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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가 스토리 이벤트 ‘환상세계 우마네스트’를 열었다. 골드 쉽이 VR 게임 속에서 난동을 부리자, 엘 콘도르 파사와 그래스 원더가 사건을 해결하는 열혈 개그물이다. 등장인물 중 용사와 마왕은 지난 시간에 소개했으니, 마지막 멤버인 그래스 원더를 금주의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해외 서버에서 처음 이벤트를 예고했을 때 트레이너들은 ‘그래스 원더가 왜 힐러?’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고유 스킬 발동 시 어디선가 나기나타를 꺼내 화려하게 휘두르니, 당연히 딜러나 탱커로 생각한 듯싶다. 실제로 마왕 골드 쉽을 마무리한 것도 그래스고, 엘은 그녀의 말이라면 꼼짝 못한다. 미소 뒤에 진짜 실력을 숨긴 흑막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어떤 우마무스메인지 만나보자.
오늘의 키 퍼슨: 원래 조용히 웃고 있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
점잖은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섭다는 말이 있다. 평소 조용히 화를 삭이다가 폭발할 때의 갭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뜻이다. 그래스 원더의 팬덤 내 이미지가 딱 이거다. 위 프로필의 좌우를 살펴보자. 교복 차림은 요조숙녀 같지만, 승부복 버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정면을 노려보고 있다. 마침 두 이미지의 구도가 비슷해 더욱 대비된다.
그래스 원더는 노성을 지르며 화내는 타입은 아니다. 조용히 웃으면서 상대를 압박한다. 가장 많이 당하는 건 룸 메이트이자 같은 황금 세대 멤버인 엘 콘도르 파사다. 엘이 하이 텐션을 주체하지 못해 사고를 칠 것 같으면, 그래스가 압박해 상황을 정리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엘이 스페셜 위크의 성적 부진에 팩트 연타를 날리자 조용히 끌고 사라지는 게 대표적이다.
팬픽으로 우마무스메를 접한 트레이너는 ‘엘이 뭘 하려고 하면 나기나타를 들이미는 이미지’로 익숙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조금 거칠게 말하면, 엘이 매를 버는 타입에 가깝다. 식판에 핫소스를 끼얹다가 그녀의 음식에 튀거나, 새해 목표로 ‘그래스가 화내지 않을 정도의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하며 이마를 치는 장난을 한다. 자기 무덤을 파는 것 같다고? 원래 리액션을 잘 해주는 상대에게 장난을 치는 게 제일 재미있는 법이다.
스페셜 위크와 마르젠스키는 조금 더 복잡한 관계다. 전자는 황금 세대 라이벌이고,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라이벌로 엮인다. 이때 실제 말의 전적을 반영해 그래스 원더가 조금 더 강한 것으로 묘사한다. 후술하겠지만, 실제 말 스페셜 위크는 그래스 원더를 이겨본 적이 없고, 이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의견이 있다.
마르젠스키는 게임 스토리에서 그래스 원더가 갈등을 빚는 원인이다. 미디어에서 그녀를 마르젠스키와 비교해 괴물 2세라고 불렀고, 이에 휘둘리면서 성장하는 게 주요 스토리다. 애니메이션 1기를 본 트레이너라면 후배 스페셜 위크와 동경의 대상 사일런스 스즈카의 관계를 떠올리면 되는데, 그래스 원더 쪽은 호승심이 더 두드러진다.
실제 말의 주요 실적
이제 실제 말 그래스 원더에 대해 알아보자. 1995년생으로, 2022년 10월 기준 유일하게 살아 있는 황금 세대 멤버다. 지난 2020년에는 종마 생활도 마쳐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고 있다. 올해 8월 타이키 셔틀 부고 소식에 팬덤의 걱정 어린 관심을 받은 바 있는데, 오히려 너무 건강해서 비만을 걱정할 정도라고 한다. 잔디밭에 드러누워 민들레를 뜯어 먹는 걸 좋아한다나 뭐라나.
