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화 웰컴 투 마이 글로벌 하우스 1 <책소개 + 프롤로그>
285화 웰컴 투 마이 글로벌 하우스 1회. <책소개 + 프롤로그>
<저자 소개> 그 집의 주인. 김새봄!
그 여자, 꿈을 꾸다_ 1973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 잠깐의 백수 생활 후 1999년 미술용품을 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했다. 당시 그런 거 하는 게 벤처라는 이름으로 좀 유행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꿈꿔왔던 세계 여행. 그 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쇼핑몰은 그녀의 불철주야 노력으로 2년 만에 분야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이트가 되었다.
그 여자, 영어와 맞닥뜨리다_ 서른 살의 어느 날 ‘새롭게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에 더 이상 꿈만 꾸지 않겠다며 세계 여행 준비에 돌입했다. 그때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영어였다. 영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10년이 넘어서야 did가 do의 과거형이란 것을 알았다는 이 여자. 선물 받고 처박아두었던 영어회화책을 7년 만에 펼쳐보았다는 이 여자의 영어 공부가 자못 흥미진진하다.
그 여자, 쇼를 시작하다_ 영어학원을 다녔지만, 보람이 없었다. 한 달 만에 관뒀으니,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고 CNN 뉴스를 보고 할리우드 영화를 자막 없이 보며 한국 관객들이 자막을 읽고 있을 때 혼자 웃음을 터뜨린다. 비결? 이 책에 보면 나온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영어표현을 공부하지 마라. 이 책은 영어 공부 책이 아니니까. 보면 알 거다.
떠나다, 찬란하도록 아주 멋지게_ 2004년 일생이 꿈이었던 세계 여행을 떠났다. 회사도 팔고 집도 넘기고 1년 넘게 세계 이곳저곳을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2005년 한국에 잠깐 들어와 짬짬이 써둔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그녀의 바람대로 여행 후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건 모르겠지만 그녀는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기는 하다. 아주 근사하고 행복한 그녀만의 원더풀한 인생을.
그 여자네 글로벌 하우스의 룸메이트 그들을 소개합니다.
1 <아그네스> 그 여자의 첫 룸메이트. 나중에는 누가 집주인인지 헷갈리게 했던 인물이다. 한국의 증권사에서 일하는 아그네스는 완벽한 채식주의자이지만 새봄과 함께 녹용과 흑염소가 든 한약을 복용하고, 한동안 과자 ‘오징어 땅콩’을 달고 살아 덜 완벽한 채식주의자로 전락(?)했다.
2 <휴> 자신만의 세계로 종종 유체 이탈을 해 버리는 듯한 미국 녀석. 마약쟁이 미혼모 누나와 아빠의 못된 애인의 구박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휴가 한국에 온 이유? 학교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오해를 받아 루마니아로 전학을 갔다가 일본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입국을 거부당했기 때문이란다.
3 <존> 호주에서 가수로 활동한 존은 자신의 음악이 호주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 히트 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매우 어설펐다. 예술가적 감수성 못지않게 여자 등골 빼먹는 능력도 탁월한 존에게 정말 어울리는 직업은 따로 있지 않을까 싶다.
4 <마틸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수다쟁이 마틸다는 남자 친구인 존과 함께 새봄의 리스닝 실력 향상에 지대한 공을 한 인물이다. 부잣집 따님으로 공주병 증세가 적지 않았지만, 존이 가수로 성공하길 바라면서 뒷바라지해 주었다.
5 <루시> 미국 텍사스가 고향인 영어 교사 루시. 그녀의 취미는 인터넷 채팅으로 데이트할 남성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 보는 눈은 지지리도 없다. 그녀의 부모님께 효도하고자 하는 마음과 다이어트에 집착하며 사랑에 목말라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6 <이사벨> 아그네스의 친구. 프랑스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성장한 이사벨은 각국에 친척들이 살고 있어 엄청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다. 세계 정치와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녀의 취미는 읽고 쓰기. 인테리한 여성답다.
7 <제롬> 아일랜드 출신인 제롬은 귀티가 줄줄 흐르는 잘생긴 외모에 젠틀한 매너까지 겸비하고 있어 그 집의 최고 인기남일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도 인기 있었다. 한국 회사의 인턴 계약이 끝나면 아일랜드로 돌아가 학업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한국 여자 친구를 새기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8 <잉게> 독일 처녀 잉게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도 희미했다. 하지만 제롬을 위해서라면 엽기적인 표정을 짓는 것도 서슴지 않았고, 제롬의 그림자라도 비치면 그의 눈에 띄기 위해 괴상한 행동을 일삼았다.
