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의 어느 마을, 두 여성이 심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외지인과 현지인의 대립, 외지인 비엔나(조안 크로포드)는
마을의 외곽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에 철도가 들어설 예정이 되면서 그 자리가 노른자위 땅이 됩니다.
반면 마을에서 부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엠마(메르세데스 맥캠브리지)는 비엔나를 마을에서 쫓아내고자 노력
합니다. 비엔나와 엠마의 대립은 키드 라는 총잡이에 대한 삼각관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마을에 홀연 의문의
키 큰 남자가 기타를 들고 찾아옵니다. 그의 이름은 '쟈니 기타(스털링 헤이든)' 기타 연주를 위해서 고용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그를 비엔나가 심상치 않은 눈길로 바라보는 것을 본 키드와 일행은 쟈니를 경계합니다.
쟈니와 비엔나 사이의 어떤 비밀스런 사연이 있는 듯 하며 총도 없이 기타를 둘러메고 나타난 쟈니에게서는 뭔가
비범함 포스가 뿜겨져 나옵니다. 그런 쟈니에게 키드의 일당인 악당 바트(어네스트 보그나인)가 시비를
거는데......
보통 이런 설정이라면 신비스런 떠돌이 쟈니가 후반부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며 악당들을 싹쓸이하고 위기에 빠진
비엔나를 구해서 둘이 떠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서부극의 정형화된 설정입니다. 뭐 유사한 내용이 나오긴 합니다.
쟈니는 꽤 솜씨있는 총잡이고 싸움도 꽤 잘합니다. 용감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죽을뻔한 비엔나를 구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클라이막스의 키는 비엔나과 쥐고 있었고, 비엔나와 엠마의 피할 수 없는 숙명적 대결이 끝나면서 결국
비엔나와 마을의 대립도 끝나고 영화도 끝나게 됩니다. 비엔나와 쟈니의 사랑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도 자연스럽게
제거 되고요. 낭만파 서부극의 정형에서 마지막의 주인공만 여성으로 슬쩍 바꾼 내용입니다. 엠마를 도와 비엔나를
몰아내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맥카이버(워드 본드)도 엠마와 비엔나가 대결을 펼차게 되자 '그래 결국 두 여자의
싸움이야'라면서 쏙 빠집니다.
기대했던 클라이막스가 여 대 여의 대결도 약간 싱거워지고 두 여성의 대결도 그다지 큰 긴박감으 넘친 것은
아니었지만 실제 총 대결이 많은 서부극에서의 장면처러 멋드러질 리가 없고 이 영화에서 처럼 건조하게 끝나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더구나 두 사람은 황야의 건맨이 아닌 서로 증오에 찬 여성일 뿐이니까요.
국내에 '고원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영화로 30-40년대의 명 여배우 조안 크로포드가 나이들어서 주연한
영화입니다. 눈이 유난히 큰 여배우로 30년대부터 이미 스타의 위상에 올라간 배우지만 많은 여배우들이 30대
중반은 넘어서면서 내리막길을 걷던 당시와는 달리 40-50대에도 제법 왕성하게 활동한 여배우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4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쟈니와 사랑의 밀당을 하는 낭만적인 역할로 총을 찬 여성으로서의 터프함과
드레스를 입고 사랑에 빠진 여성스런 모습을 함께 보여줍니다. 그녀의 상대역인 쟈니 기타 역에는 장신 배우 스털링
헤이든이 출연하며 '킬링' '아스팔트 정글'과 그의 대표적 영화입니다.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악당으로
출연하여 특유의 악역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 못지않게 페기 리가 부른 주제곡 '쟈니 기타'도 꽤 유명한데, 이 곡은 서부영화 주제가의 명곡에 꼽히는 노래
입니다. 영화속에서는 오프닝 타이틀에서는 경음악으로 나오고 페기 리의 음성은 끝날 때 짧게 나와서 다소 아쉽
습니다. 존 웨인, 게리 쿠퍼, 커크 더글러스, 리처드 위드마크 등이 출연하는 멋드러진 마초적 서부극이 주는
호쾌함이나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두 여성의 대립을 소재로 했고 여성의 총 대결로 마무리되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로 기억되는 고전 서부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