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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불과 7분 전... 어제 한 내기를 위해 내가 상대 한 명을 지목해주자 급 얼굴이 빨개져서는 이건 사기라며 흥분을 해서 고래
고래 소리 지르던 아류. 하지만 상대는 무조건 내가 찍어주는 사람이였기에 나는 기고만장하게 팔짱을 끼고 앉아서 둘의 모
습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이제 적어도 5분 뒤면 아류가 나한테 누나라고 부르겠지!? 으하하하. 생각만해도 신난다.
"애란아. 아류가 너한테 할말 있대!!"
"하라그래. 우물우물."
지금 자신의 앞에 우물쭈물 서있는 아류가 안 보이는지, 아까부터 열심히 빵만 뜯어먹고 계신 애란이. 내가 저렇게 대충 귀
띔을 해줬으면 원래는 좀 쳐다보는 척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마치 이 자리에 아류가 없는 사람처럼 눈길 한번 안 주
고 끊임없이 입을 오물거리면서 먹기에만 바쁜 애다. 그리고 드디어 굳은 결심을 했는지 입을 여는 아류.
"야 오애란이."
"왜."
"오애란."
"요."
"저기..."
"지애야!! 너 이거 안 먹을 거지?? 나 먹는다!?"
미친 게 분명해. 정말 뱃 속에 거지가 들은 게 분명해... 나도 먹는 거 정말 좋아하지만 이건 진짜 아니라고 본다. 정말 굶
어죽은 조상이라도 있나 먹을거에 한이 맺힌 듯 매일 마구 먹어대는 오애란. 오늘은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동시에
치마 주머니에서 초코파이를 꺼내 입에 물더니 곧장 교실로 안 가고 바로 매점으로 직행하더라. 내꺼까지 빵 두개, 우유 두
개를 사서 결국 지금은 지 혼자 다 쳐먹고 있는 애.
아류가 불러도 계속 건성건성 대답하더니 마지막 남은 내 우유까지 탐내 팩을 뜯고 있는 애란이를 보며 어지간히도 열이 받
았는지, 그 우유를 홱 낚아채가 지 입 안으로 다 쏟아 넣는 아류. 애란인 그걸 보면서 정말 보물 1호를 빼앗긴 사람마냥 넋
이 나간 듯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곧 울그락불그락 인상을 찌푸리면서 길쭉한 다리를 쭉 뻗어서 앞에 서 있는 아류의 정강
이를 발로 뻥 걷어 차버린다.
"악!!!"
"브라보~"
언젠가 내가 아로하를 발로 걷어찼을 때 아류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서 '짝짝짝-' 박수까지 치며 '브라보~' 라고 하자,
눈을 홱 찢으면서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는 놈. 아 왜!! 내가 찼나??? 왜 나를 노려보고 난리야??? 그거게 누가 애란이의 일
용할 양식을 건드리래??? 그건 나도 안 건드리는고만 간땡이가 부었지 아주.
"짜증나. 너 가.... 요."
만약에 애란이가 아닌 내가 발로 찼으면 아마 날 정말 죽이려고 했겠지. 근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기에서 꼭 이겨야 하는
놈이기에 차마 화도 못내고 그저 인상만 쓰고 있는 아류. 근데 오애란 저건 도대체 무슨 말투니?? 그러고보면 두 사람도 나
때문에 참 오래 알고 지냈는데, 어쩔 땐 친해 보이다가도 또 어쩔 땐 남보다 못한 이상한 사이.
허물 없이 친하게 지낼 때도 한참 지났는데 아직까지 둘은 그렇게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그냥 먹고 싶은게 있을 때만 애란
이가 가끔 앵기는 정도?? 오빠오빠하면서 꼬박꼬박 존대까지 하던 애가 먹을거에 눈이 돌았는지 갑자기 아류를 원망하는 눈
빛으로 발로 까버리더니 처음으로 '너' 라고 한 것이다. 덕분에 음식이 애란이한테 어떤 의미인지 이번 일을 통해서 제대로
알게 된 나.
"이딴 900원짜리 초코 우유가 그렇게 좋냐?"
"너보단."
"너 왜 갑자기 나한테 반말 해!?"
"쫌 하면 안 되냐? 어차피 같은 학년인데."
"후우... 내가 초코 우유 10개 사줄테니까, 나랑 사귀자."
"....."
