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의 최대 고민은 ‘종목선정’에 있다. 우량주를 골라야 고수익을 낸다는 건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몰라서 못하고 알아도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투자세계의 고수들은 다르다. 저마다 독특한 종목선정 노하우를 보유·고수한 결과 경이로운 수익률을 냈다. 피터 린치는 생활 주변에서 대박 힌트를 찾아냈고, 워런 버핏은 독점파워를 가진 굴뚝주만 고집스레 매매해 고수익을 거뒀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윌리엄 오닐(William J. O'Neil)의 종목선정 비법도 파워풀하다. 한국의 펀드매니저 중엔 오닐의 투자전략을 벤치마킹하는 이가 적잖다. 몇몇 투자동호회에선 그의 저서를 필독서로 삼는다. 재야고수로 유명한 필명 ‘새강자’는 “오닐의 종목선정 기준만 잘 지켜도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강세장이건 약세장이건 모두 적용되는 기본지침서로 투자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닐의 종목선정 원칙은 흔히 ‘CANSLIM모델’로 불린다. 비약적인 주가상승세 직전의 초기단계에서 나타나는 7가지 공통특징을 조합한 말이다. 그는 1950~2000년까지 600개의 성공적인 투자수익률을 거둔 회사를 철저히 분석해 대박주의 공통점을 이끌어냈다. 오닐은 “CANSLIM모델은 일시적인 유행의 변동이나 경기곡선 변화에도 불구하고 항상 유효하다”고 전했다.
◇C(Current Quarterly Earnings per Share·현 분기 주당순이익) = 그간 슈퍼스타로 떠올랐던 종목은 시세분출 직전 1~2분기 순이익이 급증했다. 오닐에 따르면 급등종목 600개 중 4분의 3이 폭등 전 최근 분기 순이익이 평균 70% 이상 늘어났다. EPS(주당순이익 = 세후순익 ÷ 주식수) 증가율은 높을수록 좋다. 5~10%의 EPS 증가율로는 부족하다. 다음 분기에 갑자기 떨어질 수 있어서다. 물론 매출액이 늘었다고 매수근거가 되는 건 아니다. 매출액이 20% 늘었다면 순이익은 그 이상 늘어야 한다. 회사의 실적 부풀리기에 속아선 곤란하다. 반대로 순이익이 늘었는데 증자(주식물량 증가)로 EPS 증가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반드시 전년 동기와 비교해야 한다. 매출액 성장률도 주목해야 한다. 기업은 비용절감을 통해 EPS 증가율을 부풀릴 수 있다. 때문에 매출액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 2분기에 걸쳐 EPS 증가율이 감소하면 위험징후다.
◇A(Annual Earnings Increases·연간 순이익 증가율) = 성장열쇠를 찾자는 차원이다. 일시적 실적증가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자면 연간 EPS 증가율을 알아보는 게 효과적이다. 우선 최근 3년간의 연간 EPS 증가율이 증가 추세여야 한다. EPS 증가율은 최소 25~50% 이상이 좋다. ROE(자기자본이익률)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순이익 증가세는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 오닐은 “경험상 3년 연속 EPS 증가율을 보인 종목은 전체의 20%에도 못미친다”며 “이 조건만 챙겨도 80%의 형편없는 주식을 솎아낼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PER(주가수익비율)는 중요치 않다. PER는 원인이 아닌 결과로 PER보다 중요한 게 EPS 증가율이다. 높은 PER는 주로 강세장에서 나타난다. PER가 높다고 외면해선 안된다. 역시 저PER라고 매수해서도 금물이다. PER가 낮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저PER주 = 매수후보’는 아니다.
◇N(New Products, Management, Highs·신제품, 경영혁신, 신고가) = 매수타이밍과 관련 있는 항목이다. 비약적인 주가상승을 위해선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다. 기존의 EPS 증가율을 웃도는 이익을 창출하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사고가 반영된 경영혁신도 여기에 해당한다. 오닐이 분석한 600개 종목 중 95%는 ‘새로운’이란 조건이 하나 이상 충족됐었다. 주가상승의 키 중 하나는 신제품 출시다. 삶의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수록 좋다. 같은 맥락에서 인터넷 포털이 주가폭등을 낳은 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천장을 찍은 후 폭락해야 싸게 보인다며 매수한다. 오닐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라는 격언은 틀렸다”며 “신고가 종목은 더 오르고 신저가 종목은 더 떨어진다”고 전했다.
◇S(Supply and Demand·수요와 공급) = 수급은 월가의 어떤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투자의견보다 중요하다. 대개는 발행주식수가 적은 게 좋지만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게 흠이다. 기회가 큰 만큼 위험도 커진다. 노련한 투자자라면 발행주식수보다 유동물량에 주목한다. 단 펀드는 대형주를 선호한다. 높은 유동성과 우량한 재무구조 때문이다. 과도한 주식분할은 부정적이다. 공급물량의 급증을 초래하고 주가흐름을 둔하게 만들어서다. 주식분할로 주가가 싸져 더 많은 매수자를 끌어들일 수는 있지만 역효과도 만만찮다. 민첩한 투자자라면 과도한 주식분할 소식이 나올 때 주식을 팔고 이익을 챙긴다. 반면 자사주를 매입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다.
