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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 8호 협회행사 및 회원 동정
탑골공원에서 나라사랑 시화전 및 시낭송회
10월 6일 오후 3시 탑골공원에서 <제2회 나라사랑 시화전 및 시낭송회>를 개최하였다. 시화전은 10월 6일- 12일까지 전시하였다. 10월 6일 오후 3시 개막식 행사에는 백여 명의 시인들이 참석하여 나라사랑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시에 담아 3,1 독립운동의 역사의 현장인 ‘팔각정’ 에서 <시낭송회>를 가졌다. 심상운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시인들이 민족이나 역사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시정신의 바탕’에 평화주의와 인도주의 정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하며 2차 대전 말기 자행된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인정과 사과와 배상문제, 일제시대 징용 당한 한국인들에 대한 보상 문제 등 한〮〮⦁일 간의 과거사 청산문제를 비롯하여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시낭송하는 이선시인> 엄연히 한국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의 침략주의적 의식을 거론하고, 분단시대에 ‘평화통일의 실현’은 이 시대 우리 민족이 성취해야할 과업이라고 하였다. 이날 탑골공원에 온 관람객들은 일일이 배너로 설치한 84명의 시화작품을 소리내어 읽기도 하고, 제목을 서로 말하며 꼼꼼하게 시를 읽는 모습이었다. 팔각정 계단에 시인들과 함께 앉아 시에 집중하여 듣는 사람, 맞은편 돌계단에 앉아 공연을 보며 박수를 치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등 관람객들도 밝은 표정으로 숙연한 시간을 함께 했다. 그러나 특별 이벤트 공연은 조용한 탑골공원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오정수시인의 성악을 비롯하여 이선 시인의 <숨은 꽃>퍼포먼스, 황은주시인의 플롯 연주 <타인의 계절>과 강변가요제 출신 가수인 전영칠 시인의 <가을 노래>는 부드럽고 애절하게 탑골공원 정원에서 수백 년 동안 나라의 역사를 지켜온 편백나
무 숨은 잎새까지 흔드는 듯했다. 최창순시인은 <진지하게 시를 읽는 관람객들>
<각설이 타령>에 부쳐, 독도사랑과 일본의 야욕을 해학적으로 규탄하여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조병무 시인은 ‘38선 한 맺힌/ 조국 산하의 갈림길에서/…그대 전사들이여/…오늘도 이 땅의 마디마디에 핏줄 되어…/산화한 젊음의 거룩한 정신/ 조국은 기억할 것’이라고 6․25 동란에 희생된 젊은이들에 대하여 애통해 하였다. 신규호 시인은 ‘탄압의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맨손으로 태극기만을 들고 민족의 정기를 세계만방에 드높였던 그날의 감격을 애국의 시로 아로새겨 이 자리에 게시한 오늘, 우리들의 가슴은 나라사랑하는 마음으로 끓어 넘칩니다/ 선열들이시여, 저희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제작한 시화를 애국선열 앞에 향불로 정성껏 바치오니, 굽어 살피시어 흠향하여 주소서.’라고 나라사랑 시인들의 단합된 마음을 봉헌하였다. 협회는 지난 3월 15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난민 북송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국정부에 대해 탈북난민들의 인도주의적 해결을 촉구하는 시낭송과 길거리 퍼포먼스를 벌인 바 있다.
1202년 협회 세미나 강원도 영월 김삿갓 축제와 함께 개최
주제 <한국현대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한국현대시인협회는 10월 19일 김삿갓 축제 중 중요한 ‘문학 세미나’ 파트를 주관하였다. 주제는 <한국현대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강원도 영월군에서는 10월 19-20일 이틀 동안 김삿갓 축제를 성대하게 개최하였다. 김삿갓 축제는 천재 방랑시인 김삿갓의 애국충정과 구름처럼 흘러가는 인생무상을 풍자적으로 노래한 김삿갓 시인의 시적을 기리는 행사다. 김삿갓 축제는 영월군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문화 사업으로 정착하여 전국에서 많은 문인들이 참석한다.