현역으로 활동한 건 1997년부터 2000년까지의 4년이다. 그중 1997년과 1999년의 실적이 무척 화려하다. 데뷔 첫 해에 GII 케이세이배, GI 아사히배 3세 스테이크스를 신기록으로 우승해 전승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3년 차에는 5전 4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주목할 건 1999년 12월 26일 아리마 기념이다. 이 경기는 스페셜 위크의 은퇴 전으로, 7월 타카라즈카 기념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신 후였다. 당연히 스페셜 위크는 설욕을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갈았고, ‘이 경기는 사실상 그래스 원더 vs 스페셜 위크의 1대 1경기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 결과는 스페셜 위크의 승리인 듯했다. 골 직전에 그래스 원더를 추월했고, 이를 눈치챈 두 경주마와 기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런데 웬걸? 판독 결과 카메라의 1프레임, 고작 4cm 차이로 그래스 원더가 판정승을 따냈다. 마침 스페셜 위크와 타케 유타카 기수는 승리를 확신하고 위닝 런까지 돌고 온 직후였으니 정말 착잡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스페셜 위크가 밤색 말을 유별나게 싫어하는 건 이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끝내 그래스 원더를 꺾지 못했으니 굴욕감을 느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웃픈 에피소드가 있는데, 2014년경 15년 만에 두 말이 재회한 적이 있다. 스페셜 위크는 과거의 굴욕을 잊지 못했는지 그래스 원더를 위협했고, 그가 있던 자리를 끝까지 노려봤다는 이야기다.
산에 오를 때에는 정상이 아닌 주변을 보라
한 장으로 보는 그래스 원더 육성 스토리
이제 우마무스메 그래스 원더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녀의 육성 스토리를 한 장으로 풀이했다. 마르젠스키와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하지만, 다른 황금 세대 멤버와는 다소 부정적인 관계로 엮어 있다. 이 점이 그래스 원더의 스토리를 이루는 큰 뼈대다.
먼저 개인 스토리다. 그래스 원더는 일견 얌전한 요조숙녀처럼 보이고, 사근사근한 말투와 정숙한 행동거지가 특징이다. 이에 트레이너들 사이에 한 가지 소문이 돈다. ‘그래스 원더가 데뷔하지 않는 건 온화한 성격과 레이스의 무한 경쟁이 맞지 않아서’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를 잘 알고 있는 황금 세대 동기 엘 콘도르 파사는 뭘 모르는 소리라며 코웃음을 친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트레센 학원은 약육강식의 정글이며, 이곳에 다니는 학생은 승부욕이 약할 리가 없다. 그녀가 데뷔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현재 자신의 상태를 납득하지 못했고, 완벽한 상태에서 데뷔전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주인공이 그녀와 계약한 것도 이를 이해하고 충분히 기다려준 덕분이다.
이렇게 보면 그래스 원더는 ‘투쟁심이 강한 완벽주의자’라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녀가 겪는 모든 갈등도 여기에서 시작한다. 시발점은 매스컴으로, 그래스 원더가 데뷔전을 마치고 얼마 후 그녀를 이전 세대의 에이스 마르젠스키와 비교하며 ‘괴물 2세’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그들 나름대로는 칭찬이겠지만, 그래스 원더는 ‘2세는 1등이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착잡해한다. 그래, 처음에는 그랬다.
마르젠스키: 아아… 이러면 완전 나가리인데?
착잡한 기분과 별개로 그래스 원더는 괴물 2세라는 칭호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톱니바퀴가 삐걱댄다. 그래스 원더는 1세가 참가한 경기를 우직하게 좇으며 모두에게 ‘내가 괴물 2세’라고 각인시킨다. 그리고 ‘이 정도도 못하면 어떻게 괴물 2세를 칭하는가?’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육성 2년 차인 클래식급은 마르젠스키를 쫓는 그래스 원더와 도전자 엘 콘도르 파사 구도로 흘러간다. 승부가 어찌 됐든, 경기 결과 그래스는 엘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엘이 친구이자 라이벌로 얼마나 노력하든, 그녀는 마르젠스키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이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게 재팬컵 경기 직후 등장하는 ‘재팬컵 후에’ 이벤트다. 그래스는 막 치른 경기 결과는 금세 잊어버리고, 아리마 기념에서 마르젠스키와 경기할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리고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엘은 울상이 된 채 자리를 피한다.
