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뚫어도 아파트 안 무너지지만 재건축 장애 될 수 있다.
머니S, 김노향 기자, 2022.12.10.
국내 지질학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수곤(69·사진)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굴착 과정에 지상 위의 주거지에 미치는 위험성이 낮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이 전 교수는 고층 아파트의 재건축 과정에 GTX 지하 터널이 문제될 수 있고 붕괴 위험이 낮을 뿐 전혀 없는 것도 아님을 전제했다.
이 전 교수는 국내 1세대 지질학자 이정환 박사의 아들로 런던대 임페리얼칼리지대학원 토목지질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국제학회 공동 산사태기술위원회 한국대표, 서울시립대 사면재해기술연구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국내에서 대형 재난이 발생하기 전 여러 경미한 사고의 징후들을 포착해 이른바 '하인리히 법칙'을 증명해냈다. 이 전 교수는 "35년 간 산사태와 절개지 붕괴 등의 재난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각종 재난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었고 대부분 사전에 징후가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재난을 예고한 경고가 묵살된 사례도 여러 번 있었다. 2011년 7월 16명이 사망한 서울 우면산 산사태가 대표적이다. 이 전 교수는 사고 8개월 전인 2010년 11월 우면산 일대 산사태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
2018년 서울 동작구의 서울상도유치원 붕괴 사고 5개월 전에도 이 전 교수는 유치원 측 요청으로 현장조사를 시행해 '단층을 따라 붕괴할 위험성이 높다'는 의견서를 동작구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질학 전공자인 이 전 교수는 지하 30m 이상을 굴착하는 GTX의 경우 지상 위의 주거지에 미치는 진동이나 위험이 적다고 진단했다. 다만 위험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냈다. 그는 "현대건설이 시공 예정인 기계식 굴착은 건물에 진동을 미치지 않아 위해가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 건물이 노후화돼 위험하단 건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과장"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향후 재건축 과정에 GTX 지하 터널이 문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전 교수는 "35층 아파트의 경우 통상 지하 30m까지 주차장을 만들게 되는데 아파트를 먼저 짓고 터널을 지으면 괜찮지만 문제는 터널을 먼저 짓기 때문에 재건축 과정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은 주거지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두 배가량 더 깊은 60m 터널을 굴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마아파트도 현재 정비계획안인 35층을 철회하고 내년 조합 설립 이후에 50층으로 상향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 교수는 "국내 최고 높이 555m의 롯데월드타워는 지하 30m를 굴착했으나 2014년 1㎞ 인근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면서 "현대건설 주장대로 깊이 파면 안전한 것은 맞지만 땅속 지질이 화강암으로 구성된 강북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고 편마암인 강남은 무너질 위험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론은 현대건설과 은마 주민 양쪽의 말이 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고 본다"면서 "기계식 굴착이 발파식 대비 안전하겠지만 공사기간을 길게 갖고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노향 merry@m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