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 : <금강경> 제 5분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몸모습으로 여래는 볼 수 없습니다.
왜냐면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몸모습은 곧 몸모습이 아니옵니다."
라고 하는데.. 어째서 몸을 보면서도 여래는 볼 수 없다고 하는 건가요?.
효진 : 그 전에 유행하던 노래 가사에 '사랑이란 두 글자는 길고도 짧은 얘기..' 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서연님 질문은 하나같이 길고도 짧은 얘기 같아요.
짧게 대답하면 그만일 것이지만.. 결코 짧게 대답하면 아니 될 것 같다는..^^
서연님이 말하는 대목이 나오는 제 5분을 먼저 보죠.
제 5 분 - 여래의 참모습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는 몸모습(身相)으로 여래를 볼 수 있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몸모습으로 여래는 볼 수 없습니다.
왜냐면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몸모습은 곧 몸모습이 아니옵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셨다.
"무릇 있는 바 모습은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모습이 모습 아님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卽見如來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즉견여래
제 5분은 '만약 모든 모습이 모습 아님으로 보면.. 약견제상비상..
을 말하려고 말을 꺼낸 게 됩니다. 그 전 제 4분을 보아도..
"수보리야, 보살이 상에 머뭄없이 보시하면 그 공덕은 한량없이 많으니라."
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구요.
즉 어떤 것을 분명히 이해시키려 만들어 놓은 것 예는..
예로 받아들여야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모든 것에 적용하려 하면 모순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나오는 "무릇 있는 바 모습은 다 허망하니,.." 를 보면서
불교는 일체를 허망으로 보듯 허무주의가 아니라고 부정하기 어렵다 합니다.
그거 아니죠!
허망하다는 것은 다음에 나오는 진리인..
보고 있는 모든 상은 진짜 상이 아니다[제상비상]를 강하게 이해시켜
강조하려는 장치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일체 존재로 여기는 것들은 실은 존재가 아니다 라고 하는 걸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왜냐면.. 저나 서연님을 포함한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일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임을 의심하지 않고 있기에!.
지금 주위는 가을로 접어들어 단풍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가을이 가면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겠지요..
그런데 가을이나 겨울이 존재하는 겁니까?.
우리가 보는 것은 단풍이요, 흰 눈이지 가을이나 겨울이 아닙니다.
단풍 역시 잎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물이 빠져 말라가는 과정에 잠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죠.
그런데 우린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구나.. 하면서 쓸쓸해 합니다.
본래 있지도 않은 것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면서..
전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인 밤낮이 쉬지않고 변하고 있을 뿐인데..
보고 있는 모든 상은 진짜 상이 아니다[제상비상]를 강조하는 이유 역시
모든 상을 진짜로 받아들이다 보니.. 욕심을 내고 허무하다 느끼는 등.. 괴로움이 쌓이는 원흉이므로
그것을 제거하여 허무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게 목적인데..
누구는 그전에 나오는 문장.. "무릇 있는 바 모습은 다 허망하니" 를 보면서 허무해 하니 참..
서연 : .. ( 어째 혼자서 말을 길게 할까?. 질문할 틈도 주지 않으면서..) 으 흠.. 그러니까..
여래를 몸으로 접촉할 수 없다는 건.. 여래가 신비해서가 아닌.. 지금 여기서는
무상을 무상으로 여실하게 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거죠?^^.
효진 : 바로 그거예요.^^..
검은색 옆에 회색이 있으면 그 회색이 밝지만..
같은 회색 옆에 하얀색이 있으면 그 회색은 어둡게 보이는 이치입니다.
하얀색을 강조하는 데 오히려 회색을 보며 의심을 내면 되나요!.
서연 : ㅎㅎㅎ.. 제가 평소 그런 편이에요..^^
효진 : 못 말리는 서연님!^^.. 해서 "만약 모든 모습이 모습 아님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를
어떤 선지식은 "모든 모습은 모습이 아님으로 보는 이 그가 여래다." 라고 가르칩니다.
둘의 차이가 보이시나요?.
서연 : 전자는 여래가 저만치 있는 데 반해.. 후자는 여래가 바로 너 자신이다 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효진 : 바로 너.. 그게 <금강경> 정신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
서연 : 그대가 여래라면 일체를 보면서 거기에 매이지 않으면서..
주위에 있는 괴로워하는 이들을 좋은 길로 인도한다 는 뜻으로 새기면 일단 통과가 하닐까요?.^^.
효진 : 그겁니다. 그전에 나오는 내용..
"수보리야, 보살이 상에 머뭄없이 보시하면 그 공덕은 한량없이 많으니라." 도
대상에 매이지 않고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 대상에 매이지 않는다는 앞 부분을 들여다 보며..
남녀노소, 빈부 가라지 않고 아무에게나 마구 베풀면 어찌 되겠습니까?
억양법이란 수사법도 있지만.. <금강경>에는 곳곳에 그런 억양법으로 강조하고픈 것을 설하고 있습니다.
그때 무엇이 중한디를 놓치고 엉뚱한 것을 붙잡으면 아니 되겠지요.^^
불교를 허무주의 종교라 보시나요?.
서연 : 자비의 종교라 하지만 무상과 무아, 공을 강조하니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보다 그렇게 보이잖아요?.
효진 :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해 보세요.
서른 살에 부정한 권력에 대항하다 십자가에 달려 죽은 젊은이와
서른 살에 깨쳐 부귀영화를 누리기는커녕.. 길에서 길로 개고생 하면서 젊은이에게 진리를 전하다가
길에서 80이 되어 죽은 노인네가 있다면..
그 두 사람 중 누가 진짜 허무주의자로 보입니까?.
서연 : 젊은이요!.
효진 : 그런데 주위에 있는 젊은이들을 보면..
젊은 기독교들 인은 밝고 진취적인 자들이 주를 이루는 데..
젊은 불교인들은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왜지요?.
불교를 보여주고 전하는 이들이.. 잘못된 불교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지요!.().
서연 : 이그.. 내가 바빠서 그만^^ 바이..
효진 : (혼자 소리로) 이것도 억양법으로
우리 불교를 욕하려는 게 아닌.. 진짜 불교를 공부하고 전하자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