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읍이 천곡동 산지를 신시가지로 만들어 동해시가 되었다.
묵호읍은 좁다. 묵호진동, 발한동, 부곡동이 전부다.
돌아다녀도 한 시간이면 고작이다.
중심지 발한동 삼거리와 묵호중앙시장은 걸어도 십 분이면 끝이다.
나는 발한 삼거리 바로 옆 원룸에 산다. 내 방은 더 작다.
젊은 시절 나는 전세계를 돌아다녔다. 유학을 가서 동경이라는 세계 최대의 도시에 살았으며 논문을 쓰기 위해 남미 볼리비아 중국 오지를 다녔다.
그리고 운이 좋아 돈을 벌어 태평양과 동남아의 바다와 섬들을 스쿠바다이빙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넓은 세상을 경험했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글을 썼다.
묵호로 돌아왔다.
넓은 곳에 있다가 묵호의 좁은 곳으로 왔는데 좁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하고 안심이 되었다.
5평 짜리 원룸도 좁지 않았다.
화분으로 가득 차 있는 베란다는 천상의 화원이었다.
발한동 삼거리와 묵호 중앙시장은 나의 놀이터이다.
내 방에서 글을 쓰면서 자유를 만끽 한다.
중앙시장을 지나서 게구석 길을 올라 창호초등학교를 거쳐 동문산 정상에서, 사문재를 지나 초록봉을 거치고 옥녀봉이 되고 드디어 백봉령 정상에서 태백산맥을 질주한다.
태백산맥을 질주하면 우리나라 어디든 갈 수 있다.
묵호역에서 KTX를 타도 서울이든 부산이든 전라도든 갈 수 있다.
동해항에서 여객선을 타면 일본 사카이 미나토, 러시아 블라드보스톡, 중국의 훈춘,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일본에서 태평양을 건너면 미국이다.
묵호는 좁지만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러나 굳이 갈 필요도 없다.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로 모든 것의 소식들 들을 수 있다.
새가 되어 훨훨 날아 세상을 내려다 볼 수도 있다.
글을 쓰면 무한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생각을 하고 책을 읽으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
묵호는 좁지만 넓다.
그래서 나는 묵호의 이야기를 쓰는 묵호학자다.
묵호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삿삿이 뒤져서 묵호를 밝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