뜬금 없이 사귀자는 말에 팔짱을 끼고 앉아서 뾰로통한 표정으로 아류를 바라보는 애란이.
"내가 미쳤어??"
"야!! 나랑 사귀는 게 왜 미친 거야!!!"
"내가 고작 우유 10개에 넘어 갈 쉬운 여자로 보이냐구!!!"
"아... 그럼 맛별로 100개씩 사줄께."
"흥."
어머 애란아... 너 왜 나 따라하고 그래!? 지금 애란이가 하고 있는 표정과 말투. 평소 내 모습이랑 매우 흡사했다.
"아, 나도 참 쪼잔하게 우유가 뭐야 우유가.... 야 오애란. 지금 매점이라도 털러 갈래?"
"...."
"아니다. 매점도 너무 작다. 마트 하나 통채로 너 줄께. 너 다 가져!!"
살짝 흔들리는 애란이의 눈빛. 아놔... 애란아?? 너 그렇게 쉬운 여자 아니잖아!! 고작 저딴 수작에 넘어가는 그런 쉬운 여
자 아니잖아!!!! 제발 싫다고 해. 제발!! 너의 굶주린 배는 내가 항상 책임져줄테니까 제바알....
애란인 알까?? 내가 지금 마음 속으로 절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럴 줄 알았으면 상대를 애란이로 지목하는 게 아니였는데
처음부터 내기 상대를 잘못 고른 듯. 이렇게 단순한 애를 내가 어쩌자고!! 니가 먹을 거에 잘 혹하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흔들릴 줄은 몰랐어. 치사하게 먹을 걸로 유혹하는 아류에게 조금씩 넘어가고 있는 애란일 보며, 점점 속이 타
는 나.
"너 이거 먹고 싶지!?"
갑자기 주머니에서 길쭉한 무언가 하나 꺼내더니 애란이 앞으로 불쑥 내미는 아류. 그것은... 그것은 정말 짜증나게도 평소
에 애란이가 가장 좋아하는 천하장사 소세지였다!!!! 이제는 그냥 조금 흔들리는 게 아니라 완전히 동요되서 눈을 휘둥그렇
게 뜨더니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처럼 몸을 움찔거리다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옆으로 돌려버리는 내 친구 애
란이. 지금 바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천하장사 소세지의 영향이 굉장히 컸던 듯... 이제 정말 넘어갈 것 같으니까 아예 외
면해버리는 것이다.
"아... 목 말라."
"우유 남았는데 줄까?"
"...."
다 먹은 줄 알았던 우유가 남아 있다는 말에 또 한 번 흔들리는 애란이의 눈빛. 정말 짜증난다... 이미 99.9% 넘어간 애란
이의 눈빛을 보고 확신이 들었는지 갑자기 피식 웃더니, 천천히 우유를 자신의 입 속에 다시 쏟아 넣는 놈. 그러더니 정말
믿기 어려운 광경이 지금 내 눈 앞에서 펼쳐졌다...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와서 상체를 숙이고 애란이의 턱을 잡고 천천히
위로 올리더니 그대로 입술을 포개는 아류. 그리고 놈의 입에서 애란이의 입 안으로 넘어가는 몹쓸 똥색 우유.
아류가 미친 걸까?? 아님, 나한테 누나라고 하는 게 정말 그렇게 싫은 걸까?? 아.... 이건 정말 아니다. 이건 아니야. 정확
히 3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는데, 이건 정말 개또라이야. 이 미친자식!!!
갑작스런 놈의 행동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얼굴이 금방 빨개진 애란이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우유를 넘겨주
는 것도 모자라, 내친김에 키스까지 하는 아류 놈. 신나게 떠들고 있던 반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하며 모두 함께
입을 닥쳐주었고, 난 방금 애란이가 스르르 눈 감는 걸 보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신경질적으로 치마 주머니를 뒤져 새
콤달콤 한뭉태기를 꺼내 다섯 개나 껍질을 까서 한꺼번에 입 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리고, 방과 후.
"어? 지애씨. 오랜만이에요~"
"아.... 네."
