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주의 대거 은퇴, 폐업 대신 직원들이 인수하면?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세계적으로도
베이비붐 세대 중소기업주들의 은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상속세 완화를 주장하지만
부의 대물림이 우려되는데다
소규모 회사는
가족도 잘 물려받으려 하지 않죠.
미국 볼티모어의 한 카페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는데
직원들과 지역사회가 협력하고 나섰습니다.
21세의 바리스타인 시에라 알렌 씨는
2023년 7월 커몬 그라운드 카페에서
(Common Ground Cafe)
일을 끝내자마자 충격적인 문자를 받았습니다.
카페 주인이
25년 된 커피숍을 폐쇄하고
30명의 직원을 해고한다고 했죠.
알렌 씨가 말합니다.
“처음엔 눈물만 흘렸고
실직 이후로는
밀려드는 청구서를 감당하느라 힘들었어요.
다행히 동료 직원들은
코로나 위기에도 카페를 유지하면서
유대감이 깊었습니다.
모두 20대와 30대인데
어려움을 견디기 위해
서로에게 의지했죠.
함께 수천 달러를 모아 집세를 내고
식료품을 구입하고 가족을 부양했어요.”
30세에 해고된
재클린 두 바리스타가 말합니다.
“우리는 노조를 결성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다른 주인이 회사를 인수하는 건
원하지 않았어요.
직장에서 노동자들이
권한과 소유권을 누리는 방식으로
커몬 그라운드 카페를
다시 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25년 넘게 사랑받은 카페라서
충성도 높은 고객층도
우리를 지지해 주었어요.”
해고된 직원들은 커몬 카페를 인수해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협동조합은 노동자들이 경영하며
수익도 나누고 성과도 좋다고 하지만
아직 젊은 직원들은 운영 원리를 잘 몰랐고
무엇보다 인수자금 대출이 문제가 됐죠.
마침 한 지역단체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볼티모어 지역에는
BRED(볼티모어 경제민주화 원탁회의)라는
협동조합 지원기관이 있었습니다.
과거에 지역의 커피숍이자
서점인 협동조합이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다 좌절했죠.
서점 협동조합은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BRED를 만들었고
20여 개의 새 협동조합을 탄생시켰답니다.
BRED는 커몬 카페 종업원들에게
협동조합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지원기관의 저리 대출도 소개했어요.
카페 고객과 지역주민도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GoFundMe)’를 통해
2만6000달러,
약 3000만 원을 모금했습니다.
해고된 직원들에 따르면
무엇보다 서로를 신뢰했고
스스로 가게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답니다.
“그동안에도 카페 주인은
일상적인 비즈니스 운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대학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했는데
덕분에 커몬 카페에서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었어요.
BRED 덕분에 모든 구성원이
상사 없이도 업무를 처리하고
비즈니스의 주요 결정에
공정한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카페가 문을 닫은 지
11주만인 2023년 9월 중순,
커피숍 앞에 직원들이 모였습니다.
셋, 둘, 하나!
빨간색 대형 리본이 잘렸고
커몬 카페는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고객들이
주문을 시작했습니다.
한 고객이 밝힙니다.
“저는 커피도 마시지 않아요.
단지 노동자 소유로의 전환을 돕기 위해
GoFundMe에 기부했습니다.
저는 노동자를
잘 대우하는 기업을 지지하고 싶었는데,
종업원 소유는 아주 좋은 방법이잖아요.”
시에라 알렌 바리스타가 말합니다.
“6주 뒤 커몬 그라운드는
노동자 소유주 17명의 임금을
25% 인상했습니다.
일손이 달려서 직원 채용에도 들어갔어요.
협동조합으로 다시 문을 열 때는
세상에서 기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우리는 고객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문제가 생길 때는 우리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역 주민과 지원기관과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서
지역 카페를 살렸습니다.
기업주들의 대거 은퇴를 앞두고
미국 각지에서
종업원 소유권을 통한 기업 인수 모델은
점점 더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역경제·골목경제를 지키고
기업주들의 대거 은퇴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방안을
어서 마련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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