오후 2시30분 <영월문화회관 - 락앤 홀>에서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 앞서 심상운 이사장의 인사말씀과 조병무 평의원의 축사, 박선규 영월군수의 축사 뒤 현대시협에서 준비한 도서기증과 감사패를 전달하였다. 심상운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하이퍼시(hyper poetry))를 화두(話頭)로 한 현대시의 기법변화’에 대한 세미나는 한국현대시의 고착화(固着化)된 기법에서 벗어나서 21세기의 감성과 감각에 어울리는 현대시의 기법을 모색하고 연구하여 발표하는 자리”라는 것과 “참여하신 모든 분들은 적극적인 질의응답을 통해 소통(疏通)과 공감(共感)의 마당을 함께하시고 시 창작에 활용하는 바가 있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이번 영월 행사를 유치한 정유준 상임이사는 <마이웨이>를 섹소폰으로 멋들어지게 불며 세미나의 서막을 알렸다. 박선규 영월군수, 고진국 강원도 도의원, 영월문인협회 회장의 환대에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현대시협 시인들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선 시인은 남편이 이선 시인이 작사한 가곡 <인연>을 부르자 검정옷을 입고 검정색과 흰색이 반반 섞인 머플러를 휘날리며「청령포」퍼포먼스를 하였다. 이어서 가영심, 정호, 김선진 시인이 영월의 자연과 김삿갓을 칭송하는 시낭송을 하였다.
세미나 토론주제는 <현대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통 서정시와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의 실험시인 하이퍼시론을 비교분석하여 오양호(문학평론가. 인천대 명예교수)는「 ‘하이퍼 시’의 시사적 위상과 그 미학」, 김석환(명지대학교 문창과 교수)은 「한국 모더니즘 시의 흐름에 대한 고찰 - 시적 구조의 구축과 탈구축의 양상을 중심으로」주제발표와 토론을 하였다. 오양호 교수는 월간「시문학」을 중심으로 하이퍼시 운동을 펼치는 시인들을 1930년대의 시문학파와 연계시키며 ‘신시문학파’라고 명명(命名)하면서 하이퍼시를 21세기의 ‘새로운 시학’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프레이저(Frazer)의 ‘지속과 변화’를 근거로 하이퍼시의 신기성으로 인한 소통불가한 점을 지적하였다. 김석환 교수는 전통시의 단일한 주제에 반하여 하이퍼시는 복잡한 다선구조를 가지고 시 쓰기의 새로운 표현과 방법론을 실험적으로 제시한 업적을 인정하며 확장적인 눈으로 하이퍼시를 바라보았다. 다선구조의 대표적 하이퍼시로 심상운 시인의「헤드라이트」와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시의 맨 앞부분에 제시한 이선 시인의「프리다 칼로 2 - 자화상 ․ 다친 사슴」을 디카시와 패러디 시에 비교하며 시창작의 새로운 방법론을 수용하였다. 그는 어떤 장르든 감동을 주는 수준 높은 시가 좋은 시라는 결론을 내리며 서정시와 하이퍼시를 아울렀다. 최진연 시인의 노련한 진행이 돋보였다. 정호 시인과 김예태 시인의 예리한 질문으로 강의를 듣는 시인들은 하이퍼시에 대하여 더 쉽게 이해하였다.
김삿갓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김삿갓 문학관> 마당에서 마을 주민과 관광객, 시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갖는 마당놀이와 두루마기와 삿갓을 쓰고 긴 나무 지팡이를 짚고 옛날 김삿갓 모양을 재현하며 와석리 김삿갓묘를 지나 김삿갓이 거처하던 집까지 갔다오는 행사다. 두루마기를 입고 서로 모습이 멋지다며 칭찬도 하고 사진도 찍고 흥겨워서 난리법석이다. 마대산 깊은 산중에 있는 주거지는 작지만 반듯한 삼간 기와집이다. 지금은 자칭 김삿갓이라는 풍채 좋은 사람이 혼자서 주거하며 관리하고 있다. 김삿갓이라도 된 듯하지만 정작 김삿갓처럼 즉흥적 시상은 쉬 떠오르지 않는다. 역시 시선은 김삿갓 하나뿐이다. 그러나 짝퉁이면 어떤가. ‘외씨버선 길 걷기’ 이벤트는 재미있고 뜻깊은 행사다.
한국현대시인협회 시인들은 김삿갓묘에 모여 선조 시인 김삿갓의 슬픈 생애를 생각하며 묵념을 올리고 바쁜 일정으로 어제 시낭송을 하지 못한 권희자, 여한경, 배학기, 한연순 시인이 시낭송을 하였다. 김삿갓 묘 앞에서 시낭송을 하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모두 숙연하여졌다.
