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이웃들
글쓴이: 조정래
늘그막에도 먹고 살려고 설치 노가다 일을 다닙니다만, 노가다 일을 다니면서 참 이상한 문화를 직접 자주 경험합니다.
그건 다름이 아니고, 요즈음 유행하는 전원주택 집단 구락부 동네 이야기입니다. (일반 개인이 짓는 전원주택 혹은 이웃과 떨어진 집이라면 그런 면이 없을 것 같으니 오해 마시구요.)
남한강변을 따라 산수 좋은 곳에 건설업체들이 집단 고급 전원주택을 지어서 파는 곳이 많은데... 저는 숨이 막혀서 공짜로 그런 단지 안에 집을 준다 한들 못 살 것 같아서 여러분에게 간단히 노후 사람 사는 이야기로 적습니다.
바라만 봐도 부러운 멋지게 지은 고급 전원주택 단지내에서, 날이 더우니 서울서 새벽 일찍 내려가서 설치 작업을 아침 7시에 조용히 시작했습니다.
워낙 별난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가능한 한 달그락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고 주인이 지정해 준 곳에서 설치 작업을 조용조용하는데, 뒷집에서 뚱뚱한 아주머니가 이마에서 턱밑까지 내려온 늙은 우울증을 덮어쓰고 깔끔한 잔디 마당을 가로질러 펜스 부근까지 다가왔습니다.
그러자 옆집에서도 늙은 노인이 똑같은 인상으로 펜스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왔습니다. 넓은 잔디 위로 걸어오는 모습이 마치 암수 구분이 어려운 아프리카 하이에나 걸음걸이 같았습니다.
두 사람은 다가오는 목적이 동일하지만 이웃끼리 아침인사도 없이 서로 외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분위기상 두 이웃은 이미 어떤 언쟁으로 살가운 사이는 아닌 듯싶습니다.
두 사람은 조용조용 조립작업을 하는 필자를 보고 무언가 말을 할 듯합니다. 안 들어봐도 그 이웃들이 무엇을 트집 잡을지 100% 저로서도 짐작합니다.
이런 이웃 탓 근성읕 몇십 년 실경험으로 겪은 사람인지라 처음부터 외면하고 작업을 하는데...
이번에는 도로 건너편에서 강아지 똥누이로 나왔던 늙은 아주머니가 집으로 안 들어가고 필자 옆으로 슬금슬금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 세 사람들이 왜 다가오는지 그 목적을 잘 압니다.
동물이나 안간은 늙으면서 골수 호르몬이 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은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하고 반대로 남자는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는 감성적으로 변한다고들 합니다.
설치장소에 팽팽한 침묵이 흐르는데, 말티즈가 노가다하는 나를 보고 앙칼지게 캉캉거렸습니다. 그러자 앞집에서 닭도 울었습니다. 키우는 짐승은 주인의 심보나 근성을 닮아가니 개도 붉은 장갑 끼고 일하는 저를 개 이하로 취급합니다.
그때 드디어 뒷집 여자가 "아저씨 여기서 무엇하세요?" 한마디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 설치 작업 합니다."
"무슨 설치 작업요?"
"이집 주인 요구로 설치 작업을 울타리 안에서 하는데 제가 아주머니에게 대답을 할 의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여자에게는 사모님 호칭 아니하고 나보고 아저씨라 하니 나도 아주머니 호칭했더니 금방 얼굴 근육이 일그러졌습니다.
저는 압니다. 심보가 삐뚤어진 사람은 친절하게 설명하면 꼭 딴지성 말을 더 하니 나도 대답이 부드럽지 못했습니다.
돈 쫌 벌어서 고급 전원주택 단지에 건축된 넓은 잔디마당에 산다고 꼴에 골속 호르몬 중 이웃에 대한 이해나 교양 물질은 텅비고 냄새나는 늙은 여성의 삐딱한 해작질 심보만 가득하다는 것 쯤은 지난 20년간 수없이 당하고 대응 방법도 깨달은 사람입니다.
노가다 일하는 필자에게 한마디씩 던지려는 심보가 틀니와 눈알로 뛰어나오는 세월입니다.
"무엇을 설치하는지 모르지만 펜스 밖으로 즉 저희 집 쪽으로 나오면 안됩니다."
"예 잘 알았습니다, 0.1센티도 침범하지 않게 주의해서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여기 이런 안데나 설치하면 우리집 TV 잘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요?”
"주파수 수신 대역 파장 길이가 전혀 달라서 아주머니가 보는 TV하고는 전혀 방해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나보고 씩씩대는 작은 개새끼를 처진 가슴에 끼고 온 여자가 대뜸, "이쪽에 설치하면 저희 집에서 건너편 풍광 볼 때 보기 싫으니 다른 곳에 설치하세요." 뒤안 안쪽으로 설치하는데도 거의 명령 쪼였습니다.
건너편 남한강 풍광이 아름답게 펼처진 곳이기도 하지만, 남한강 바라보는데 가는 알미늄 파이프가 방해 준다는 소리는 내 댁빠리에 털나고 처음입니다.
상대방 골수 호르몬 수준에 맞게 글로 옮기면서 원고의 내 글 표현도 머리에서 댁빠리로 추락합니다. 한마디로 무식의 극치입니다.
