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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강한 선두팀과 최하위팀의 대결이라곤 믿기지 않게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졌던 경기. 최종국에서 김명훈(오른쪽)이 목진석을 꺾고 팀의 10연승을 결정했다. 가운데는 대국이 끝나자마자 복기장으로 달려온 이세돌 9단.
‘무적의 팀’ 정관장 황진단이 또 이겼다.
정관장 황진단은 2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리그 11라운드 3경기에서 신안천일염을 3-2로 누르고 개막 이후 10연승을 질주했다. 팀 10연승은 지난해 포스코켐텍이 세운 역대 최다 연승과 타이의 기록이다.
대진은 정관장 황진단에서 볼 때 아주 영양가 없는 구도로 짜였다. 반면 신안천일염으로선 이 이상 좋을래야 좋을 수 없는 오더. 승산이 희박한 퓨처스 선수 둘을 상대팀 최고의 선수들에게 붙인 다음 ‘30대 트리오’로 승부한다는 전략이 120%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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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세 번째 등판 기회를 잡은 김민호. 하지만 강해도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났다. 신진서의 초읽기가 4개가 남은 것이 형세가 어땠는지를 말해준다.
“상대의 패를 본 모양이다. 아니 봤다 해도 이보다 잘 짤 수는 없다”는 중계석의 멘트가 정관장 황진단의 불안감을 부추켰다. 접전은 불가피했다. 장군멍군,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신진서 8단이 신안천일염의 퓨처스 선수 김민호 3단을 상대로 가볍게 선취점을 올리자 이세돌 9단이 곧장 반격했다. 정관장 황진단의 키플레이어인 한승주 6단을 격전 끝에 7집반의 큰 차로 제압했다. “사람의 심장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라고 홍민표 해설자가 말할 정도로 죽기살기 'Go’만을 외친 한승주 6단을 따돌리는 솜씨가 절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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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종 전투만 하다 보니 끝내기할 데도 없어서 곧장 계가에 들어간 두 사람. 생각보다 큰 차이에 둘 다 쑥스러웠는지 잠시 어색한 웃음이 흘렀다. "전날 강동윤-송지훈전 못지 않은 블록버스터급" "최근에 이렇게 재미난 바둑은 없었다"는 중계석의 멘트가 있었다.
정관장 황진단은 후반 속기전에서 박진솔 8단이 승리하며 리드를 잡았지만, 장고대국에서 이창호 9단이 패하며 다시 발목이 잡혔다. 크게 우세한 상황에서 조한승 9단에게 승부수를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2-2. 자연 양 팀 검토실의 시선은 마지막 남은 김명훈 5단 vs 목진석 9단전으로 일제히 향했다.
하드 펀처들의 대결답게 시작부터 묵직한 주먹이 오갔던 대결을 김명훈 5단이 제압했다. 전반기에 이어 다시 목진석 9단을 꺾고 팀의 10연승을 결정했다.
지난 두 경기를 연속해 상대 1지명과 대결했던 신진서 8단은 쉬어가는 듯한 기분으로 10승째를 올렸다. 전날 8승째를 올리며 추격에 나선 박정환 9단과도 2승 차이로 간격을 벌렸다. 개막 10연승은 지난해 자신이 세운 12연승 다음이며, 2012년 박정환 9단이 작성한 것과 타이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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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황진단의 연승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멀리 볼 것도 없이 바로 다음 라운드가 최대 고비다. 공교롭게도 상대가 지난해 10연승 기록을 세운 포스코켐텍이다. 전력상으로도 막상막하인데다 자신들을 즈려밟고 새기록을 작성하라고 놔줄리 만무하다.
3일엔 5위 한국물가정보와 3위 포스코켐텍이 1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대진은 박영훈 9단 vs 이원영 7단, 원성진 9단 vs 윤찬희 7단, 설현준 3단 vs 최철한 9단, 한태희 6단 vs 변상일 6단, 안국현 8단 vs 나현 8단(이상 앞이 한국물가정보).
전반기엔 한국물가정보가 3-2로 이겼으며, 장고대국과 2국, 5국은 같은 대국자간 재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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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산 네 차례의 번기 포함 37번을 대결했던(이창호 9단이 26승 11패) 두 사람. 4년 만에 마주한 무대에서 조한승이 역전승했다. 중반 들어 이 9단의 진영에서 '살자'를 외친 조한승. 이 9단이 여러차례 잡을 기회를 놓치면서 승부가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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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켐텍을 반드시 꺾고 최고 기록을 갱신하겠다." "(선수들이) 가만 내버려두면 알아서 잘 하니까 딱히 신경쓸 게 없다."(김영삼 감독)
"바둑리그는 좋은데 다른 대회에서는 성과를 낸 게 없다. 반성도 많이 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신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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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처음 KB리그 무대에 오른 이승준(왼쪽.신안천일염 퓨처스 2지명)이 박진솔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