영월의 가을산은 깊고 붉고 초록이 진하다. 동강은 깊고 산은 높아 신선이 사는 곳 같다. 영월 문학기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고씨동굴> 이다. 30분만 보고 나오라는 정유준 상임이사의 말과는 달리 <고씨동굴> 곳곳이 비경이며 절경이다. 마지막 정점까지 찍어야 그 맛을 안다. 임진란 때 고씨들이 난을 피했다는 석회동굴은 머리를 부딪칠 만큼 좁고 협착하다. 캄캄한 굴속이라 화이바를 썼기에 망정이지 낮은 동굴천장에 부딪쳐 머리가 수십 번 깨어질 뻔했다. 그러나 <석주>, <만물상>, <오백나한상>, <무량탑>, <선녀못> 등을 못 보면 영월을 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마와 등, 머리까지 몸이 다 젖어 등산길을 다녀온 것 같다. 처음에는 입장료 6천원이 비싼 것 같아 아까웠는데 동굴을 나오며 10만원을 내라고 해도 또 간다고 외쳤다.
영월에서 먹은 맛있는 곤드레밥과 메밀만두, 막걸리맛을 시인들은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다시 그리워하였다. 김삿갓묘에서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하면서 계속 시흥에 젖고 싶다고 시인들은 외친다. 주말 교통정체가 염려되어 일찍 떠났지만 짧은 추억으로 남기기엔 미련이 남는다. 시스타 호텔 뒷산의 장려한 바위들이 터진 모양과 멀리 물줄기가 계곡을 따라 휘돌아나가는 모습까지. 정말 한 폭의 그림이다.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은 사진처럼 선명하여 또 그립다. 우성식당의 곰탕, 해장국 맛도 잊지 못할 것. 서울에서는 찾을 수 없는 국물 맛, 사람 사는 맛이 영월을 매년 찾게 한다. - 정호 사무차장
✿ 시집 발간 및 수상 소식
❤ 김정현 시집『광야에 떨어진 풀씨』(2011년 12월28일 도서출판 화백) 강기옥 (시인)은 해설에서 “김정현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남달리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며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해야 할 신앙적 소명이 많은 사람이다.“라고 했다.
❤ 정연석 시집 『어눌한 바람 부는 카페까지』(2012년 4월 20일 시문학사) 문덕수(시인⦁예술원회원)는 ‘서문’에서 “시야의 넓이와 함께 그 시야를 점유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물의 다양하고 풍성한 감각적 육질(肉質)이 존재합니다. 커피라는 음료도 기호품이라는 선을 넘어서 자신의 의식 속의 영역까지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런 경지에까지 이르지 않았는가 여겨집니다.”라고 했다.
❤ 고창표 시집『산모롱이 돌아가며』(2012년 6월 28일 오감도) 심상운 (시인)은 해설에
서 “이 시집에 수록된 86편의 시편들은 시인의 인생경험이 쌓여서 이루어진 시편들이다. 그리고 어떤 기법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기 육성에 충실한 시편들이다. 그래서 자유로운 감정의 분출, 일상생활 속의 사유와 잠언, 사물성의 미적 감각 등의 언어들이 다양하게 혼재되어 빛 을 발하고 있다.”고 했다.
❤ 황주영 시집『개똥벌레, 번호를 밟다』(2012년 6월 30일 도서출판 문예촌) 신규호 (시인)은 해설에서 “황주영시인의 시는 낭만적이면서도 지성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풍자적이라, 과거적 경향과 현대적 경향을 교묘하게 아루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 김연식 제22시집 『우주의 새가 되어』(2012년 7월6일 드림) 김연식(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둥지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새들의 가벼운 날갯짓처럼/영원한 허공으로 날아 오르는/우주의 새가 되어/꿈길로만 향하는 /청정심은 새벽하늘에/반짝이는 샛별이어라.”고 했다.
❤ 이도경 시집 『포도원을 허는 여우가 있어』(2012년 7월 30일 시문학사) 문덕수(시인⦁예술원회원)는 서문에서 “이도경의 묘사(묘사)는 매우 생동적이고 구체적이나, 이도경이 지각한 사물존재의 시간성, 외부성, 가시성이 여러 국면에 걸쳐, 설령 기억은 상기나 재인이라고 하더라도 과거에 그가 실제의 사물을 보고 체험한 그 존재와 일치를 위하여 노력한 자취를 보여준다. 이것은 사물시나, 요즘 흔히 논의 되고 있는 하이퍼시의 출발점에 대한 중시와 일치하는 것으로 감지된다.”고 했다.
❤ 최진연 영문시집 『AUTUMN PRAYER』(2012년 8월 GOOD WORKS) 시 번역은 원응순 교수 감수는 최연홍 시인이 했다. 최진연 시인은 9월 15일 경주에서 열린<국제펜대회>에서 외국시인들에게 시집을 증정하여 좋은 반응을 받았다고 한다.
