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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곳은 안녕하신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듯 하지만 기억 속에서 다소 멀어진 인천의 공간들이 있다. 넓은 공간을 쓱~ 한 번에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을 다시 걸어보고자 한다. 걷다 보면 점(點)은 선(線)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모이면 다시 넓은 면(面)을 싹~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인천, 걸어서 쓱~싹~이다. (편집자 주) |
▲북성포구의 일상
사람들은 이곳을 북성‘부두’라고 부르지 않는다. 북성‘포구’라고 한다. 사전적으로 보면 부두(埠頭)는 바다나 강기슭에 배를 대어 뭍으로 사람이 타고 내리거나 짐을 싣고 부리도록 마련된 곳이다. 포구(浦口)는 배가 드나드는 개의 어귀이다.
그냥 느낌상으로 해석해 본다면 부두는 인공적으로 갖가지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고 포구는 오랜 세월 그곳을 이용한 사람들이 편하게 쓰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뱃터가 아닐까 싶다.
▲북성포구 한 켠에 세워진 어구
북성포구는 고깃배가 제 편한 대로 아무렇게나 닿는, 그런 야매(野昧)한 공간이다. 도시의 뒷간 같은 이 후미진 곳이 ‘고양이를 부탁해’ 이후 사람의 발길을 잡은 인천의 명소가 되었다.
이 포구의 매력 요소 중 하나는 ‘선상 파시’이다. 갯골 따라 물이 슬금슬금 들어오면서 고깃배들을 뭍으로 밀고 온다. 밀물이 들어오는 물때에 맞춰 사람들이 바다 쪽을 향해 길게 줄지어 어선들을 기다린다.
▲도심 속 선상 파시
▲선상 파시
고깃배들이 포구에 닿자마자 사람들은 어선 위로 앞 다퉈 올라가 어부와 직거래 흥정을 한다. 사는 사람, 파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물고기 한 점 노리는 갈매기 떼의 울음소리 등으로 사방이 시끌벅적하다. 그야말로 난장(亂場)이 벌어진다.
선상 파시는 한 시간 남짓 반짝 열린다. 물고기를 다 팔지 못한 어선은 스크루를 을 다시 힘차게 돌린다. 썰물에 배가 묶이면 낭패다. 남은 물고기를 팔기 위해 서둘러 소래포구로 선수를 돌린다.
▲북성포구의 노을
고깃배가 떠나고 난 후, 해가 뉘엿뉘엿 기울면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카메라를 든 출사족들이다. 이곳은 아마추어 사진 동호회원에게 입소문이 난 곳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이라면 일몰 포인트야 어디야 없겠냐마는 이곳은 좀 색다르다. 하루해가 떨어지는 그 붉은 배경에 울퉁불퉁 근육질 공장의 실루엣이 멋지게 걸친다. 때마침 굴뚝에서 연기라도 나면 셔터 소리는 더 요란해진다.
8월 말까지는 금어기(禁漁期)이다.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기간이다. ‘선상 파시’를 구경하기 위해 요즘 북성포구에 온다면 헛걸음이다. 바닷가에 낚싯대 드리운 강태공들의 한가한 모습만 볼 수 있다.
대신 한가한 포구에서 출어를 준비하며 그물망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주단을 깔아 놓은 듯 한 붉은 그물이 파란 하늘과 멋지게 대비된다.
▲그물 손질하는 어부
▲머지않아 사라질 수상 횟집
요즘 북성포구의 한 켠은 공사판이다. 친수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매립공사가 한창이다. 육지 깊숙이 들어왔던 갯벌 수로의 일부가 2021년에 땅으로 변한다.
다행히 고깃배가 닿는 곳 바로 앞에서 매립은 멈춘다. ‘선상 파시’는 계속 선다는 뜻이다. 대신 야매(野昧)한 공간의 소재였던 수상가옥 횟집은 매립에 포함돼 머지않아 사라진다.
길들여진 고양이는 더 이상 매력 없다. 북성포구 같은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 한 마리쯤은 있어야 인천답지 않을까.
글· 사진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