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저는 7남매의 장녀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할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저의 집 근처에서 미혼인 남동생과 같이 살고 계십니다.
크고 작은 일에 제가 개입되게 하고 그러면서 어렸을 때 마음이 나타나면서,
나는 왜 부모 형제의 무게로 힘들어해야 하는가?
원망이 부모님에게로 돌아가는 거 같습니다. 이상하게 자꾸 마찰만 생기고 괴롭습니다.
어떻게 기도를 해야 부모님께 참회가 될 수 있을까요?
◆법륜 스님
한번 생각해 보세요.
왜 나를 낳아준 부모하고, 내가 낳은 자식하고
왜 이렇게 서로가 괴롭히면서 살아야 합니까?
자식이 부모를 괴롭혀서 부모가 자식 때문에 힘든 것도 아니고
부모가 자식을 괴롭혀서 자식이 부모 때문에 힘든 것도 아녜요.
아내가 남편을 괴롭혀서 남편이 괴로운 것도 아니고
남편이 아내를 괴롭혀서 아내가 괴로운 것도 아녜요.
다 각자 자기 식대로 살아가는데, 모르는 사람들은 관여를 안 하는데
내 아내다, 내 남편이다, 내 자식이다, 내 부모다 하면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걸 계속 시비를 해요.
니 나름대로 살지 말고, 내 시키는 대로 살아라. 이 얘기예요.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부모가 자식 때문에 괴로워합니까?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자식이 부모 때문에 괴로워합니까?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며,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남편 때문에 괴로워합니까?
여기 계신 분들도, 남편 때문에 괴로우신 분들 많죠?
남편이 여러분 괴롭히는 게 무슨 취미인 줄 아세요?
자식이 부모 괴롭히는 게 무슨 재미로 하는 줄 아세요?
아무도 자기 아내 괴롭히고 싶은 사람 없고, 자기 부모 괴롭히려는 사람 없어요.
다만, 자기 인생을 자기 식대로 살아가고 싶은 거죠.
그런데 다른 사람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유독 아내만, 유독 부모만 간섭을 한단 말예요.
그러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안 한다고 괴로워하니, 누굴 고쳐야 하겠어요?
상대를 고쳐야 할 게 아니라, 나를 고쳐야 합니다.
그러면 나이가 들면
우리 어머니만 특별히 잘못 돼서 그런 게 아니라, 이것은 노인의 특징입니다.
노인 스스로는 멈출 줄 알아야 하겠지만
내가 노인을 모시고 살 때에는 내가 맞춰야 합니다.
뭐든지 '예,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세요.
잘못 된 거, 잘 된 거 구분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거 없는 거 따지지 말고 그렇게 하세요.
제가 지금, 어머니 편케 해드리려고 그러는 게 아녜요. 질문자 보고 하는 얘기예요.
지금 여기 얼굴 마주 보면서 힘들다는 사람 편들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 편들겠어요?
상식적으로 생각 봐요.
아내가 울면서 물어보는데 아내 편들어주지 뭣 때문에 남편 편들어주며..
그러니까 '예 어머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면 누가 편하다고?
내가 편한 거예요. 그걸 자꾸, '그러면 안 돼요 이래야 돼요.' 이러면?
내가 피곤해요.
어머니가 잔소리한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예' 하면 잔소리가 아니고 '아니요' 하면 잔소리가 되는 겁니다.
내가 효자가 되려면 부모한테 잘 하면 되고
자식을 효자 만들려면 바라지 않으면 돼요.
효자는 꼭 자신이 만드는 게 아녜요.
남편을 좋은 남편 만들려면, 내가 남편을 좋아하면 돼요.
남편이 나를 좋아해야 좋은 남편 되는 게 아니라,
내가 남편을 좋아해야 좋은 남편이 돼요.
그래서 뭐라고 합니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라고 합니다.
일체를 다 내가 만든다. 이러는 겁니다.
그러니까 질문하신 분은
어머니하고 멀리 살고 가까이 살고 그게 문제가 아니고
일단 입으로 '예 어머니' 하세요. 입이 보살이라고 그렇게 하세요.
연습해 봐요. 예 어머니, 알겠습니다. 어머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머니!
그러고 안 해도 돼요. 안 하는 건 나중 문제고, 우선 말로라도 숙인다.
'내일까지 10만원 가져와' 이러면 '없는데요.' 이러지 말고 '네 어머니' 이러고
다음 날 아침에 '돈이 없습니다. 어머니' 이러란 말예요.. (대중들 폭소)
그럼 욕을 하면 어떻게 한다? '잘 알았습니다. 어머니'
부모한테 욕 얻어먹는 거. 그게 뭐 큰 일이예요? 큰 욕 아녜요.
이런 삶의 태도를 딱 가지면, 어떤 부모하고도 잘 살 수 있어요.
그리고 기도는 간단하게 하세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세요.
뭐 길게 해봐야 기억도 못하실 거 같고
항상 '어머니 고맙습니다.‘ 이것만 하세요.
낳아줘서 고맙습니다. 키워줘서 감사합니다.
키워줘? 안 키워줬는데요. 할머니한테 맡겨놓고 그랬는데요.
그럼 할머니 사랑 받았을 거 아뇨? 그것도 감사하고
아뭏든, 이랬든 저랬든 고맙다.. 그 고맙다는 것만 생각하면 돼요.
어쨌든, 어머니 아니었으면 이 세상에 났어요, 안 났어요?
그렇게만 생각하면 되는데, 거기다가 자꾸 이유를 붙이기 때문에 복잡한 거예요.
그리고 엄마 손에 자랐든, 할머니 손에 자랐든, 남의 손에 자랐든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어젯밤 꿈같은 거예요.
그걸 가지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계속 꿈 얘기만 하면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눈 딱 뜨고 '어 꿈이네!' 이걸로 끝나야 돼요.
'꿈이네!' 이 말은, '헛것이네! 속을 뻔 했구나!' 이걸로 끝내야 해요.
이렇게 지나간 건 끝내버려야 합니다.
어제 저녁에 모로 누워 잤든, 엎어져 잤든, 자빠져 잤든 일단 잤잖아요?
중요한 건 오늘 아침에 건강하게 일어난 겁니다.
그래서 정리하면
어머니에겐 예, 예, 해라. 맞춰라. 이 말이고
기도할 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이래도 고맙고 저래도 고맙고, 그저 고마울 뿐이다.
어떻게 낳았든, 어떻게 키웠든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이게 중요한 겁니다. 나머진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