학교가 끝나자마자 아로하네 회사로 달려온 난, 아로하 사무실에 서린인가 뭔가 하는 짝퉁가슴이 있는 걸 보고 바로 표정이
굳어버렸다. 아로하보다 먼저 나를 반겨주는 짝퉁가슴. 맨날 만날 때마다 항상 반갑게 인사해주지만, 어째 난 하나도 안 반
갑다. 이번에도 연락 없이 깜짝 방문한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다가 뒤늦게 왔냐고 인사하는 아로하도 무참히 씹어버리고, 쇼
파 위로 털썩 앉아서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까먹고 있으면.
"지애씨 오해하지 말아요~ 지나가던 길에 전해줄게 있어서 잠깐 들린 거니까."
"네."
"난 이제 갈게. 그럼 주말에 봐~"
"그래. 선물 고맙다."
선물이란 말에 빠르게 고갤 돌려 바라보면 아로하 손에 들려있는 작은 선물상자 하나. 뭐야 왠 선물?? 그리고 주말엔 또 왜
보는데??? 언제나처럼 예쁘게 웃으면서 나한테도 간다고 인사하는 짝퉁가슴에게 대충 목례만 하고, 문이 탁- 닫히는 동시에
얼른 뛰어가서 아로하 손에 들려있는 선물상자를 잽싸게 낚아채 포장을 푸르면 또 묘하게 일그러지는 내 얼굴... 살짝 좁혔
던 미간을 푸르고 멍하니 내 손에 들려있는 것만 바라봤다.
아.... 진짜 홍지애 멍청한 년. 기껏 생일날 선물한다고 몇 시간동안 돌아다니면서 산 걸 잊어버리다니. 그날 하루 종일 정
신없이 계속 싸우긴 했지만 어떻게 여태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지? 가방 정리하다가 못 준거 알고 나중에 줘야지 하고 잘 보
이게 화장대 위에 올려놨었는데 그걸 어떻게 잊어버려.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건 내가 아로하 생일날 아로하에게 선물하려
고 샀던 그 향수였다. 사놓고 아직 주인에게 전달하지도 못한 그 똑같은 향수. 어쩜 이러냐...
"왜 그래?"
"아니야... 근데 오빠 주말에 저 언니 만나?"
아로하 허리에 팔을 두르고 폭 안겨서 물어보면, 살포시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정수리에 가볍게 뽀뽀하고.
"응."
"왜?"
"일 때문에~ 이번에 기획안 추진하는게 있는데 한성이랑 합작으로 하는 거라서 1박 2일로 워크샵 가거든."
"1박 2일?????"
한성그룹이면 내가 그토록 미워하는 우리 엄마라는 사람의 집안이라 얘기 듣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아로하네 회사도
그렇고 우리 회사도 그렇고.. 가끔 이렇게 합작으로 프로젝트까지 진행할 만큼 상호 협력이 잘 되는 관계의 기업. 뭐 이해
는 안 가지만 그건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는데.. 그럼 그 짝퉁 가슴이 유
신에 다닌다는 소린가? 어쨌든 그것보다 1박 2일이라는 말에 기겁을 하면서 고개를 번쩍 쳐들으니, 씨익 웃으면서 내 이마
에 뽀뽀하고.
"응. 1박 2일."
"어디로...? 어디로 가는데??"
"제주도."
"악! 말도 안 돼!!! 무슨 워크샵을 제주도로 가 뻥치지 마!!! 그리고 굳이 그런데 오빠까지 갈 필요 없잖아!!"
번쩍 쳐들었던 고개를 다시 아로하의 가슴팍에 묻고 완전히 발악하듯이 얘기하면. 기분 좋게 웃으면서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아로하.
"안 돼~ 가야 돼."
"왜? 가지마.."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촉촉한 눈망울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내게, 그냥 또 씨익 웃으면서 이번엔 입술에 뽀뽀해주는 놈이다.
사실 말이 하루에 열 번이지, 같이 있으면 정말 샐 수도 없을만큼 자주 뽀뽀하는 우리.
"이번 기획안 책임자로써 난 무조건 가야 해. 이해해줄 수 있지?"
"아니."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일 하러 가는 건데~"
"그래도!!"
"둘이 가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몇 명이나 가는데?"
"다섯 명."
"왜 다섯 명 밖에 안 가???"
"최정예인원. 멋있지??"
"하나도 안 멋있어!!!"
허리에 두르고 있던 팔을 푸르고, 잠깐 손에 들고 있던 막대사탕을 다시 입에 물며 방정맞게 걸어가 쇼파 위에 드러누웠다.
