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최용현(수필가)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2007년)’는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오일(Oil!)’을 원작으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다. 아카데미 8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과 촬영상을 받았고,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받았다. 주인공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골든 글로브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거의 휩쓸었다.
영화의 제목은 구약성경 출애굽기 7:19 ‘…and there will be blood throughout all the land of Egypt, both in vessels of wood and in vessels of stone(이집트의 온 땅과 나무 그릇과 돌그릇 안에 모두 피가 있으리라).’에서 인용한 것이다. 제작비 2,500만 달러를 투입하여 전 세계에서 7,6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미국 최초로 유정(油井)을 성공적으로 시추한 석유 재벌 에드워드 L. 도헤니를 모델로 한 528페이지에 달하는 원작 소설 중에서 초반 150페이지를 각색하여 영화로 만들었다. ‘대니얼 플레인뷰’라는 석유 사업가의 일대기를 통해 미국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898년, 대니얼(대니얼 데이 루이스 扮)은 뉴멕시코에서 땅굴을 파서 은을 채굴하다가 추락하여 다리를 다친다. 그는 갱도를 기어서 나와 감정소로 샘플을 가져가서 금과 은의 채굴권을 획득한다. 4년 후, 캘리포니아에서 석유를 발견한 그는 작업 중 낙하물 사고로 인부가 사망하자, 그 인부의 어린 아들 H.W.를 자기 아들로 입양한다.
1911년, 폴(폴 다노 扮)이라는 청년이 찾아와 돈을 요구하며 리틀 보스턴의 한 목장을 알려주면서 거기서 석유가 나온다고 귀띔해 준다. 대니얼은 그곳 목장을 방문하여 폴과 쌍둥이 형제이자 목사인 일라이(폴 다노 扮)를 만난다. 대니얼은 땅을 싸게 사려고 하는데, 땅에 석유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일라이는 땅값 외에 제3계시교 교회건립 기금 5천 달러를 요구한다. 대니얼은 밴디의 땅 600에이커를 제외한 인근의 땅을 모두 싸게 사들인다.
시추공사 중에 인부 한 명이 유정에 빠져 사망하고, 갑작스러운 가스 분출로 H.W.(딜런 프리지어 扮)가 청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다. 일라이가 5,000달러를 내지 않아서 하나님이 벌을 준 거라고 하자, 대니얼은 성령으로 H.W.의 귀를 고쳐보라며 그를 구타하고 모욕을 준다. 한 남자(케빈 J. 오코너 扮)가 대니얼의 이복동생 헨리라며 찾아온다. 그러자 H.W.가 밤에 이복형제가 함께 자는 방에 불을 지른다. 대니얼은 H.W.를 멀리 농아학교에 보낸다.
스탠더드 오일에서 대니얼의 땅을 비싸게 사겠다고 하는데, 대니얼은 유니언 오일과 송유관 건설계약을 맺는다. 밴디의 땅 때문에 송유관이 멀리 돌아가야 한다. 헨리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기억하지 못하자, 대니얼은 총을 겨누며 ‘너는 누구냐?’고 묻는다. 그러자 결핵으로 사망한 헨리의 친구인데, 일자리를 얻으려고 헨리 행세를 했다고 말한다. 격분한 대니얼은 그를 사살하고 시신을 땅에 묻는다. 그가 가지고 온 진짜 헨리의 일기장을 보고 대니얼은 술을 마시며 흐느낀다.
다음 날 아침, 헨리를 땅에 묻는 것을 본 밴디가 내 땅에 송유관 설치를 하려면 일라이의 교회에서 공개적으로 회개하라고 요구한다. 대니얼이 교회에 나가자, 일라이는 장애 자식을 버렸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회개하라며 대니얼을 모욕하고 망신을 주면서 억지로 세례를 한다. 그러면서 대니얼이 5,000달러를 낼 것이라고 발표한다. 송유관이 직선으로 건설되는 동안 H.W.가 돌아오고, 일라이는 선교사가 되어 이곳을 떠난다.
1927년, 성년이 된 H.W.는 일라이의 막내 여동생 메리와 혼인한다. 부자이지만 알코올 중독자가 된 대니얼은 저택에서 홀로 지낸다. H.W.는 멕시코로 가서 유정을 시추하는 회사를 설립하겠다며 찾아온다. 그러자 대니얼은 ‘넌 개보다 못한 놈이야.’ 하면서 H.W.의 청각 장애를 조롱하고 그가 데려온 자식임을 밝힌다. H.W.는 ‘당신이 친부(親父)가 아닌 것을 신에게 감사드린다.’라며 그곳을 떠난다.
라디오 설교자가 된 일라이가 지하 볼링장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대니얼을 찾아온다. 일라이는 자신의 교회와 함께 밴디의 땅에 있는 원유를 몰래 시추하자고 제안한다. 대니얼은 ‘나는 가짜 예언자다.’ 하고 크게 외치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일라이가 그렇게 외치자, 대니얼은 인접한 유정에서 이미 밴디 땅의 원유를 모두 뽑아냈다고 말한다.
일라이가 ‘5,000달러의 이자까지 10만 달러를 달라.’고 하자, 대니얼은 대공황으로 인한 주식 붕괴로 깡통을 찬 일라이를 조롱하며, 볼링 핀으로 일라이의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다.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집사가 내려오자, 대니얼은 ‘이제 다 끝났어.’라고 말한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흘러나오면서 영화가 끝난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2000년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난해하지 않은 스토리와 충격적인 결말 등에서 대중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주인공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1인 2역을 맡은 폴 다노의 인상적인 연기는 화면을 압도하는데, 배우들이 온몸에 뒤집어쓰는 원유는 초코 밀크셰이크라고 한다.
주인공 대니얼은 초기 자본주의의 탐욕스러운 면모를 상징하는 인물이고, 일라이는 종교적인 권력욕으로 주위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이비 교주 캐릭터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마치 잘 짜인 조형물처럼 정교하면서도 화면 구성과 카메라 움직임, 인물들의 연기 등에서 치밀하게 계산된 듯한 아름다움이 있다.’라고 이 영화를 평했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한 석유 사업가의 성공담이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성공 뒤에 따라오는 인간관계의 소멸과 공허함을 다루면서 미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고 있다. 주인공 대니얼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지만, 그의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