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시티의 그린을 보호하자!
간판가림 등으로 무참히 잘리는 나무들
해운대신시가지 초기인 1999년에 심어져 50년생에 이른 느티나무 가로수 네 그루가 건물 간판을 가린다는 등의 이유로 뭉텅 잘려 나갔다. 인근 건물 관리소장의 지시로 잘려 나간 가슴 높이 지름이 약 50cm인 이 나무들은 이제 이전의 푸르른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최근 KB국민은행 장산역 지점 앞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해운대라이프 지난 호(10월 26일 자 9면)에 보도된 바 있다.
본지 기사를 보고 울분에 찬 많은 사람들이 지난 10월 31일 오전 10시, 국민은행 앞 현장에 모였다. 부산생명의숲 김영춘 공동대표와 이선아 사무국장, 정은비 차장, 부산시 녹지 분야에 근무하고 퇴직한 공무원들의 모임인 임우회의 김문규 회장, 유도형 부회장, 이영기 부회장, 해운대구청 늘푸른과 박선우 팀장과 직원 등이 함께 했다.
그리고 나무를 자른 건물 관리소장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가까운 부산은행 앞에 있던 느티나무도 비슷한 방법으로 잘랐지만 몇 년이 지나면서 나무가 다시 회생했다”며 변명을 이어 나갔다. 그러자 참석자들이 “부산은행 앞의 느티나무는 크기가 작고 그나마 작은 가지만 잘랐기에 회생이 가능했지만 가지가 풍성했던 이곳 느티나무는 원 모습을 잃어 보기 싫게 변한 상태가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일에 대해 일벌백계로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다른 상가 앞 나무들도 무분별하게 잘려 나갈 수 있다”며 강력히 항의하자 관리소장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구청의 지시에 따라 원상회복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 공공재 훼손에 따른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을
그 후 11월 6일에는 부산생명의숲 회원들이 해운대구 부구청장실을 방문하여 훼손된 느티나무는 부산 시민의 귀중한 공공재로서 공공기물 훼손에 따른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고 같은 크기의 나무를 심어 원상회복 조치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리고 해운대구에서 나무 벌채 금지 조례를 만드는 등 강력한 행정지도를 통해 관내의 나무들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행정력을 발휘해 줄 것도 당부했다.
실제 그린시티가 조성된 지 30년이 가까워지자 당시에 심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말 그대로 숲과 나무가 어우러진 ‘Green City’가 되어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그런데도 ‘간판을 가린다’, ‘태풍에 넘어간다’는 이유와 가지치기라는 명분으로 비전문가에 의해 무분별하게 나무들을 자르는 일이 그린시티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다.
1년 전 좌동우체국의 히말라야시다 4본도 지나친 가지치기로 고사했고, 각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비전문가에 의한 무분별한 가지치기로 아름다운 나무가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무 가지치기는 나무의 모습과 태풍의 영향을 감안해 잔가지 위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나무가 지나치게 빽빽한 상황이 되었음을 감안하여 전문가에 의한 과감한 간벌을 통해 나무의 생육공간을 넓혀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