팔걸이에 다리를 올리고 팔짱을 끼고 누워있으면, 테이블에 걸터앉아서 내 입에 물려있는 막대사탕을 빼며 내 볼을 살짝 꼬
집는 아로하. 하지말라고 말하며 고개를 살짝 돌려버리자 피식 웃으면서 내 체리맛 막대 사탕을 제 입에 무는데, 정장 입고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 뭔가 안 어울리면서도 꽤 귀여웠다. 하지만 절대 귀엽다고는 말해주지 않는 나.
"아씽... 나도 내 또래 애들이랑 연애하고 싶다."
분명 방금 전까지 1박 2일 워크샵 때문에 투덜거리던 내가, 정말 뜬금없이 뱉어낸 말에 의외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아로하. 그리고 한참 있다가.
"왜?"
"나는 그 정장 싫어. 다른 애들은 정장 입은 남자가 멋있다고 하는데, 나는 맨날 보니까 멋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답답해.
나도 다른 애들처럼 캐릭터티 같은 거 입고 같이 빨빨거리면서 손 잡고 돌아다니고 싶은데... 나도 없네 그런 옷."
내가 갑자기 또래랑 연애하고 싶다고 했던 이유는 정말 딱 한가지 밖에 없었다. 방금 아로하한테 말한 그대로 그냥 단순히
옷차림 때문에... 가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같이 교복을 입은 커플들이 손 잡고 지나갈 때나, 꼭 커플룩은 아니더라
도 편하고 귀여운 캐쥬얼 차림으로 알콩달콩 내 옆을 지나갈 때. 난 그게 그렇게 부럽더라.
그런데 얘길 하다보니까 나한테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은 전혀 없었다. 평범해 보여도 알고 보면 다 값비싼 명품 브랜
드의 옷이거나, 보통 사람들은 이름도 못 들어봤을 디자이너 옷들이 전부... 물론 아닌 것도 있긴 하지만, 그건 내가 가지
고 있는 전체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니까.
"꼴통."
"응?"
"조금만 기다려."
"뭘?"
"그건 비밀!"
뭐야?? 나보다 더 황당한 놈. 제대로 말해주지도 않고 뭘 기다리라는 거야 대체. 비밀이라면서 또 한번 내 입술에 뽀뽀하는
아로하 때문에 단 몇분 사이에 벌써 뽀뽀만 4번째.
"근데 요즘 회사 자주 오네? 전에는 오라고 해도 잘 안 오더니."
"아 맞다!! 오빠. 류랑 애란이랑 사귄다? 그래서 오늘 둘이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간다고 나만 빼놓고 쌩 가버리는 거 있지!?
나 아까 학교에서 엄청 서러웠어. 유치하게 떡볶이가 뭐야 떡볶이가!! 쳇..."
"너도 떡볶이 좋아하잖아."
"내가?? 아니야!! 내 입은 고급이라 그런 싸구려 음식 안 좋아해. 목에서 안 넘어가."
사실 엄청 좋아하는데. 나도 떡볶이 먹고 싶었는데!! 갑자기 둘이 사귄다고 나만 왕따시켜서 어찌나 서럽던지. 눈물을 머금
고 아로하한테 바로 달려온 나. 나도 남자친구 있거든? 나쁜 년 놈들. 내기로 사귀는 주제에 왜 진짜 연인처럼 행동하고 난
리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막 키스하고, 입으로 우유도 먹여주고... 아직 나도 못해본걸 왜 지들이 하냐고!!
"오빠 나 어부바."
몸을 일으키고 앉아서 팔을 쭉- 뻗으면 군말 없이 웃으면서 내게 등을 대주는 아로하. 아마 류는 성격이 더러워서 여자친구
가 업어달라고 해도 안 업어줄 거다. 힘들게 내가 미쳤냐고 하겠지!? 흐흐흐.. 나중에 둘이 보는 앞에서 업어달라고 해야겠
다. 아무튼 그렇게 아로하 등에 업혀서 사무실 안을 천천히 돌다가 너무 편해서 눈을 감았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는지 눈 떠보니 우리 집.
내 옆에 누워서 잠들어 있는 날 지켜보며 내 머리를 넘겨주고 있었는지, 이마를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손길과 촉촉하게 닿았
다가 떨어지는 입술 감촉에 눈을 뜨면. '깼어?' 하며 다시 한 번 내 이마에 입맞추는 아로하. 입가에 미소는 번지는데 눈이
잘 떠지지 않아 품 속으로 더 파고들었더니 날 꽈악 안아주면서 머리카락을 만져주는 아로하다.
