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
이동호
1.
꿈속에서 찾아온
장작불 튀듯
달동네라 불린 교실 뒷자리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곁을 지키던
반려견처럼 목덜미를 핥는
그림자의 속삭임,
너에게 들 거야.
2.
벼락처럼 제 몸을 후려치던 첫째의 상처, 콘크리트 바닥을 오가며 설원을 망각하는 붉디붉은 곰덩어리, 침과 욕설을 내뱉으며 객실을 가르던 길 잃은 정수리, 제 몸만 한 수족관에서 몸부림치는 잉어, 뒤척거리며 나아가지 못하는
내 마음을 가로지른 네가 지금?
3.
수십 년을 메우는 독백,
뒷목에 내린 서늘함을 마주한다. 달빛을 가둔 골목처럼 내리막의 깊이를 간직한 눈빛을
조영제를 타고 흘러들어 길 잃은 의식을 채웠던 하얀 피를
골목 모퉁이를 돌아 달빛이 흐르고
너와 나를 엮는 한마디,
간단없이눈빛을읽어야하는
하얀피와붉은피를섞어야하는
하얀붉은그림을그리라는
모든 하양과 빨강이 사랑이라고 기름칠하던, 뜨거운 팬 위에서 우리의 혀가 노릇노릇 부끄럽게 구워지겠지
시를 쓰며 이파해야 할 앞날.
4.
툭툭 떠오르는 ㄴ ㅜ ㄹ ㄹ ㅣㅁ
어제는 차갑게 뜨겁게 차오르고
일그러뜨린 얼굴을, 누구의 얼굴을 내밀며
춤추어라, 흔들려라 누구나
지나감을 틀고 거스르고 어우르고
마음이 머무는 곳에 이르러
저물고 솟구치고, 움켜쥐고 놓아주고, 왼쪽을 오른쪽을, 숨고 드러내고
어둠에서 어둠을 걷어내면 선명해지는
어둠의 글귀들.
5.
틱틱 끊어진 혈관을 잇는 리듬으로
틱톡틱톡 흐르는 시공을 부리는 시.
― 《시와정신》 (2023 / 여름호)
이동호
강원 강릉 출생. 2022년 《다층》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