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잘 꾸어 재상이 된 총각
조선시대 어떤 시골 총각이 과거를 보러 서울로 올라가고 있었다.
하루는 어느 주막집에서 묵는데, 그 날 밤에 주막집에서는 마침 제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 총각 이 그 주막집에서 꿈을 꾸었는데 참으로 이상한 꿈이었다. 꿈에 백발 노인이 나타나더니 이런 넋두리를 하는 것이었다.
『여보게, 총각. 나는 이 접 주인의 아버지네. 오늘 밤에 내 제사가 있었지만,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 있고 뜰에 복숭아 씨앗이 떨어져 있어 겁이 나서 음식을 먹지 못하고 가네. 』
총각은』그 꿈이 하도 이상해서 그 이튿날 아침에 그 꿈 이야기를 주인에게 해 주었던바바,
『참으로 좋은 꿈을 꾸었소. 제삿날 내 정성이 모자란 것을 총각의 꿈에 아버님이 나타나셔서 깨우쳐 주신 거요. 오늘 저녁 다시 제사를 지내야죠. 제발 하룻밤만 더 묵고 가시지요.』하고 총각을 간절히 떠날 것을 만류하였다.
그리고 주막 주인은 마당에 떨어진 복숭아씨를 내다 버리고 제사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조심 지었다.
예로부터 귀신은 복숭아를 무서워한다고 해서, 집 안에다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을 뿐더러, 제사 때에 복숭아를 쓰지 않는 법이었다.
그리하여 그 날 밤에도 주인은 제사를 잘 지냈는데, 총각은 또 꿈을 꾸었다·
그러자 어젯밤의 그 백발노인이 또다시 나타나,
『오늘 밤엔 잘 먹고 가네 이게 다 총각의 덕택일세. 내 총각에게 진 은혜를 몰라서야 되겠나.
이 주막집에서 동쪽으로 나가면 큰 느티나무가 있는데, 동쪽으로 뻗은 가지 밑을 파면 틀림없이 금덩어리가 나올 결세. 그렇거든 그 금덩어리는 내 아들에게 가져다 주고, 자네는 이 집 문턱을 목침이 될 만큼 베어 달래서 그걸 가지게. 그리고 그 모침을 언제나 가지고 다니면 아마 좋은 일이 생길 결세.』
날이 밝자, 총각은 꿈속에서 노인이 가리켜 주던 그 느티나무를 찾아갔다. 그리고 동쪽으로 뻗은 가지 밑을 파 보니 과연 금덩어리가 나왔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초각은 노인이 시키는 대로 그 금덩어리를 주막 접 주인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문턱을 베어 목침을 하나 얻어 가지고 다시 길을 떠났다. 이리하여 총각은 서울을 향해 길을 가는데 난데없이 이상한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 왔다.
『여보세요, 내 말 좀 들어 봐요.』
총각은 분명히 이런 소리를 들었는데 아무리 주위를 살펴보아도 사람이라고는 없었다.
참으로 이상하여 눈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분명히 그 소리가 봇짐에 싸 가지고 가는 목침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총각은 하도 이상한 일이라, 보자기를 풀어 목침을 끄집어 냈다. 그러자 목침은 다시 말하기를
『서울로 가시거든 이정승 댁을 찾으시오. 그러면 아마 그 댁에선 따님이 큰 병에 걸려 큰 걱정을 하고 있을 거요. 그런데 그 따님의 병은 그 댁 뒤뜰에 있는 연못 속에 사는 천 년 묵은 큰 메기를 잡아 죽이면 곧 병이 나을 테니 그 댁으로 찾아 가 병을 고쳐 드리시오.」
참으로 이상한 목침이었다.
목침이 말을 한다는 것도 그랬지만 병을 낫게 할 방법까지 알고 있으니, 총각은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총각이 서울에 닿아 이정승 댁을 찾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정승 댁의 사람들은 따님의 병 때문에 깊은 수심에 잠겨 있었다.
총각은 정승을 찾아, 자기가 따님의 병을 보아 주겠다고 자청했다. 그러자 정송은 총각의 손을 잡고, 꼭 딸의 병을 고쳐 달라고 애원을 했다. 그리고 총각을 데리고 딸의 방으로 들어갔다.
총각은 우선 여느 의원들처럼, 그 병자의 병을 진단하기 위해 맥부터 짚는 체했다. 정승은 총각의 진단이 어떻게 나올까 그것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 알았습니다. 그리 대단한 병은 아닌 듯합니다.』
『아니 ! 대단하지 않다니 ? 사실이 그렇다면야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많은 의원이 다녀갔지만, 한결같이 고치기 어려운 병이라던데. 자넨 고칠 자신이라도......』
『예, 염려하지 마십시오. 하나, 이 병을 고치는 데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어서 말하게. 어떤 기군지는 몰라도 당장 준비를 하겠네.』
『저 대장간에서 쓰는 풀무와 쇳덩어리를 많이 준비해 주십시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정송은 하인들을 시켜서 금방 풀무와 쇳덩어리들을 구해 왔 다. 그러자 총각은 풀무로 숯불을 피워 쇳덩어리들을 벌겋게 달구더니, 그것들을 뒤뜰 연못에다 던졌다.