"몇 시야?"
"여덟시 십분."
나 그럼 대체 얼마나 잔 거야? 참 오래도 잤네. 아까 학교에서 수업이 거의 끝나갈 때쯤 또 콧물이 막 쏟아지길래 감기 약
을 먹었더니 이런다. 수면제가 들은 거라서 밤에만 먹으랬는데 하나 밖에 안 남아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먹었던 약. 그렇다
고 어떻게 이동하는 중에도 한 번도 안 깨고 잘 수가 있는 건지 나도 참 신기하다. 어릴 때부터, 굳이 약 때문이 아니더라
도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잘 모르긴 했지만, 좀 심한 거 아닌가?
벌써 여덟시가 넘었다는 말에 아직도 감겨있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앉자, 이불을 걷어내며 따라 앉더니 컵에 물을 따라주는
아로하. 눈을 비비다가 손은 그대로 눈에 대고서 움직임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왜 갑자기 아까 류가 애란이
한테 했던 짓이 생각나는 건지... 뭐하는 짓이냐고 욕했으면서도 그게 그렇게 부러웠나보다.
"히잉.. 나도 하고싶어."
"뭘? 물 안 먹어??"
"몰라 바보야!! 안 먹어!!"
갑자기 자다 일어나서 이유도 없이 앙탈을 부리는 날 이상하게 바라보는 아로하.
"잘 자다 일어나서 또 왜 이러실까?"
"몰라."
"뭐가 하고 싶은데~ 말을 해야 오빠가 알지."
"말 하면 해줄 거야???"
"해줄게."
"...."
"뭔데?"
"나도 먹여줘."
"물 먹여달라고?"
"응.. 입으로."
원래 호기심이 많아서 궁금한게 있으면 못 참고, 하고 싶은게 있으면 꼭 해야 되는 성격이라 결국 그런 이상한 짓까지 해달
라고 했지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를 못한 듯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길래, 아로하 손에 들려 있는 컵을 뺏어서
꿀꺽꿀꺽 마시다가 마지막 한 모금을 입에 가득 담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아로하의 얼굴을 붙잡고 위로 향하게 한 다음, 무릎을 침대매트에 대고 높이 앉아서 입술을 포갠 후 류가
했던 것처럼 그대로 따라하자,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던 아로하가 피식 웃더니 내가 넘겨주는 물을 받아먹으면서
한 팔로 내 허리를 감싸고 키스하기 시작해, 처음 해보는 경험에 꽤 오랫동안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쪽쪽 소리 밖에 안 들리던 내 귀에 어느 순간 이상한 잡음이 들려와 곁눈질로 다른 곳을 바라보면, 문 앞에서 우리가 키스
하는 걸 보고 당황한 듯 다시 돌아서 나가는 우리 아빠의 뒷 모습이..... 보인다. 내가 한눈을 팔고 있는 와중에도 아무것
도 모르고 계속 키스만 하고 있는 멍청한 아로하. 지금 누가 왔다 갔는지도 모르는 둔팅이.
"헐..."
"왜?"
"아홉시야."
"그게 왜?"
"너무 오래했어 우리. 나 이거 발라줘."
혹시라도 입술이 틀까봐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립트리트먼트를 주머니에서 꺼내 앞으로 내밀면, 뚜껑을 열어서 냄새를 맡더
니 왜 아무 냄새도 안나냐고 묻곤 자기 입술에도 살짝 발라보는 아로하.
"그거 바름 입술 촉촉해진다?"
"우와... 신기하다."
"딸기향 나는 것도 있고 레몬향 나는 것도 있는데 오빠 하나 줄까? 나 트리트먼트 짱 많아!!"
"와. 몇개나 있는데?"
"일곱 개! 그냥 립글로스는 저번에 산 것까지 열한 개."
"그래서 우리 꼴통 입술이 이렇게 예쁜 건가? 이리와봐. 발라줄게."
"응!"
좀 더 가까이 가서 고개를 들고 앉아있으면, 손에 들고 있던 트리트먼트를 조심스럽게 발라주고 그 입술 위로 또 가볍게 쪽
뽀뽀하는 아로하. 그리고 어느새 느슨하게 풀려있는 내 머리를 풀러 뒤로 돌아앉게 한 다음 다시 하나로 정성스럽게 묶어주
는데. 워낙 어릴 때부터 내 머리를 묶어주던 사람이라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너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머리 많이 길렀네?"