9 <재스민>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재스민은 뉴욕 출신의 재미교포, 단짝 친구인 미국인 제니와 함께 한국말을 배우러 한국에 왔다. (제니는 한국인 약혼자 때문에 한국말을 배웠다) 한국에선 남편이 왕처럼 구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음이 따뜻한 건 딱 한국 여자.
10 <제리> 프랑스 학생 제리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 (그 여자의 룸메이트는 아니었지만 꽤나 친한 사이라서 특별히 소개한다) 넘치는 패션 감각과 탄탄하고 근사한 몸매에 해맑은 웃음을 가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괄시받아 큰 상처를 안고 돌아갔다.
prologue
멈춰버린 꿈이 있다면
이젠 흔들어봐!
이 책의 이야기는 내가 2002년부터 1년 4개월간 외국인 룸메이트들과 함께 살면서 겪었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혼자 간직하기 아까울 정도로 재밌었던 일들을 적어두었다가 친구들과 이메일로 돌려가며 읽곤 했는데, 그 내용을 읽으며 친구들과 함께 어찌나 배꼽을 잡고 웃었던지.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내게 되었다.
내가 어떻게 외국인들과 함께 살 생각을 품게 되었는가, 이야기는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부모님이 주신 학원비를 몽땅 털어 동남아 여행을 가려다 들켜서 혼난 적도 있다. 당시에는 해외여행을 가려면 ‘소양 교육’이란 것을 받아야 했는데, 나는 미성년자라서 ‘소양 교육’은 면제 되지만 부모님의 동의서와 인감증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인감증명이 뭔지도 모르고 어머니한테 “미술대회에 나가는데, 부모님 인감증명이 필요하대”라고 했고, ‘무슨 대회가 부모 인감증명이 필요하냐?’는 어머니의 의심에 내 계획이 딱 걸리고 말았다. 이후 나에게는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해외에 나갈 꿈도 꾸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고, 부모님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하고 맹랑한 딸내미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교과서보다 만화책을 더 열심히 끼고 살았던 나는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삶을 꿈꾸며 언젠가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대부분 사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삶에는 별로 관심 없었다. 항상 신나는 일들을 찾아다녔고 뭐 재미있는 일 없나 두리번거렸다. 내 성격이 워낙 자유분방해서 틀에 짜인 삶을 본능적으로 싫어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늘 길지 않은 인생 속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삶을 살고 싶었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경험들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 정말 살아있는 인생이 아닐까.
그래서 대학 다닐 때 백화점 점원에서 카페 주인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전투적으로 살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전공을 살려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나모웹에디터와 포토샵을 배워 홈페이지를 만들고 미술 관련 제품을 거래하는 인터넷 사업에서 꽤 괜찮은 수익을 냈다.
그런데 사업에 몰두하면서 아등바등 살다 보니 정말 하고 싶은 일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재기발랄하고 꿈 많던 소녀는 어느새 세상일에 찌들어 실제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좀 더 신나는 모험을 감행하고 싶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계 여행이었다.
세계 여행을 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영어인 것 같아 영어학원에 등록했고, 그때부터 내 삶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영어에 관심을 갖고 난 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살면 영어도 배우고 그들의 문화도 배우고 외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나의 파란만장한 외국인들과의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말도 안 통하고 살아온 환경도 전혀 다른 외국인들과 한집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영어를 배우지 않고 엉뚱한 일을 벌인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은 내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외국인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글로벌한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고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다는 내 꿈이 결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3년 전 처음 세계 여행을 떠나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가 마치 10년 전의 일처럼 멀게 느껴진다. 아마도 내 삶이 그동안 너무 많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십 대에는 그저 평범한 커리어우먼이었는데, 지금은 1년에 한두 달 정도만 한국에 머물고 나머지 시간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보내고 있다. 서울의 내 집에는 여전히 외국인 룸메이트들이 살고 있고 나는 지구촌 곳곳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변화는 그 옛날, 영어 공부 좀 해볼까? 하고 강남 YBM에 등록한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그러고 보면 인생에는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힌트가 곳곳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이 꿈꾸던 인생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한순간 우연처럼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그 힌트를 알아차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에게는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지만, 행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지금도 내가 벌이고 있는 일들을 너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누구나 꿈꾸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Just do it! 그것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가장 분명한 인생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