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학기 교육공학 마지막 기말 대체 과제로 직관 경험담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다.직관경험담이라 하여 처음에는 되게 고민이 많았다. 내가 살면서 직관적으로 살았는지 합리적인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생각하며 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나의 직관경험담은 무엇인지 고민을 하다가 지난 겨울 뜬금없이 해외 여행을 가게된 일이 떠올랐다. 여행 준비, 시작, 여행 중, 마지막까지 합리적 사고가 아니라 직관적 사고가 나의 여행을 지배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 여행을 이번 과제의 주제로 삼았다.
2019년 2월 10일 나는 당시 호텔 카운터 알바를 하고 있었다. 알바가 끝나고 집에 10시쯤 들어갔는데 엄마랑 누나가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야 곽찬 너 유럽가젠?' 이라고 했다. 나는 어리둥절했는데 정말 바로 2월 16일 출국하는 일정으로 유럽 여행을 가지 않겠냐고 하는 것이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원래는 누나랑 누나친구가 같이 유럽여행을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여행 계획 과정에서 누나와 누나친구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약간 다투었고 그 친구가 여행 6일전 자신은 안가겠다고 선언을 했던 것이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누나 혼자 유럽에 보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생각하셨고, 누나는 유럽을 너무 가고 싶어했기 때문에 나를 붙여 조금은 안전한 여행을 생각하셨던 것이었다. 이때 나는 직관적으로 아 가고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친구들과 약속도 있고 여러가지 제주도에서 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고사했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유럽을 가게되었다. 2월 16일 제주에서 김포공항으로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간 후 인천에서 모스크바로, 마지막으로 모스크바에서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너무나 즉흥적인 여행이었고 사전 조사가 부족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우리의 일정은 프라하에서 3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3일 그리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4일 이렇게 여유 있게 자유여행을 하는 일정이었다. 이제껏 나는 여행을 가면 어디갈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해봐야하는지 찾아보는 여행을 갔었다. 그런데 누나는 다소 즉흥적인 여행을 좋아해서 중간 중간 가이드 투어만 빼면 거의 즉흥적으로 여행을 했다. 이제는 어떤 즉흥적인 여행을 했는지 말하고 싶다.
우선 먹을 거리는 정말 즉흥적으로 먹었다. 인터넷 맛집을 찾기 보다 현지 가이드 분께 추천받은 꼴레뇨 맛집에 가고, 숙소 앞 분위기 있어 보이는 수제버거 집에도 갔다. 마트에서도 검색 없이 직관적으로 먹고 싶은 것을 사고 아무 물이나 사고 그랬다. ( 그래서 생수르 사지 못하고 탄산수를 많이 샀었다.) 나는 누나에게 좀 찾아보고 먹으러 가자고, 맛없으면 안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누나는 그냥 먹어보고싶은 거 먹자 그냥 끌리는대로 살자 라고 하면서 직관적으로 행동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누나는 정말 직관적인 사람인 것 같다.
두번째로는 여행 일정이다. 관광지 같은 곳은 현지 가이드 투어를 통해 대략적으로 구경했다. 부다페스트 야경 투어나 오스트리아 궁전 투어 같은 곳은 투어를 통해 도시의 분위기, 이 곳의 역사적 배경,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을 들으며 여행했고 나머지 다른 자유 일정에서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눈에 보이는 곳을 찾아가며 구경했다. 처음엔 많이 걷고 힘들었지만 스마트폰 검색으로 어디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곳 best 3! 이런 곳이 아닌 그냥 현지인들이 가는 장소, 그냥 유럽의 분위기를 풍기는 장소에 많이 갔기 때문에 굉장히 만족한다. 수업의 내용과 접목 시켜보면 사람은 합리적인 것 보다 직관적인 것에 더 맞다는 수업 내용과 나와 누나의 직관적이었던 유럽 여행이 같다고 느꼈다. 유럽 이전에 누나는 아빠와 방콕에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도 누나의 리드 아래 직관적으로 여행을 했었다고 한다. 그당시 아빠의 만족족도가 굉장히 높았는데 나 역시도 누나의 직관적인 여행법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직관적인 여행 일정으로 경험했던 두가지 일을 적어보자면 첫번째는 헝가리 축구를 직관했다는 것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페렌츠바로시라는 팀의 경기를 구경했는데 경기장이 숙소에서 20분밖에 걸리지 않아 자유여행날에 그냥 거기를 가게 되었다. 내가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자 누나가 그럼 가자! 해서 당일날 결정하고 바로 축구를 보러갔었다. 경기장안에는 정말 동양인이 누나와 나 둘뿐이었다.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경기에서 이기고 있자 웃으며 인사도 해주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비엔나에서 경험했던 발레 공연이다. 비엔나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매일 오페라, 발레 등등 여러 공연을 한다. 좌석이 굉장히 비싸지만 비엔나의 학생들, 여행객들을 위해 입석을 2~300석 정도 준비한다고 한다.(가격은 3~4유로, 다른 좋은 자리는 50유로 이상이라 한다.) 우연히 가이드 투어를 통해 듣게 되어 오페라 공연을 보러갔다. 7시 공연인가 해서 5시부터 대기를 했는데 우리 앞에도 엄청난 인원의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입석으로 가보니 사람이 꽉차있어서 도저히 공연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누나는 그냥 마트가서 저녁거리랑 내일 아침거리를 사고 숙소에 갔다오자, 그리고 브레이크 타임에 다시와보자 사람들이 분명 빠질것같다고 하여 그냥 마트에가 장을 봤다. 다시 8시쯤 오페라 극장에 갔는데 정말로 사람들이 꽤 없어져있었고 우리는 무대가 잘보이는 자리를 차지해 그날 공연했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직접 보게 되었다.
지난 겨울 나는 정말 우연히, 운좋게 유럽 여행을 했다. 계획이 거의 없던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조금 걱정했었지만 직관을 통해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만약 내가 합리적인 사고에 갖혀 유럽여행을 포기했더라면 어땠을까. 혹은 유럽여행에 가서 다수가 하는 여행일정에 따라 합리적인 선택만을 하려했다면 내가 헝가리 축구를 볼 수 있었을까? 백조의 호수를 볼 수 있었을까?
우연히 보게된 헝가리 축구리
운좋게 본 백조의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