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택당 이식(澤堂 李植, 1584~1647) 선생이 간성군수로 있을 때 썼다는 간성지 화암사조에 의
하면,「천후산 미시파령(天吼山 彌時坡嶺)」밑에 화암(禾岩)이란 바위가 바른편에 있기 때문
에 절 이름을 화암사라 했다.”
천후산은 신선봉의 옛 지명이라고 한다.
화암사의 주지인 운곡 웅산 스님이 인사말로 소동파(蘇東坡)의 오도송(悟道頌)이라는 계성산
색(溪聲山色)을 올려놓았다.
溪聲便是廣長舌(계곡의 물소리는 그대로가 부처의 설법이요)
山色豈非淸淨身(푸른 산 빛 그대로가 부처의 깨끗한 몸이다)
夜來八萬四千偈(밤사이에 들은 부처의 팔만 사천 가지 노래를)
他日如何擧似人(뒷날 사람들에게 어떻게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우리는 신선봉을 새로운 길로 가보고자 계곡을 거슬러 올라 신선봉 안부인 화암재로 가려고
한다. 흔히 백두대간 종주하는 이들은 좀 길지만 미시령에서의 공단직원의 감시를 피하고자
이곳 화암사에서 수암을 거쳐 상봉 동릉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사실 이 코스야말로 북설악인
상봉과 신선봉을 오르는 백미이기도 하다.
수암(秀岩)의 빼어난 모습으로 눈 해장하고 645m봉인 신선암 너럭바위에 올라 건너 울산바
위를 보는 것은 일시 숨 멎게 하는 큰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울산바위의 뒤태 전부를 여기보다
더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런 다음 아기자기한 바윗길 능선 오르내리며 상봉 자
락의 석림 감상에는 그저 개구무언(開口無言)이 상책이다.
계곡을 건너려고 화암사 일주문 오른쪽의 철조망 따라 내려간다. 길이 나 있다. 숲속에 들고
바람소리인가 갑자기 쏴아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근원으로 다가간다. 물소리였다. 나는 코
골고 잤는데 그 밤에도 쉬지 않은 ‘溪聲便是廣長舌’이다. 계류 건너자 임도가 나온다. 길 좋다
고 헤드램프 멀리 앞세우고 막 내닫는다.
2. 울산바위, 그 뒤는 화채봉, 오른쪽은 대청봉, 중청봉, 박무가 심하다.

3. 멀리 운봉산

4. 신선봉 지능선

6. 신선봉 오르는 길

7. 상봉

8. 신선봉

9. 신선봉과 상봉(왼쪽)

화암재에 이르는 주계곡을 어둠 속 몇 번 기웃거리다보니 어느새 임도 종점까지 와버렸다. 그
리로 가기는 이미 글렀다. 외길이다. 지난봄날 높은산 님 일행과 합동산행할 때 내려왔던 신
선봉 동릉이다. 억센 잡목과 너덜과 암릉에서 생고역 치른 일이 아직도 생생한데 거기를 다시
가는 것이다. 당장은 뚜렷한 길이다. 꼭 붙든다.
완만한 산죽 숲길과 참나무 숲길 지나고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하늘 탁 트인 너덜 길이 잠시
이어진다. 잡목 숲 헤치고 주춤주춤 바위에 오른다. 06시 30분. 일출. 중천의 두텁게 낀 해무
(海霧) 위로 해가 삐쭉하니 솟는다. 아침 첫 햇살 받는 산하가 온통 흐릿하다. 박무가 심한 탓
이다. 오늘 하루 종일 이랬다.
그 실하던 길이 점점 희미해지고 이나마 불면 꺼질세라 조심스럽게 잡목 숲 더듬는다. 암봉이
나오면 선바위 님(그간 조용필 콘서트 보러 다니느라 오지산행이 뜸했다)이 먼저 올라 돌파가
가능한지 진단한다. 암벽보다 잡목이 낫다.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는다. 지난봄 화사했던 함
박꽃은 자취 없고, 마가목의 구리지만 탐스럽던 꽃은 한 송이 허실 없이 알알이 빨간 열매로
변했다. 빨간 열매가 나뭇잎 다 떨어진 가느다란 가지가지 휘청하게 달린 모습은 이 가을 설
악의 가경이다.
948m봉. 너덜 봉이다. 신선봉이 저 앞이지만 두 시간 가까이 걸린다. 본격적인 잡목과 너덜이
시작된다. 뚫으려니 술기운을 빌어야겠다. 영희언니가 싸온 대자 족발을 안주로 탁주 거푸 마
신다. 평평한 숲길은 잠깐. 거대한 암봉과 맞닥뜨리고 오른쪽의 밀림지대로 들어간다. 그 암
봉 뒤 능선은 암릉. 오른쪽 너덜 사면으로 간다.
눈측백나무로 가린 너덜은 자칫 허방 짚기 쉽다. 눈측백나무 가지를 일일이 들춰야 한다. 암
릉 같은 너덜 길이다. 이곳 너덜에 비하자면 황철봉이나 귀때기청봉의 너덜은 원로(園路)의
디딤돌이거나 징검다리다. 긴다. 마가목은 꼭 험한 데에서 자란다. 마가목의 약리작용은 그
열매를 따려는 일념의 기예에서 비롯되리라. 화서(花序)로 버겁게 달린 열매를 수대로 달라붙
어 솎아준다.
너덜 위는 다시 잡목 숲이다. 역방향으로 누운 고약한 잡목이다. 인적은 없다. 납작 엎드려 기
는 것도 한 두 걸음뿐. 산개하여 잡목 성긴 곳 찾아 게걸음하다 보니 오히려 능선에서 멀어진
다. 안면 블로킹하고 돌진한다. 능선은 암릉이다. 슬랩 오르다 반침니 내리고 좁은 테라스로
트래버스 한다. 짜릿한 손맛 오래 본다.
신선봉 정상. 북설악 주봉으로 제일의 경점이지만 오늘은 사방이 박무로 흐릿하다. 건너편 상
봉 자락 적상(赤裳)은 색이 바랬고 울산바위는 실루엣으로 보인다.
10. 상봉