❤ 최금녀 시집/『길 위에 시간을 묻다』(2012년 8월 31일 문학세계사) 이경표 (문학평론
가) 는 해설에서 “시인은 단순명료하게, 활달하게 사물의 혼까지 치고 들어가는 여시아문(如是我聞) 서정의 한 정점에 이르렀다.”고 하면서, 낯선 세상에서 태초인 양 처음 보고 만나 어우러진 것들을 감동으로 전하는 책이 『길 위에 시간을 묻다』이다.“ 라고 했다.
❤ 정민호 시집 『그늘』(2012년 9월 30일 도서출판 뿌리) 정민호 (시인)는 ‘시인의 말’에서 “나는 항상 내가자란 비학산(飛鶴山) 산그늘을 생각한다. 옛날 할아버지의 크신 그늘과 부모님의 큰 은혜를 생각한다. 내가 문인이 되게 밀어준 그 크신 분들의 ‘그늘’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도 그 그늘 밑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 부산시문학 시인회 한중일 대역 시집『부산의 시 아시아로 날다』(2012년 10월 1일 도서출판 두손컴) 강남주 강정화 고훈실 김인권 김지숙 배기환 백영희 송인필 윤정숙 이몽희 이병구 이혜화 이효애 장대규 장동범 조민자 조영희 최지인 탁영환 한경동 등 20인의 사화집. 일본어번역 손동주(부경대 교수) 중국어번역 김남희(부산외국어대 교수). 강남주 시인은 발간사에서 “시를 창작하고 사랑하는 부산 시문학시인회는 세계가 함께하는 아름다움을 더불어 나누어 갖고자 했다. 그 출발의 20주년을 맞으며 세계를 향하여 실천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세계를 향한 탄탄한 출발점으로 하고자, 부산 시문학 시인들의 작품으로 중국어와 일본어 번역판부터 내기로 했다.”고 했다.
❤ 이아영 전자시집『 돌확 속의 지구본』(한국문학방송.com)
❤ 조영희(부산) 해양문학상 장려상 수상
❤ 장영준 시집/ 『답을 몰라 술래만 했다』(한맥)
✿ 별세 소식
❤ 김인섭시인 2012년 8월3일 별세. 고인은 1991년 본협회의 사무국장을 역임한 바 있어서 <한국현대시인협회>의 이름으로 조의 화환을 증정하였음.
❤ 박재릉 평의원 2012년 8월28일에 지병으로 타계하심. 향년 76세. 협회에서는 평의원
이사장단 중심으로 추도식을 거행함.
박재릉 평의원의 장례식 전날인 8월 29일 저녁 7시,경건한 분위기에서 엄숙하게 추도식이
거행되었다. 고 인이 지켜보시는 영안실 우측 제상에 <한국 현대시 7 호>를, 좌측에는 이
선시인이 NGO 신문에 발표한 박 재릉 시인의 평론을 올렸다.그리고 이선 사무국장의 사회로 추도식을 거행했다. 참석한 시인과 상주인 가족들은 시종 엄숙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고인에 대한 추모의 정을 함께했다. 심상운 이사장이 형님의 상을 당해 참석하지 못해 이사장의 추모사를 손해일 부이사장 대독했는데, 추모사에서 심상운 이사장은 박재릉 시인의 시를 조명하고 춘천고 선배인 박재릉 시인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전하며 후배 시인들도 선배의 시 정신을 이어받아 열심히 정진할 것을 고인께 약속드렸다. 추모사 낭독 후 상주인 사모님과 두 딸과 사위 분을 소개하였고, 이어서 최은하 평의원의 절절한 조시 낭독과 신세훈 평의원의 상세하고 애정이 담긴 조사가 있었다. 신세훈 시인은 서정주 선생님과 얽힌 비화와 박재릉 시인의 비상한 시세계를 소개하여서 모두 숙연한 마음으로 경청하였다. 약력보고는 정유준 상임이사가 낭독하였고 이어서 고인의 시를 낭독했다. 노유섭 부이사장은 <내 눈 뜨는 날>, 강정화 부이사장은 <꿈꿀 땐>을 절절하게 낭독하였다. 무속적인 독특한 시세계는 광기에 가까워 듣는 이들을 오싹하게 하였다. 특히 한국인의 죽음을 흡사 곁에서 지켜보는 듯, 상세하게 기술한 시들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끝으로 이선 사무국장이 NGO신문 <시가 있는 마을>에 연재했던 박재릉 시인의 <저년을 잡아라> 전문을 낭독하고 짧게 쓴 단평을 읽으며 세계적으로 유일한 독특한 무속시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독창적 시인 고 박재릉 시인의 특성을 기렸다.
