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새번역 성경이 처음 나왔을 때 문제가 되었던 성경 구절 가운데 하나가 이사야 53장 3절이었습니다. 개역 성경이 “그는… 질고(疾苦)를 아는 자라.”고 번역한 부분을 표준새번역이 “그는 언제나 병을 앓고 있었다.”라고 번역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우리의 질고/병을 대신 ‘짊어지셨다’는 의미이지 예수님 자신이 늘 병을 앓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이 늘 병을 앓았다’고 하면 참 어색하게 들리기는 합니다. 하지만 실제적인 의미에서, 예수님이 우리의 질병을 짊어지셨는데 그것이 단지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에만 그렇게 하셨다고 보는 것보다는, 일상적인 삶 속에서도 우리의 질병을 나누어 앓으셨다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히브리서 4장 15절은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체휼(體恤)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같이 시험을 받은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고 말합니다. 이 구절은 예수님의 무죄(無罪)하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본문에 의하면 예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실체로 그 육체로 경험하셨고, 우리가 받는 것과 같은 시험을 당하셨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말하기 때문에 그들과 동일한 지적을 받아야 합니다. “야곱아 네가 어찌하여 말하며 이스라엘아 네가 어찌하여 이르기를 내 사정은 여호와께 숨겨졌으며 원통한 것은 내 하나님에게서 수리하심을 받지 못한다 하느냐.” 예수님은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연약함과 무력함, 시험과 유혹, 고통과 고난을 몸소 경험하셨습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느끼게 되는지, 얼마나 좌절하게 되는지를 모두 아십니다. 사실 ‘체휼’이라고 번역된 헬라어 단어는 ‘~와 공감하다’(sympathise with)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모든 경험과 느낌을 동일하게 느끼시고, 그래서 우리를 이해하신다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또한 예수님이 “자기가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은즉 시험 받는 자들을 능히 도우시느니라”(히 2:18)고 선언합니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어떤 고난과 고통, 무기력함과 좌절도 예수님은 우리와 동일하게 경험하고 계시며, 깊은 공감 가운데 우리를 도우십니다! 이 기간이 주님의 고난과 우리의 고난이 하나 되며, 또한 주님의 부활이 우리의 부활이 되는 귀한 체험의 기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