11. 신선봉

12. 왼쪽의 울산바위가 흐릿하다

13. 상봉

14. 신선봉 오르는 능선의 암봉

15. 상봉 자락

16. 울산바위

17. 사계 님

▶ 마산(馬山, △1,051.8m)
신선봉 정상을 내리는 길은 뚜렷하다. 50m 정도 내리면 형형색색의 산행표지기 펄럭이는 백
두대간 길이다. 여태 잡목에 시달린 터수를 생각하면 이대로 대간령(새이령)으로 내리고 싶을
테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백두대간 길에 금단증세적 싫증을 낸다. Y자 능선 갈림길. 하
여 백두대간 길 벗어나 왼쪽으로 간다.
흐릿한 인적은 너덜 암봉에서 아예 씻겼다. 길 뚫는다고 대간거사 님 바짝 뒤따라 너덜 내리
려다가 중턱에서 절벽으로 막힌다. 뒤돌아 오르는 게 더 힘들다. 오른쪽 사면의 눈측백나무
들추며 너덜로 간다. 한 피치 너덜 끝나면 함부로 걸어도 좋을 완만한 능선의 숲길이다. 줄달
음한다. 설악산에는 더덕이 없으므로(대간거사 님과 메아리 님이 오늘도 확인했다) 사면 쓸어
해찰할 일도 없다.
나지막한 봉우리 넘고 넘는다. 낙엽송 숲 울창한 지계곡으로 떨어진다. 녹슨 안내판 있다. 마
장터에서 미시령까지 출입금지란다. 계곡 위 소로에 이르고 이 소로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소간령(작은새이령)이다. 우리는 계곡 물가로 내려가서 휴식 겸한 점심밥 먹는다. 사계 님이
오목한 양푼에다 끓인 라면이 만추(晩秋)의 맛 난다. 신마담이 타 주는 커피는 언제나 맛있다.
설악산 국립공원을 벗어난다. 물 졸졸 흐르는 계류 건너 사면을 오른다. 되게 가파르다. 더구
나 잔자갈이 바글거려 자주 뒤로 무른다. 잡목 번갈아 붙드는 것이 암벽 볼더링 다름이 아니
다. 고도 250m 높여 진입한 능선도 자갈길이다. 저기 올라가서 숨 돌려야지 잔뜩 벼른 공제선
은 신기루다. 번번이 저만치 있다.
바윗길 잠시 비치고 가시덤불이거나 잡목 숲이다. 사면으로 비켜 가다 사정이 나아졌을까 능
선에 들리면 기다렸다는 듯 옥죈다. 벗어나려고 땀 뺀다. 석축 쌓은 봉우리를 넘고부터 길이
뚜렷하다. 병풍바위봉까지 봉 3개를 넘어야 한다. 첫 봉우리를 직등했다가 가시덤불에 붙들
려 혼쭐이 빠지고 나서 좋이 길 따라 우회한다.
병풍바위봉(1,060m). 흘리 쪽에서는 병풍바위로 보이는 모양이다. 능선 길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울퉁불퉁한 바윗길이다. ┣자 능선 분기봉이기도 하다. 직진과 오른쪽은 백두대간 길이
다. 대로다. 펑퍼짐한 사면 우르르 내렸다가 냅다 오르면 왼쪽으로 백두대간 진부령과 알프스
스키장 가는 ┳자 갈림길이 나오고 바로 오른쪽 옆이 마산이다.
마산 정상의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간성 24, 2004 이설. 교대로 바위에 올라 조망 기웃한
다. 백두대간 길 벗어나 직진한다. 엷은 마루금이 임도다. 때 이르게 파장 분위기가 감돈다.
사광의 추색이 깔린 산길이 고즈넉하다. 가을을 간다. 파프리카 농장 나오고 흘리정보화마을
이다. 당초 계획했던 장신리 소똥령은 유야무야 되어버렸다. 그리로 가는 길은 야산일 것.
19. 뒤가 신선봉 정상

20. 소간령 부근 계곡

22. 스텔스 님

23. 흘리마을로 가는 길

24. 알프스스키장 주변

첫댓글 사계님! 위 아래로 멋 진 사진 건졌슴다0~
사계형님!! 웃는 모습이 참 천진난만해보이네요...
항상 멋진 후기 잘 보고 있습니다. 드류형님!!
신선봉에서 사계선배님 모습이 너무나 멋지네요.
늘 드류 선배님후기 잘 보고 있습니다.
사계 모두 멋지다고 날리인데 모델료 받아야겠네~ ㅎㅎ 술먹게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