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2. 수. 戊申날
편재 병지, 편관 록지, 신유공망, 지살
천간에 무가 와서 갑. 무. 경 삼기.
지지에 신이 와서 자형, 신자 합수, 신술 격각.
눈뜨자마자 재난문자가 날아오기 시작하더니 오후 내 문자폭탄이다.
초강력 태풍이 영남을 치고 지나간다고 국가재난본부, 경북도, 영덕군청까지 끊임없이 문자를 날려댄다.
TV를 보니 부산, 창원은 비바람이 엄청 몰아치던데 이곳은 새벽 5시에 태풍이 통과한다더니
간헐적으로 비가 오다 말다 한다.
아무튼 오늘은 지살, 제대로 냉장고를 채웠다.
요즘은 ‘강’에서 ‘싱싱’으로 온도를 내렸는데도 냉장실에 얼음이 얼 정도(차라리 어는 것이 백배 낫다!!!)
냉장고가 잘 돌아가기 때문에 그 하나를 믿고 오늘은 욕심을 냈다.
김치가 떨어진 지 오래라 시장 반찬가게부터 들렀다. 갓 담은 듯한 오이소박이가 눈에 띈다.
이건 약간 시어도 비빔국수에 넣어 먹을 수 있다.
바로 하나 챙기고 딴 것도 살펴보다가 매운 고추지도 챙겼다. 쫑쫑 썰어 김밥을 싸면 매운고추 김밥이 된다.
하나를 사도 듀얼로 활용할 수 있는 찬이 나의 몫이다.
배추김치는 한 포기 남은 것이 가격에 비해 오래 묵은 듯 보였고
무김치는 알타리부터 섞박지까지 골고루 있었지만 요즘은 무가 좀 맵다고 하시니 주저주저. 정작 김치는 사지 못했다.
채소는 요즘 너무 비싸다. 가시오이가 2개 포장된 것이 1800원. 그나마 지난 주 3600원까지 뛰었는데 좀 내렸다.
양배추도 주먹만하게 자른 것이 2000원이란다. 이런! 욕 나올 뻔 했다.
양배추는 제일 중요한 식이섬유 공급원이라 내게 밥과 같다.
하여 이전엔 성인 머리 만한 양배추를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서 잘라 소포장해두고 먹었는데
냉장고가 부실할 때는 여러 번 썩혀 버려야했다. 먹을 걸 버리는 속쓰림이라니...
그래서 좀 비싸더라도 커팅한 양배추를 자주 사먹자로 노선을 바꿨는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 비싸다.
엄마들은 옛날 그 가벼운 지갑으로 어떻게 매일 다른 밥상을 차려냈을까.
통영이 고향인 엄마는 가을 겨울이 되면 고구마 빼때기(얇게 저며 말린 고구마)와 콩, 팥, 조를 넣어
빼때기 죽을 끓여주셨다. 늙은 호박죽은 좋아라 했지만 이 거무튀튀한 죽은 늘 밀쳐내곤 했다.
차라리 팥만 넣고 팥죽을 해달라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빼때기 죽이 너무 너무 먹고 싶은 거다.
팥죽, 호박죽은 흔해도 빼때기죽은 아는 이도 없었다.
엄마 가시기전에 레시피를 알아둬야 했는데 지금은 먹고싶어도 재현이 안된다.
예전 TV 여행프로그램에서 통영의 토속음식으로 빼때기죽을 소개하는 걸 보았다.
지역 재래음식이 되어 일부 식당에서 끓여내는 별미로 변신해 있었다. 결국 통영 가서 먹어야하나보다.
이전엔 엄마가 해준 빨갛게 끓인 소고기 뭇국이 너무 먹고싶어서 좋은 양지를 사다 끓여보았는데
남동생이 먹어보곤 고개를 잘잘 흔든다. 그 맛이 아니란다. 이런...!!
비주얼과 맛이 비슷하지만 아닌 건 아니라는...
그 데미지 이후 차라리 비슷한 육개장을 사먹지...하며 재현을 포기했다.
그래도 찬바람이 불면 엄마 뭇국과 빼때기죽, 호박 찌짐, 자재미 구이가 그립다.
나이 먹을수록 먹을 수 없는 것들이 자꾸 먹고 싶다.
기억은 자꾸 소실돼가는데 잊었다 생각한 입맛은 더 생생해진다.
요즘처럼 먹고 싶은 게 없고 뭘 먹어도 심드렁할 때는 더 그렇다.
두려움과 주저함 없이 뚝딱 뚝딱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내는 아낙네의 패기가 부럽다.
갑자기 훅 허기가 진다.ㅠㅠ
첫댓글 다음세대까지 전해지지 못할 음식들이 꽤 있을듯합니다.
저도 나이50인데도 김치도 담아본적이 없구. . . 다른건 말할것도 없구요.
눈뜨면 벌어먹으러 나오다보니 진득히 뭘 슬로우푸드를 만들 엄두를 못냈던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