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술을 마시며 한산소곡주 증류주를 사달라고 한 모양이다.
같은 학교에서 일하시는 아저씨가 대상을 받으신 술이라고 콩나물국밥을 먹고
금강을 건너 한산면쪽으로 간다.
몇 도인지도 모르는(40도가 넘는다?) 술을 4만원에 사며 두어잔 마신다.
한산모시홍보관에 들러 모시떡을 만원에 사 나온다.
날 싣고 새만금을 건너 선유도로 간다.
얇은 편마암이 물결에 다듬어져 갯돌은 납작 매끈하다.
물제비뜨기를 하다 이른 점심을 해물칼국수를 먹고 물회도 시킨다.
난 배낭 옆주머니에서 소곡주를 가져 와 마신다.
박경태가 차에서 하얀 소금포대를 꺼내 2L짜리 술 두병을 담아주고 떠난다.
저 건너 대봉 전망대에 잠자리를 정하고 선유해수욕장을 걷는데 손에 든
술이 너무 무겁다. 배낭을 벗어놓고 다시 식당에 가 배낭을 맡기며 모시떡 한봉지를 드린다.
산자고와 생강나무 꽃을 보며 오르는 대봉은 금방이다. 바람이 쎄다.
데크 안쪽에 배낭을 벗어놓고 몽돌해변쪽으로 보고 부드러운 봉우리를 넘는다.
납짝 매끄러운 해변에서 하얀 파도를 보며 무너지는 돌탑을 쌓는다.
술기운이 아직 몸에 가득한데 술이 없으니 아쉽다.
찻길을 걸어 빈몸으로 다시 해수욕장을 지나 짚라인 건물을 지난다.
선유봉에 올라 바위에 보서지는 하얀 파도를 본다.
언젠가 눈오는 날 미끌리며 올랐던 길인데 이젠 비교적 잘 닦였다.
장자도 가는 다리는 찻길 옆에도 자전거길 도보길이 있다.
저쪽에 빨갛게 선 다리에도 사람들이 건너고 있다.
씽씽 달리는 찻길 가를 지나 장자도에 들어서 바람의 언덕까지 다 걷는다.
대장봉 오르는 길을 예전과 반대로 잡는다.
할머니 사진이 걸려있는 신당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반대쪽으로 내려와 바람을 옆으로 막으며 다리를 건넌다.
젊은 여성들이 사진을 찍으며 용감히 걷는다.
선유탑 앞 가게에서 삼겹살과 소주와 컵라면을 산다.
재활용비닐봉지에 담고 해수욕장을 지나 망주봉 입구를 찾는다.
출입금지 글씨가 크게 선명한데 그리로 들어간다.
찔레나무 사이를 지나 바위 앞에 서니 흔적이 희미하다.
바위는 가파르지만 미끄럽지 않다. 한손에 봉투를 드니 조금 불안하다.
싸구려 신발이지만 미끌리지 않아 다행이다.
소나무 사이 리본이 보인다. 나무 사이 뿌리를 잡고 솟은 바위를 딛고 오른다.
바람이 차 날 지켜보는 이가 없을 듯해 다행이다.
어느 순간 망주봉 정상이다. 내려갈 곳을 가늠한다. 건너 작은 봉 쪽으로 내려갈 만할 듯하다.
소주 한잔 마시려다가 무서워 참는다.
내려가는 길이 더 무섭다. 건너봉은 오르지 않고 남쪽으로 흔적을 찾아 내려간다.
길은 사라진다. 가시덤불 헤치는데 산자고 달래는 가득하다.
물을 사지 않았다. 망주봉민박집에 가면 가게가 있으까 걷는데 거긴 없다.
선유3구에 오니 무인 편의점이 있어 카드를 찍고 들어간다.
마을 좁은 골목을 지나 다시 대봉으로 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가까워지며 하늘을 물들이며 납작해진다.
나무 사이 거센 바람을 맞으며 해를 본다.
주변에 화장지들이 누워있다.
돌아와 텐트를 치다가 다시 해를 보러 다녀온다.
바람이 거세 활대를 낀 텐트가 날린다.
도화 여의천 옛군부대 터에서 풀어 낸 든든한 줄을 챙겨와 다행이다.
삼겹살은 맛이 없다. 소주도 맛이 없다.
바람 부는 밤이 긴데 술맛이 없으니 큰일이다.
작은 시집을 꺼내 읽어도 시간이 안 간다.
바람은 밤내 거칠게 울어싼다.
비몽사몽 간에 잠이 들고 또 일어나기도 한다.
기온은 차지 않은데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텐트 밖으로 나와 별자리 선명한 하늘을 올려다 본다.
바람이 불어야 하늘은 맑아진다.
내 마음 속에도 뭔 바람 불기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닌가?
가을엔 억새가 비질해 주길 바라고 가끔 섬에 와
저 바람이 나의 때를 씻어주길 바래야 하는 건가?
어느 순간 눈을 뜨니 밖이 너무 밝다. 해뜯기 전의 어둠 속 동쪽 하늘을 보지 못한다.
해는 신시도 쪽인가에서 뜬다.
망주봉과 선유해수욕장 그 디로 섬과 부안반도가 맑다.
물을 끓여 라면을 먹고 남은 삼겹살을 물에 담그고 된장과 마늘을 다 넣는다.
아침이 든든하다.
바람은 여전해도 해가 따뜻하나 기운을 보내 겨울 점퍼를 벗는다.
짐찾으러 갈 시간이 너무 이르다.
텐트에 들어가 또 눕는다.
밖에서 야호 소리에 밖으로 나와 바다와 섬을 보고 텐트를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