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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감동 실화 NFL 스타 “속았다” 소송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주인공 오어,
‘양부모’에 “수익 나눠달라”
입력 2023.08.16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휴먼 스토리가 법정 드라마로 변질되는 것일까. 2009년 개봉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는 3억달러(약 40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린 흥행작이다. 여배우 샌드라 불럭(59)이 주연을 맡았다. 원작은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쓴 같은 이름 책. 불럭은 이 영화로 생애 첫 오스카 여우주연상도 탔다.
주인공은 전 미 프로풋볼(NFL) 스타 마이클 오어(Oher·37)다. 오어는 미 테네시주 멤피스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교도소에서 숨졌고, 어머니는 마약에 빠져 가정을 내팽개쳤다. 12남매 중 하나인 오어는 집에서 자주 쫓겨나 노숙을 밥 먹듯 하는 불우 청소년이었다. 그런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는 지역 백인 여성 부호 리앤 투이(Tuohy). 리앤은 우연히 마주친 흑인 부랑아를 외면하지 않고 집으로 데려와 돌봤다. 유난히 큰 덩치로 ‘빅 마이크’로 불린 오어가 미식축구에 소질을 보이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오어는 맨 앞에서 쿼터백을 지키는 오펜시브 라인맨으로 탁월한 기량을 보여줬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쿼터백이 패스를 하려고 한쪽으로 몸을 돌릴 때 반대쪽에 발생하는 일종의 사각지대(死角地帶)를 의미한다. 오펜시브 라인맨은 이를 지키며 쿼터백을 보호하는 게 임무다. 투이 부부 덕분에 오어는 풋볼 명문 미시시피대학을 거쳐 2009년 NFL 볼티모어 레이븐스 지명을 받으며 성공 신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인종과 사회 편견을 극복하고 사랑으로 새로운 가족을 이룬 내용은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줬다. 오어는 2013년 레이븐스 소속으로 수퍼볼 우승까지 맛봤고, 2017년 은퇴했다.
마이클 오어(왼쪽에서 넷째)가 2009년 NFL 볼티모어 레이븐스 지명을 받은 후 감격에 찬 얼굴로 가족과 나란히 서 있다.
왼쪽에서 다섯, 여섯째가 오어의 양부모로 알려졌던 투이 부부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돌연 오어가 최근 지역 법원에 투이 부부가 자신을 이용해 몰래 수익을 챙겼다는 취지로 소송을 내면서 미담이 추문으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외신들은 오어가 만 18세이던 2004년 입양(adoption) 절차라고 믿고 서명한 서류가 알고 보니 투이 부부가 법적 후견인(conservator)이 된다는 내용이고, 이를 통해 투이 부부가 자기 이름으로 사업할 수 있는 권한을 챙겼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오어는 그들이 자신을 입양하지 않았는데 ‘양부모’라고 공개적으로 표현하며 많은 수익을 거둬들였다고도 비판했다고 한다. 특히 영화와 관련한 계약을 맺으면서 투이 가족이 기본 22만5000달러(약 3억원)에 향후 순수익의 2.5%를 받기로 했는데 자신에게는 한 푼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대목도 포함했다. “자신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영화 덕에 투이 가족은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는 얘기다. “(입양을 거쳐) 투이 가족의 일원이라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그냥 후견인이었을 뿐) 그렇지 않았다”면서 “내 이름과 얼굴을 사용해 벌어들인 돈에 대한 회계 내역을 공개하고, 정당한 몫을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미 매체들은 전했다.
현재 투이 가족은 공식적 언급을 아끼고 있다. 다만 숀 투이(리앤 남편)는 멤피스 지역 매체에 “너무 충격이다. 자식들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속상하다. 16세이던 마이클을 사랑했던 것처럼 37세 마이클도 계속 사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어가 원한다면 후견인 지위를 내려놓겠다고도 덧붙였다. ESPN은 “투이 부부도 오어가 낸 소송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투이 부부는 영화로 얻은 수익이 많지도 않고 오어를 포함한 다른 자녀들과 나눴다고 밝힌 바 있다.
오어는 현역 시절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영화에서 그가 실제보다 덜 똑똑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게 됐다는 게 이유다. 오어는 “(그 영화로 인해) 내가 어떤 선수인지 제대로 보지 않고, 경기장 밖 일로 나를 평가하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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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3
해결사
2023.08.16 07:19:56
빈민가서 구해준 것은 사실 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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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
aigo
2023.08.16 11:01:13
진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거지새끼 거둬서 유명한 축구선수로 키워준 은혜는 갚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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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바우네
2023.08.16 11:53:08
'레이븐스 소속으로 수퍼볼 우승까지 맛봤고'(?)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슈퍼볼(Super Bowl)[명사][체육]미식축구(美式蹴球) 리그(league)인 NFL(National Football League)의 결승전. <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발음 기호 [sju]는 영어의 외래어 표기법 9항에 따라 ‘슈’로 적게 됩니다. 실제 미국식 영어 발음과 혼동하여 ‘super’를 ‘수퍼’로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한글로 옮기면 ‘슈퍼’가 옳은 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