◇L(Leader or Laggard·주도, 소외주 여부) = 흔히 자기가 좋아하는 주식을 산다. 호감이 가거나 맘이 놓인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적인 호감만으로 매수한 주식은 시장을 주도하기보다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다. 주도주를 사는 게 우선이다. 싸 보인다고 저가주를 사면 상승장에서도 오르지 않는다. 활황업종의 선두권 2~3개 종목은 놀라운 성장률을 보여준다. 가급적 주력품목의 시장점유율 1위가 좋다. 주도권을 쥐었다고 반드시 최대 회사거나 브랜드가 가장 유명하지는 않다. 주도주가 비싸다는 이유로 대안을 찾는다. 소외주가 그렇다. 대안종목의 주가는 결코 주도주에 못미친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보유종목은 매도 1순위다. 반면 괜찮은 투자수익을 올리는 주식은 계속 보유하면서 최고의 주식으로 키워야 한다. 하락국면에서 주도주 찾기는 더 쉽다. 덜 떨어지는 게 다음 상승 때 최고의 주식으로 부상한다.
◇I(Institutions Sponsorship·기관투자가의 뒷받침) = 으레 그렇듯 리더의 움직임을 좇아갈 필요가 있다. 주가가 뛰려면 수요층이 탄탄해야 한다. 대규모 수요의 원천은 기관투자가(펀드, 연기금, 은행 등)다. 최고의 주식이라면 으레 다수의 기관투자가가 보유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질과 양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고수익을 거둔 실력파 펀드매니저가 소속된 기관투자가라면 함량이 우수하다. 최근 몇 분기 동안 기관투자가가 매수 입장을 보인 주식이 좋다. 또 어떤 종목을 새로 비중 있게 편입했다면 눈여겨봐야 한다. 펀드가 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시작했다면 당분간 이 흐름에 따라 새 종목의 편입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식을 보유하려는 기관투자가들의 숫자가 늘어난 종목도 괜찮다. 기관의 매수가 뒷받침된 주식은 언제든 팔고 빠져나오기가 좋다.
◇M(Market Direction·시장의 방향) = 앞서 제시한 6가지를 다 지켰어도 시장방향과 어긋나면 75% 이상 떨어진다. 강세·약세장 여부를 판단하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강세라도 초기인지 말기인지 아는 게 결정적이다. 최선책은 종합주가지수나 업종평균지수 등 시장 전반의 움직임을 챙기는 것이다. 시장흐름은 정확히 짚을 수 있다. 매일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일단 증시 사이클의 주기를 알아야 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과거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천장을 칠 때 어떤 신호가 나왔는지 명심해야 한다. 가령 오름세 중 기관물량이 대규모로 나왔거나, 얼마 후 반등시도가 이뤄진다는 점, 주도주의 흔들림과 급락세, 소외주의 반등모색 등이 천장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돋보기 . 윌리엄 J. 오닐은 누구인가
NYSE 최연소 회원, ‘26개월간 2천% 대박’
대공황으로 신음하던 1933년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가난하게 자란 오닐은 남부 감리교대학을 졸업했다. 전통 있는 증권회사 중 하나였던 ‘하이든스톤 앤 컴퍼니’의 주식중개인이 첫 직업이었다. 주식과의 인연은 공군에 복무 중이던 53년이다. ‘프록터 앤 갬블’에 300달러를 투자한 게 처음이었다. 이때부터 성공하는 주식들의 특징에 대해 연구했다. 수익률이 월등했던 ‘드레이퓨스’ 펀드를 3년간 집중분석한 결과 ‘CANSLIM모델’을 만들어냈다. 이 모델을 적용해 62~64년의 26개월간 2,000%의 투자수익을 거뒀다. 불과 1년 만에 5,000달러의 투자원금을 20만달러로 키우는 수완도 발휘했다. 30살의 나이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최연소 회원이 됐다.
지난 63년 그는 증권사를 그만뒀다. 이후 리서치 겸 투자자문회사인 ‘윌리엄 오닐&컴퍼니’를 설립했다. 현재 이 회사는 전세계 600여 기관투자가에게 투자정보와 연구자료를 제공한다. 투자전문지인 <Daily Graphs>와 <Investors Business Daily> 등도 창립했다. 특히 84년 설립한 <Investors Business Daily>는 30만부를 넘어서는 인기절정의 전문지로 컸다. 이 매체는 ‘미국 서부의 월스트리트저널’로 불릴 만큼 급성장했다. 현재 이 신문의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책도 지었다. 88년 출간한 <How to Make Money in Stocks>는 주식투자의 성공원칙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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