2012년 8월 30일 (글: 이선 사무국장)
<박재릉 시인의 약력>
1937년 강릉출생. 춘천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1961년 자유문학으로 문단에 등단.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 역임.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 및 평의원.국제펜클럽 자문위원
<주요시집>
‘작은영지1집(1963)’ ‘작은영지2집(1964)’ ‘꺼지지 않는 잔존(1965)’ ‘밤과 연화와 상원사(1972)’ ‘망부제(1992)’ ‘삭발하고 분바르고(2002)’ ‘박재릉시99선(2005)’ ‘박재릉 시전집(2008)’ ‘가야의 혼( 2011)
<작품경향>
*박재릉의 시는 문명비판과 서구고대신화에 대한 구신적 세계를 보임.
*아무도 다루어 보지 못한 한국 저변의 무속적 세계를 시로써 엮을 수 있다는 길을 열어 놓았으며 한국적 낭만주의 시의 한 방향을 교시하였다.
*무속시의 저변확대와 민속적인 세계의 심도를 가중하였다.
*무속시 세계의 현실화와 더불어 미당 서정주의 전통시를 계승하고 있다.
박재릉 시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지만 2009년 봄 전북부안 내소사 숲길을 함께 걷던 기억이 어제일 같은 데, 박재릉 시인님의 별세 소식은 우리 후배시인들의 가슴에 커다란 슬픔을 안겨 줍니다. 그러나 오랜 병환 중에도 시에 대한 집중을 잃지 않고『가야의 혼』을 상재하여 2012년 13회 청마문학상 본상을 수상하신 그 열정에 저는 시인의 귀감(龜鑑)을 생각하며 추모의 말씀을 드립니다.
1961년 <자유문학>에 등단하여 1972년『밤과 연화와 상원사』라는 무속시집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신 박재릉 시인은 51년의 시작활동을 통하여 ‘한국무속시’라는 영역을 개척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단법인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으로 시단 발전에 큰 공적을 쌓으셨습니다. 그래서 한국현대시인협회 편집위원들은 회의를 통해서 2012년 상반기「한국현대시」에 박재릉 시세계를 조감하는 특집을 꾸미기로 했습니다. 병상에서도 그 책을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현대시에서 인간의 사후(死後)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그것을 생생한 현실로 보여주는 박재릉의 시는 무속시(귀신시)로서 독보적 위치에 있습니다. 이성(理性)을 넘어선 무당(巫堂)의 의식(意識)으로 귀(鬼)의 세계를 포착하고 있으며 그것을 시 속에서 생동하는 현실감각으로 동영상화(動映像化) 하고 있습니다. 현대시에서 이러한 무당의식(巫堂意識)의 표출은 이른바 무의식(無意識)에서 생긴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쓰는 초현실주의 시의 기법인 오토마티즘(automatism 자동기술법)과 결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박재릉 시인의 무속시(귀신시)는 인간의 무의식(無意識)속에 잠재된 원천적인 욕망(慾望)으로부터 나온 포에지(poesy)라는 것과 우리민족의 토속적인 샤머니즘(shamanism) 세계의 시적 형상화란 점에서 한국현대시의 역사에 독보적인 시로 기록될 것입니다.
저는 평론을 쓰면서 박재릉 시인의 샤머니즘 시에서 무엇보다도 용암같이 분출되는 뜨거운 시적 에너지를 중시하였습니다. 그것이 시속에서 급박하고 뜨거운 리듬과 호흡을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편들 속에는 이미 선(善), 악(惡), 미(美), 추(醜)의 관념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죽음의 세계에서도 알몸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인간 영혼의 원초적인 생명력입니다. 박재릉의 시는 그 속에 깊이 들어가서 그 혼(魂)의 알몸들을 밝은 세상에 드러내어 뜨거운 전율의 감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시인의 내적의식과 원초적 에너지의 만남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박재릉 시인은 후배시인들에게 이 시대 시인의 자존심과 ‘시인은 시로서 말할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가셨습니다. 저는 춘천고등학교 후배로서 그 뜻을 더욱 가슴에 깊이 새깁니다. 한국 현대시에서 시의 공간(이승에서 저승으로)을 확장하고, 한국의 토착적인 샤머니즘의 시세계를 당당하게 펼쳐서 보여주고 가신 박재릉 시인이여. 이승의 일은 다 잊어버리고 저승의 아름다운 연화(蓮花) 속에서 영면하시기를 합장합니다.
2012년 8월 28일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심상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