"응... 오빠!"
"왜?"
"나 말고 다른 여자도 머리 묶어준 적 있어?"
"당연히 없지. 머리 묶어달라고 하는 여자도 너 밖에 없었어."
"그럼 묶어달라고 하면 묶어줄 거야???"
"글쎄~"
"뭐야!? 치..."
"장난이야 꼴통. 이런 특권은 너한테만 주는 거니까 안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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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해요 ♡ 지애는 정말 질투가 많은 것 같다는. ㅋㅋㅋ
다들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전 아직 ㅠㅠ 배고파 죽겠어요오.... ㅋㅋㅋㅋ
첫댓글 완전 어리광쟁이에요!!진짜 질투도 심하고 18이믄 철좀 들어야 하지 않나...ㅋㅋ
그쵸 ㅋㅋㅋㅋ 엄연히 고3인데 꼭 유치원생같이 저러고 있다는. ㅋㅋㅋㅋ
잘어울리는 커플 ㅋㅋㅋ
ㅋㅋㅋㅋ 둘이 잘 어울리죠? 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
잉..둘다 너무 사랑스럽다능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 그러쵸? ㅠㅠ ㅋㅋㅋ 제가 봐도 둘이 너무 사랑스럽다는 ;;;; ㅋㅋㅋㅋㅋ
앞으로는 조금만 싸우고 러브러브 했음 좋겠다능~~ ㅎㅎ
ㅋㅋㅋㅋ 둘이 완전히 러브 모드로 갈때까지 지켜봐주세용 ㅋㅋㅋ
로하가 지애 머리도 묶어주네요 ㅠㅠ 근데 지앤 아직도 선물 못 준거에요?? ㅋㅋ
네 너무 자상하죠? ㅠㅠ ㅋㅋㅋ 지애가 선물을 줄 수 있을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애란이는 마트에 넘어가는군요.ㅋ 우유랑..소세지에..ㅋㅋㅋ 저도 갑자기 소세지가 먹고파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넵. 먹을거에 약한 아이 ㅋㅋㅋㅋ 저도 그때 천하장사 소세지가 먹고싶어서 쓴거라는 ㅋㅋㅋㅋㅋ
귀여운 커플들이네요 ㅋㅋㅋ 담편두 업쪽 부탁해요^^
넵 감사합니다 ㅋㅋㅋ 업쪽 드릴께요~~ ㅋㅋ
재밌어요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예뻐요 ㅠㅠ부럽다는 ㅋㅋㅋ
둘이 너무 사랑스럽죠? ㅠㅠ
ㅜㅜ 둘이 너무 부러워요... 저렇게 자상하게 머리도 묶어주는 남자 흔하지 않은데..ㅠㅠ 근데 그 짝퉁가슴-_-;; 제발 좀 치근덕대지말길.... 담편두 기대할게요^^ㅎ
그쵸?? 머리 묶어주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 ㅋㅋㅋㅋ 짝퉁가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둘이너무부럽다진짜!!완전자상하고머라하지??암튼완벽한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로하요? ㅋㅋㅋ 완벽이라니 ㅠ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아진짜부럽다 ㅠ ㅜ
ㅋㅋㅋㅋ 저도 부럽답니다........ㄷㄷㄷ
완전 적극적이야 진짜 웃겨~~`
지애가 처음에 비해 많이 달라졌죠? ㅋㅋㅋ
아...진짜로하같은남자있었음..ㅠ부럽다.ㅜㅜㅜ
로하같은 남자 ㅋㅋㅋ 어딘가엔 있겟죠?? ㅠㅠ ㅋㅋㅋ
어머 지애 아빠 놀라셨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짝퉁가슴이랑 로하랑 뭔가 있는건가요 !
ㅋㅋㅋㅋㅋ 짝퉁 가슴의 정체는 나중에 밝혀진답니당 기대해주세요 ㅋㅋㅋ
내기커플인데 애란이는 모르는건가요? 왠지 왠지모르게 깨졌으면 하는 바램은 뭐지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류가 탐나시는 건 아닌지 ㅋㅋㅋㅋ 아류 좋겠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