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오늘도 여지없이 비가 내린다. 자는 동안 2번 전화기가 요란한 경보음을 울렸다. 한 번은 황색경보, 한 번은 적색경보다. 경보내용은 팔라완지역에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필리핀 재난본부에서 보내는 호우경보 문자다.
커피를 곁들여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늘 다이빙할 곳을 타비강사님과 협의한다.
이번 팔라완 다이빙은 난파선 다이빙과 듀공(해우)을 보기위해 계획했는데 기상이 좋지 않아 섬 바깥쪽까지 이동해야 하는 원거리항해(1시간 정도 항해, 듀공은 2시간 이상)는 현지 해경에서 허가가 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기상을 확인하며 가까운 곳으로 다이빙 포인트를 정해야 했다.
그래서 고른 포인트가 트윈픽스, 스켈레톤, 스미스코랄이다.
다이빙을 출발하기에 앞서 샵에 우리방 에어컨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수리를 부탁드렸다.
오늘 우리를 맞이해준 방카보트는 어제와 같은 배로 마스터와 스텝들도 동일하다.
방카보트를 타고 달리다보니 저 앞에 바위섬 두 개가 보인다. 알려주지 않아도 트윈픽스 포인트라는 것을 바로 알 수가 있다. 이곳은 수심이 낮은 산호지대로 스쿠버다이빙도 많이 하지만 호핑투어를 많이 하는 곳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산호지대로 가끔 거북이도 볼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마스터가 나와 제이가 사용할 핀 2세트를 챙겨왔다. 제이가 사용하는 핀에서 스프링 스트렙을 제거하고 고무 스트렙으로 교체하니 핀이 부츠와 잘 밀착한다.
준비 후 입수를 시작, 망고가 입수 후 하강하려는데 나를 부른다. 갑자기 패닉이 와서 입수가 어렵다고 한다. 망고가 발 디딜 곳이 필요하다고 하여 방카에서 사다리를 내리고 그쪽으로 이동하여 안정을 취해 본다. 호흡도 가다듬어 보고 마인드컨트롤도 해 보았으나 안정이 되지 않는다. 망고가 오늘 첫 다이빙을 포기하고 보트로 복귀하고 남은 우리들은 바다 속으로 소풍을 떠난다. 산호지대의 평온함을 감상한다.
해가 없으니 산호의 색감들이 영 살아나지 않는다. 기대했던 거북이도 못 만나고 45분 정도 다이빙을 마치고 방카로 복귀한다.
이동 휴식 시간에 간식을 먹으며 다음 포인트인 스켈레톤으로 이동 한다.
스켈레톤 포인트는 커다란 난파선이 다 부식되어 이름처럼 골격과 외피만 남은 곳으로 수심 3미터에서 18미터에 걸쳐 난파선이 경사면에 침몰해 있다.
망고는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는지 사다리를 내려서 입수하고 무사히 하강에 성공했다. 내려와서 조금 진행하니 난파선이 보인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난파선 주위에 부착 생물들과 해조류가 별로 없다. 보통 난파선에는 벳피쉬들이 있는 편인데 이곳에는 물고기들이 숨을 공간이 없어서 인지 그저 황량하다. ‘스켈레톤’ 단어 그대로 골격만 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포인트다.
난파선을 지나 산호지대로 이동을 한다. 여기저기 깨지고 무너져 죽어있는 산호 무덤들도 있다.
25분 정도 진행한 후 다이브 마스터가 되돌아가자고 신호를 보낸다. 모두들 방향을 바꾸어 되돌아오는 순간 저 멀리 거북이 뒷모습이 보인다. 탱크를 두드려 신호를 보내고 쫒아 갔지만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아쉬움. 난파선에 도착하여 보니 손에 고프로가 없다. 돌아오는 중에 어디에서인지 놓쳐버린 것이다. 혼자 오던 길을 더듬어 가보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고 일행과 합류하여 돌아 왔다.
방카에 올라 점심을 먹는데 비바람이 몰아쳐 온다, 심난하다.
세 번째 포인트인 스미스코랄. 이곳도 산호지대로 특이한 상황 없이 다이빙을 마치고 복귀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에어컨 자리가 뻥 뚫려 있다. 30분 정도 지나니 수리된 에어컨을 장착해 준다. 전기를 넣고 작동하니 시원한 바람이 쾌적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황강사님 방(일행 중 제일 큰 방임)에서 모두 모여 맥주와 망고를 먹으며 아쉬운 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로 아쉬운 하루를 마무리 한다.
