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 모양의 산'이라는 의미의 몬세라트는 검은 성모상으로 유명한 수도원이 자리잡고 있는 기독교 성지이다. 가우디의 고향이 가까워서 산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수도원 안팎에 가우디의 작품도 여기저기 보인다. 바르셀로나에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만한 거리에 있으며, 여행사 일일투어로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 2023년 1월 27일
일찌감치 오늘 날짜 무료 입장권(검은 성모상과 소년 성가대 공연)을 끊어 두었으니 시간 맞춰 가기만 하면 된다. 지하철 타고 스페인 광장 가서, 기차로 갈아타고 몬세라트 Aeri 역으로, 거기서 산악 열차를 타고 수도원까지.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몇 정거장을 가도록 스페인 광장이 안 나오는 것이다. 공항 버스를 타고 카탈루냐 광장으로 올 때 스페인 광장을 거쳐서 왔으니, 당연히 카탈루냐 광장 지나서 스페인 광장이 있을 것이라고 엉뚱한 오해를 했었던 것이다. 나중에 지도를 자세히 보니 3호선 L3는 스페인 광장에서 크게 V자를 그리며 카탈루냐 광장으로 이어지고 우리 숙소 근처 리세우 역은 그 중간에 있다. 결론은 반대 방향으로 탔다는 얘기. 지하철 탈 때마다 방향 확인하고 탔었는데 오늘따라 왜 확인을 안 했을까? 여행 막바지의 방심?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어제 갔던 vallcarca역까지 가서 되돌아 왔다. 스페인 광장 역에 도착하니 (숙소에서 나올 때는 넉넉히 여유를 두었는데, 까먹은 시간이 너무 길어서) 원래 타려고 했던 10시 36분 기차는 놓쳤고, 결국 11시 36분 기차를 타게 되었다. 아이고 베테랑 여행자(자칭)의 망신이다.
시간이 남으니 지상으로 올라가 광장 구경이나 하자고, 실수 덕에 스페인 광장을 구경하게 되었다고 위안을 해 봤으나, 나중에 몬주익을 갈 때 어차피 들를 곳이었다는...
기차를 갈아타고 수도원에 도착하니 성가대 공연 시간인 1시가 이미 넘었다. 1시 15분쯤? 혹시나 하고 부지런히 뛰어가 물어보니 성가대 공연은 벌써 끝났다고 한다. (10분씩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6일만 한단다.)
검은 성모상은 2시 입장으로 예약했는데, 시간이 되자 티켓 검사도 없이 그냥 줄서서 들어간다. 검은 성모상에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나서 순례객이 많다고 하는데, 글쎄 소원을 이뤄주는 성모상과 그렇지 않은 성모상이 있으면 이상한 거 아닌가?
성모상 뒷편의 작은 예배당과
정면의 대예배당을 보고 나와,
주변을 구경하러 나섰다.
푸니쿨라를 타면 꼭대기에 있는 산 후안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겨울에는 (안전 문제?) 푸니쿨라를 운행하지 않는단다. 절벽 끝에 커다란 십자가를 꽂아 놓은 산 미겔 전망대는 걸어서 갈 수 있다. (우리가 타고 온 산악 열차 대신에 케이블카를 타고 수도원까지 오는 방법도 있는데, 케이블카도 동절기 휴업 중이다.)
구경하다 보니 원래 계획했던 4시 15분 산악 열차를 놓쳤고, 5시 15분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갈 때의 역순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