필자도 벨기에와 프랑스의 고급 전원주택 단지서 10년 넘게 살아봤지만 단 한번도 이딴 이웃 해작질 심보를 겪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일본 오시마 휴양지 별장 동네도 살아봤지만, 그저 담장 너머로 작은 술안주 건네주는 할머니만 있었지요.
터밭에서 어릴 적 추억으로 콩사리를 하여 연기가 단지내 돌아도 다들 자기 어릴 적에도 콩사리 해 먹었다면서 좋은 대화 나누었지만 매캐한 연기에 불만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만약 내가 설치 작업하면서 콩사리는 고사하고 담배만 피워도 담배 연기 자기 마당으로 들어온다고 한마디 할 사람들이었습니다.
내가 벨기에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고 5천 년 조당수 죽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반도인들이 이제 먹고 살만하다고 이 무더위 날 아침부터 지구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심보들을 보게 되는데... 물론 내 책임도 있습니다.
필자가 얼굴이 우락부락하지 못하니 늘 쉽게 언쟁에 휘말리는 형입니다. 반도인들은 선한 사람을 업수이여기고 무시하는 근성이 있다는 것은 조선 시대 선비들도 인정한 근성입니다.
일본에서 제주도 출신 감독이 그런 근성으로 오사카 지방에서 사는 같은 동포를 괴롭히는 인간성을 "피"라는 영화로 만들어서 일본에서 대 히트를 친 영화가, 작업하는 순간 번개처럼 스쳤습니다.
"ㅎㅎ 아주머니, 개새끼가 참 표독하게 생겼으니 유순한 개새끼로 바꾸시라면 좋겠습니까? 저는 그런 소리 하지 않습니다. 그건 개인 사생활 범주이니까요... 안테나가 펜스를 넘었을 때 항의하셔도 될 일을 아침부터 미리 주의를 줄 이유가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나라는 남북대치 국가로서 KBS를 청취 목적으로 설치하는 FM안테나는 정보통신법으로 보호하는 준수사항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정보통신법을 들먹이자 늙은 여자 목소리에 심술이 더 덕지덕지 붙었습니다.
"북한이 처들어오면 정부가 국민 안전을 위해 재난 방송을 하는데 그 방송 청취를 위해서 라디오 안테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건물 준공이 떨어지는 건물도 있습니다."
약을 올릴 셈으로 한마디 더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시골에 사셔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서울 가면 모든 건물 옥상에 라디오 안테나와 피뢰침이 설치되어 있지요! "
그런 정보통신법을 들먹이고 밖이 조금 시끄러워 지자, 늦잠을 즐기신다는 집주인이 나오더니 귓속말로, "조 선생님, 그냥 참으세요. 저 여자 우리 된장독도 자기 집에서 보인다고 뒤안으로 옮기라고 하는 무식한 여자입니다. 그냥 모른 척하세요. 생 몸써리납니다."
오디오 동호인은 안동양반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참으로 순하신 분이셨습니다. 저렇케 순하시면 이웃은 존경하는 것이 아니고 펜스 가까이 심은 대추나무 가지가 살짝 넘어도, "짜르세요!"할 정도로 각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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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전원 주택단지... 그림 같지만 그 마을 안에 가면 오만 이웃 갑질이 넘치는 나라입니다.
국민의식이 소득 수준을 미처 못 따라가니, 시골 마을길 지나가는 장례차도 몇천만 원 내놓으라는 거지근성 착취 관행이 버젓이 전국 여기저기 일어난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만 …
저마다 넓은 잔디 마당에 산다고, 입은 심술에 찌들었고, 이웃을 보는 눈은 늙은 오랑우탄 수준보다 질이 더 떨어지는 곳이 있습니다.
그날 작업 후 주인장에게 들었지만, 복잡한 서울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접고, 조용한 산골 고급 전원 단지로 들어왔더니, 이번에는 사방이 이웃 해작질 심보로 사는 사람들 때문에, 다시 팔고 서울로 돌아갈 작정이라고 합니다.
허긴 도시는 눈총이 분산되지만, 이 깊은 산골의 고급 전원 단지는 하루종일 봐도 앞ㆍ뒤ㆍ옆 이웃집 뿐이니 얼마나 해작질 심보의 눈총 타겟이 좁아지겠는가!
우리말에 ‘이웃 사촌’이라는 말은 사실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옛날에도 이웃 해작질이 많아서 제발 이웃끼리 사촌 정도의 정이라도 나누면서 살자!...라는 말이 잉태된 나라가 아닌가!
TV도 어쩌다 틀어보면 여의도 쪽은 너도나도 삿대질하고 고함치는 나라이니, 이 깊은 산골도 1센티도 양보 없는 나라로 추락하고, 작은 개도 처진 주인 여자 가슴에 안겨서 표독스럽게 깽깽거리는 것이 아닐까!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런 몰지각 이웃 문화를 개선하는 방법은, 미국처럼 총기 자율화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전국 여기저기서 이웃끼리 탕탕 쏴 죽이고 하겠지만, 모든 죽음은 그 값어치가 생기고 그로 인하여 서로 조심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성장하는 장점도 있다는 것을 선진 나라들도 인정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도 총기 자율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이 들면서 필자도 점점, "인간이 싫다"로 돌아섰지만, 한때 나도 풍광 좋은 곳에 전원주택이나 마련해서 조용히 노후를 보낼까 했는데, 그날 그 희망을 접게 해준 오랑우탄 수준의 고급 전원주택 단지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어주자 사람사는 이야기 중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