5월30일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잠을 자서인지 몸이 개운 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황강사님과 빈 맥주병을 반환하고 맥주를 사러 슈퍼에 들렀다. 반환한 맥주병에 대한 보증금이 150페소, 새로 구입하는 맥주는 한 병에 40페소 정도여서 한 박스(24명)에 900페소가 채 안 되는 금액에 구입을 했다. 때마침 내리는 비가 그치기를 10분 넘게 기다렸으나 멈추기는커녕 빗줄기가 더 거세진다. 아침 8시 30분에 모여 다이빙을 나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도 바다 상태가 좋지 않아 멀리 나가지 못하고 가까운 포인트인 씨와이씨 아일랜드(좌측), 바라쿠다레이크 월, 씨에떼페스카토로 대체하기로 했다.
오늘은 보트도 바뀌었고, 다이브마스터도 변경이 되었다, 오늘의 다이브 마스터는 샵에 소속된 마스터라고 한다. 젊은 친구로 한국말도 잘 알아듣는다고 한다.
보트에 도착하여 시동을 거는데 보트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여러 번 시도해도 보트 시동이 불발, 샵에서 대체할 배편을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린다. 비는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대는데 출발하지도 못하고 보트에서 1시간 이상을 대기했다. 새로운 보트가 섭외 되었지만 그 방카보트는 다시 항해 및 승선원 신고를 해야 해서 시간이 더 지연된다.
11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씨와이씨 아일랜드에 도착하여 앵커를 내리고 준비를 하는데 비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온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비바람에 앵커를 내린 보트가 뒤로 밀린다. 우리보다 먼저 와 있던 보트들도 아우성이다. 한 2~3분 정도 지나니 바람이 잦아들어 보트가 다시 자리를 잡아 부표에 방카보트를 고정 한다. 모두 불안했던 마음을 진정 시키고 스텝들이 챙겨놓은 장비를 착용 후 모두 입수를 완료하고 하강을 시작한다. 그런데 치즈가 하강을 하지 못하고 버둥거린다. 보트로 돌아가 웨이트를 챙겨 치즈 BC에 웨이트 1개를 추가했다. 씨와이씨 아일랜드도 산호지대로 특이할 것 없는 포인트다.
보트에 올라와 확인을 해 보니 치즈의 BC에 내가 넣어준 웨이트 하나만 달랑 들어 있었다. 다이브 마스터와 스텝도 바뀌고, 보트도 바뀌는 바람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결국은 자기 장비는 자기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기본을 새삼 일깨워주는 해프닝이었다.
두 번째 포인트인 바라쿠다레이크 월은 수심이 40미터가 넘는 곳이다, 입수하여 하강 후 중성부력을 맞추고 수중 20미터 정도에서 조류를 따라 이동하며 다이빙 후 출수하면 보트가 픽업을 한다고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현지마스터는 일정거리 이상 이동 후 다시 보트로 돌아와서 출수를 한다고 한다. 월 다이빙 할 때 조류가 있을 경우 편도다이빙은 조류를 타고 이동 후 출수하면 되지만 왕복 다이빙을 하면 한번은 조류를 거슬러야 해서 체력적 부담이 오는지라 원래의 약속과 다르다고 컴플레인을 하고나서 원래의 계획대로 픽업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비도내리고 구름 때문에 해가 나지 않아 바다 속은 어둠과 스산함 그 자체이다, 랜턴이 없으면 월에 사는 생물들을 볼 수가 없을 정도다. 시야는 10미터가 되지 못하고, 아래로도 바닥을 볼 수 없는 바다여행이다.
40분 정도의 수중 유영으로 다이빙을 마치고 물 위로 상승했는데 보트가 없다. 다이브마스터가 핀킥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저 멀리 100미터도 더 떨어진 곳에 보트가 보인다. 우리가 상승한 곳은 파도도 없고 바람도 잔잔한데 그곳으로 픽업을 오지 않고 우리들이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
핀킥으로 이동하여 보트에 도착하니 바람도 불고 너울도 있어서 보트에 오르는 것이 쉽지가 않다. 몸도 지치고 아직 점심도 못 먹어서 다들 힘들다.
점심식사 후 씨에떼페스카토 포인트에서 무리 없이 다이빙을 마친다.
하선할 때는 현지 스텝들의 용돈(팁)도 잊지 않고 손에 살며시 쥐어준다. 그런 순간이 우리들처럼 다이빙 투어를 오는 사람들에게 스텝들이 성심껏 써비스하는 마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오니 시간이 5시가 가까워진다. 서둘러 샤워도 하고 식당으로 향한다. 다이빙을 마치고 먹는 저녁식사는 꿀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