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네게로 가서
문 두드리면,
내 몸에 숨은
봉오리 전부로
흐느끼면,
또는 어느 날
꿈 끝에
네가 내게로 와서
마른 이 살을
비추고
활활 우리 피어나면,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
-『부산일보/오늘을 여는 詩』2023.01.17. -
동백이 피는 계절이 오고 있다. 동백은 나무에서 피고 떨어져 땅에서도 피고 사람의 마음에서도 피는 꽃이라 하지 않던가. 어느 해 이른 봄밤 청사포에서 해운대까지 걸어오며 길가에 무리 지어 핀 동백을 만났을 때의 감흥은 내내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붉고 선연한 동백꽃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시인은 ‘내 몸에 숨은 봉오리 전부로’ 흐느끼는 동백을 만났나 보다. 떨어질 때도 모가지 채 툭 부러지는 동백을 보면 아, 이 꽃은 지는 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서 부서지는 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인의 전언대로 ‘끝나기 전에 아, 모두 잠이기 전에’ 올해도 동백을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