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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잠잠해지자 모임참석 요청이 불이 납니다. 각종모임은 대부분이 3월에 정기총회를 합니다. 코로나 여파로 두 달을 넘겼으니 어쩌면 당연하지요.
평소엔 가지 않아도 존재감을 나타내려면 총회는 참석해야 합니다. 저의 지론입니다. 금요일 저녁에 산악회모임이 있었습니다. 술 안 마시려 차를 가져갔지만, 그게 맘대로 되나요? 고주망태가 되어 택시로 집에 왔습니다.
걸으면 30분쯤, 토요일 출근을 하며 집에서 일찍 나섰습니다. 5시 반이지만 해는 뜨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골목은 새벽의 고요로 잠들어 있고요. 부지런한 파지 줍는 리어카만 두엇 보일뿐.
그러다 골목이 비좁게 팔을 휘저으며 오고 있는 장정 셋을 만났습니다. 복장 상태가 불량한 걸보니 근처 인력사무실에 가지 싶었습니다. 가까이서보니 인도나 파키스탄 쪽 젊은이 같았습니다.
차량 한 대 지나갈 만한 빠듯한 골목길을 다 잡고 오는데 마주치면 피해주지 않을 폼이라 내가 주차차량 틈새로 몸을 비꼈습니다. 자기네 나라인 듯 담배를 꼬나물고 떠들며 지나가는, 만약에 내가 아니고 젊은 처자가 저 외국인과 마주친다면? 오싹거리며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들이 가고난 뒤 왜지? 왜 내가 주눅이 들어야 하는 거지? 별 거지 같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렇게 차를 찾아 출근을 하고, 퇴근길 이번엔 친목모임의 총회가 열리는 곳을 찾았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목이라 차를가지고 갔는데 이번에도 술고래가 되어서 차를 버리고 왔습니다.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차를 가지러 갑니다. 비는 부슬거리고 감정을 잡으며 어제 아침과는 다른 골목길을 갑니다.
와, 여기는 또 베트남 천국입니다. 노래방이 죄다 베트남입니다. 노래방 셋 중에 두 개가 베트남입니다.
이 동네에 베트남인이 많던가 아니면 베트남 여자들을 너무 좋아하던가, 베트남식당에 베트남 상점까지. 완전 골목을 베트남이 점령했습니다.
길을 건너자 이번엔 짱꼴라 세상입니다. 식당도 상점도 온통 짱꼴라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이 흔들립니다. 여기가 베트남인가 중국인가. 나는 베트남인인가 중국인인가. 국제화도 좋지만 골목상권까지 국제화에 내어주는 것 문제성이 있지 않나. 비오는 날 곰곰이 짚어봅니다.
와중에도, 아파트 단지 내 화단의 해당화가 꽃을 피웠습니다. 연붉은 꽃잎이 싱그럽습니다. 비는 내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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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은 세계가 하나인것같습니다
토종 우리나라사람 비율이 자꾸 낮아지고있지요
미국을 생각하면 그러려니 해야지요 ㅎㅎ
해당화가 꽃이 피웠습니다
글로벌이라 좋아할것만도 아니네요
한국의 정서를 잃어버리면 안되겠지요
동감동감
너무간다 싶으니 좀 그래요
너무 글로벌해선 안되는듯요
우리나라 정체성 잃어버린듯요
다문화가 정착되면서
점점좁아지는 우리의 공간 실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