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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은 안쪽 면과 바깥쪽 면이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그것만 잘 확인해서 하우스에 끝단을 일단 걸친다. 그러고 나면 양쪽에서 모퉁이를 잡고 끌면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 별것 아니구나 싶었다. 문제는 비닐을 중간쯤 끌고 가서부터다. 새벽에 파이프에 앉은 이슬 때문에 아무리 힘껏 당겨도 비닐이 끌려오지 않는다. 팔이 빠지도록 힘껏 잡아당겨도 오히려 발이 미끄러질 뿐 비닐은 꿈쩍도 않는다. 결국 6명이 총동원돼 중간에서 조금씩 당겨주면 끝단을 다시 당기는 식으로 겨우 씌울 수 있었다. 비닐 한 동 씌우고 나자 아주 진이 빠졌다. 팔이 얼얼하고 손은 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런데 쉴 틈도 없이 곧바로 마구리 부분 비닐 고정작업에 들어간다. 자칫 바람이라도 불면 힘들게 씌워둔 비닐이 훌러덩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비닐을 씌우고 고정하는 작업까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사철과 하우스 클립을 준비한다. 그리고 마구리 부분부터 비닐 고정작업을 시작한다. 하우스와 비닐의 중심을 잘 맞춘 상태에서 마구리 윗부분 사철부터 끼운다. 다음으로 한쪽 측면 개폐축에 하우스 클립으로 비닐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반대쪽 측면 개폐축에도 비닐을 고정하는데, 이때 비닐이 울지 않도록 최대한 팽팽하게 고정해야 한다. 그래야 하우스 어깨 사철을 끼운 후에도 울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 작업도 클립 하나 고정하는 것은 별일 아닌데, 같은 작업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하다 보면 손바닥에 멍이 생길 법 하다. 농사일은 정말 계속되는 반복작업의 연속이고, 그래서 참 힘든 게 아닌가 싶다. 클립 고정이 끝나면 이제 하우스 어깨에 사철을 끼우는 작업을 한다. 사철을 패드에 끼울 때는 비닐이 상하지 않도록 별도의 보호필름을 덧대고 끼운다. 사철 끼우는 작업도 처음엔 별로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사철을 아래위로 흔들며 패드에 끼워 넣다 보니 사철 반대쪽 끝단에 간혹 찔리기도 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작업 또한 계속 반복하다 보니 손가락이….ㅜㅠ; 일단 마구리와 어깨 사철을 모두 끼우고 난 후, 곧바로 2동 비닐 씌우는 작업에 들어간다. 2동 비닐 씌우는 작업은 안개도 걷히고 이슬로 모두 말라 훨씬 수월하게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만,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혹여나 비닐이 뒤집히지 않을까 긴장하며 작업해야 했다. 비닐을 씌운 후 1동과 마찬가지로 마구리 사철 끼우고, 개폐축에 클립 걸고, 어깨 사철 끼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드디어 1, 2동 모두 기본적인 비닐 씌우기 작업을 끝냈다. 이제 개폐축에 말려 올라갈 측면 비닐을 마구리 부분에서 깔끔하게 잘라주고 문도 달아준다. 오후에는 하얀 직조 필름을 고랑에 까는 작업을 진행했다. '타포린'이라고 하는 비싼 필름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검은색 제초매트가 아닌 비싼 타포린을 까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토지의 배수가 원활하지 못한 탓에 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란다. 며칠 전에 내린 빗물이 아직 다 빠지지 못하고 질퍽한 상태라 배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타포린을 깔고 나면 이제 또다시 파이프에 고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2인 1조가 되어 한 명이 앞에서 수평을 잡아주고 또 다른 한 명이 클립을 끼운다. 매번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다 보니 이번엔 허벅지가 터질 것만 같다. 그래도 오전에 이슬 내린 비닐 씌우는 작업에 비하면…, 훗! 오후가 되자 비닐을 씌운 하우스 내부 온도가 가파르게 오른다. 그래서 임시로라도 개폐기를 달기로 했다. 우선 자동개폐기 모터를 언박싱(?) 하고 컨트롤 박스도 열어 임시로 전선을 연결한다. 개폐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힘든 것은 별로 없다. 다만, 처음 조립하고 설치하다 보니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좀 헷갈릴 뿐…. 자동 개폐기 설치를 마치고 개폐 범위를 설정하는 소위 리미트 세팅을 한다. 개폐기가 완전히 닫힌 상태에서 다이얼을 모두 0에 맞춘다. 그리고 열림 모드에서 열고 싶은 측창 높이까지 다이얼을 수동으로 조작해 설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