물론, 트레이너가 이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육성 초반인 주니어급 때부터 그래스가 마르젠스키의 레일을 따라가는 걸 보고 ‘어?’라는 반응을 했고,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나중에’라며 말을 삼키기로 했다. 곧 동경의 괴물 1세 마르젠스키가 참가하는 아리마 기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동경하는 건 알겠는데, 경기 그렇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마침내 결전의 날 아리마 기념이 다가왔고, 꾹꾹 눌러둔 폭탄이 연쇄 폭발한다. 괴물 1세 마르젠스키가 경기 직전 부상으로 불참하자 그래스 원더의 의욕이 수직 하락한 게 시작이다. 그렇게 그녀는 반쯤 넋이 나간채로 경기를 마친다.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1기 주인공 스페셜 위크와 무섭도록 비슷하게 흘러간다. 스페셜 위크는 사일런스 스즈카를 동경해 열심히 훈련했고, 그녀와 달릴 날을 목표했다. 하지만, 확고한 동경은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너무 먼 곳을 보느라 시야가 좁아진 나머지 당장 눈앞에 들이닥친 레이스를 소홀히 한 것이다.
재미있는 건 이때 스페셜 위크를 다그친 게 그래스 원더인 점이다. ‘누군가를 동경하는 건 좋은데, 지금 함께 달리는 상대 선수와 라이벌을 무시하는 건 실례다’라는 논지다. 그런데 육성 스토리에서 그래스 원더가 똑같은 실책을 저지른다. 이에 황금 세대 멤버이자 친구, 라이벌인 세이운 스카이가 찾아와 한바탕 독설을 퍼붓는다.
그제서야 그래스 원더는 잘못을 깨닫고 심신을 재정비한다. 그리고 괴물 2세가 아닌 그래스 원더의 길을 걷기로 정한다. 킹 헤일로 스토리보드 편에서 비슷한 흐름을 본 것 같다고? 동기끼리는 조금씩 닮는 모양이다. 어쨌든 결과는 좋았으니 OK 아닐까?
부에노! 그래스 원더 부활! 부활!
심기일전한 그래스 원더는 사일런스 스즈카, 엘 콘도르 파사, 스페셜 위크와 경쟁하며 자신의 그릇을 증명한다. 황금 세대 친구들은 그녀의 개심을 두 팔 벌려 환영했고, 괴물 2세라는 칭호를 붙여준 기자는 그녀의 활약에 집중한 기사를 쓰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그래스 원더는 더 건강한 새 목표를 정했고, 친구들과 관계를 회복했다. 더 나아가 서로를 자극하는 좋은 라이벌로 발전한다.
극적인 관계 개선에는 그녀가 평소 쌓아올린 인망도 영향을 끼쳤을 듯싶다. 육성 스토리 도입부와 메인 화면의 대화를 보면, 시간을 쪼개서 스페셜 위크와 엘 콘도르 파사의 공부를 도와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밖에도 하루 우라라의 육성 스토리에서 카메오로 등장해 그녀를 잘 토닥인다. 장병기를 들고 엘을 혼내는 모습 때문에 ‘사실 무서운 사람’ 이미지가 생겼지만, 킹 헤일로 못지않게 타인을 잘 챙기는 우마무스메다.
최근 진행 중인 우마네스트 이벤트 스토리에서도 이를 개그스럽게 표현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엘을 따라 게임에 접속한 건 좋은데, 그녀가 쓰고 남은 아이템을 길에 버리지 못하게 하는 등 사사건건 엄마처럼 챙기려 든다. 이에 엘이 ‘그래스가 자꾸 뭐라고 해서 답답해YO! 차라리 혼자 레벨 업 할래요!’라며 질색하는 장면이 나온다. 역시 엘이 매를 벌지만 않으면 참 좋은 친구다.
덤으로 마르젠스키의 이야기도 짚고 넘어가자. 육성 스토리에서 그래스 원더가 엘 콘도르 파사, 스페셜 위크와 경쟁하도록 바람을 넣었다. 나중에 밝혀지길, 사실 이건 그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라이벌을 만들어주려는 배려이자 큰 그림이었다. 여보세요, 이런 그림을 말도 안 하고 그리면 도화지 찢어져요!
※ 따끈따끈 신규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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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마무스메는 어떻게 육성해요?]
- [어떤 캐릭터를 육성할까?]
첫댓글 11월 중으로 마르젠스키 > 마루젠스키 로 변경예정이라네요! 해당 내용도 반영 부탁드립니다! ㅎㅎ 썰렁한 공카에 양질의 읽을거리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ㅡ얀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