『아, 이 사람아. 이게 무슨 짓인가? 이래 가지고 내 딸의 병을 어떻게 고친다는 것 인가?』
『대감님,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소인이 왜 이러는가를 금방 아시게 될 것입니다.』
총각은 쉬지 않고 계속 쇳덩어리를 달구어 연못에다 던졌다. 그런데 뜨거운 쇳덩어 리가 얼마나 연못에 들어갔던지, 마침내 연못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바로 이 때였다.
연못 위에 엄청나게도 큰 메기 한 마리가 죽어서 떠올랐다. 이것을 보자, 온 가족들은 물론 총각 자신도 놀랐다.
그럴수록 총각은 그 목침이 신기한 목침 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렇게도 아파서 못 견디던 정승 딸의 병이 금방 씻은 듯이 나은 것이다.
이런 신기한 일이 일어나자, 정승과 온 가족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총각이 자기네의 귀한 딸을 살려 준 은인이라면서, 마침내는 총각을 사위로 삼았다.
뿐만 아니라, 총각은 그 뒤 과거에도 합격이 되고, 벼슬에 올라 드디어는 재상이 되었다.
그 때까지도 총각은 그 목침의 음덕이라 믿고, 늘 목침을 싸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그 때 조정에서는 알 수 없는 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누구든지 재상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얼마 안 가서 죽고 마는 괴상한 일이 잇달아 얼어났다.
그 러나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이러한 때라, 총각도 재상이란 벼슬에 올랐지만, 속으로 그렇게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임금님께서 맡기는 벼슬을 마다할 수도 없어서 부득이 그 자리에 올랐다.
총각이 재상에 오른 어느 날이었다.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랏일을 보기 위해서 대궐로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밖에서 또 싸 가지고 다니는 목침에서 총각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내 말 좀 들어봐요. 』
이 소리를 듣자, 총각은 얼른 그 목침보자기를 풀었다.
『내 말을 잘 들으시오. 재상이 지금 일을 보는 그 집은 원래 여우가 살던 굴이 있던 곳업니다. 그래서 그 놈들이 앙갚음을 하는 것입니다. 밤이면 젊은 부부로 둔갑해서 재상 방으로 들어가 집을 지어 달라고 합니다.
자고 있는 한밤중에 난데없이 낯선 사람이 들어오니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이런 변을 당하자, 재상들은 놀라 기절을 하고 마침내는 죽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절대로 놀라지 마십시오. 너희들 집을 지어 주겠다고 말하십시오.
그리고 이튿날 집터에다 장작을 쌓아서 기름을 치고 불을 놓으십시오. 그러면 틀림없이 그 불 속으로부터 젊은 부부가 튀어나올 것입니다. 이들이 바로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들입니다. 그러거든 이놈들을 절대로 놓치지 마십시오. 이놈들을 잡아서 죽이십시오. 그래야만 당신이 오래 살 수 있습니다.』
과연 그날 밤에 재상이 밤늦게까지 책을 읽고 있으니까, 사람으로 둔갑하여 젊은 부 부가 된 여우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집을 지어 달라고 졸라했다. 총각은 이 말을 듣자 목침이 시키는 대로 그들의 집을 지어 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총각은 날이 밝자, 목침이 시키는 대로 장작을 쌓아 불을 질렀다. 그러자 목 침이 말한 대로 젊은 부부가 불 속으로부터 뛰어나왔다.
『대감님, 너무하세요. 이건 약속이 틀리지 않아요? 집을 지어 주신다더니, 이게 무 슨 짓입니까?』
젊은 남편이 대들었다. 그러자 재상이 장작개비로 내리쳤다. 젊은 남편이 죽어 넘어 지는 것을 보니, 아내인 암 여우는 놀라 도망을 치고 말았다.
그 후, 몇 년이 흘러갔다. 중전마마께서 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러자 임금님은 젊고 어여쁜 중전마마를 다시 맞이하였다. 그러나 새 중전마마도 얼마 아니하여 또 병이 들어 이 바람에 임금님은 근심이 떠날 날이 없었다.
『중전, 이거 큰일 나지 않았소. 어서 병을 떨고 일어나셔야 하오.』
『마마, 저의 병은 낫기 어려운 병인가 하옵니다. 병을 낫게 하는 처방이 있기는 해도 그 처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이 병으로 죽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사옵니다.』
『아니, 중전, 그게 무슨 말이오? 병을 낫게 하는 처방이 있다니요? 어서 그걸 말해 보오. 난 이 나라의 상감이요. 내 명령이면 무슨 일이든 안될 일이 있겠소?』
『마마, 하지만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사옵니다.』
『허허, 중전도 참 딱하오! 병을 낫게 해야죠. 어서 사양하지 말고 그 처방을 말해 보오.』
『황공하오나 재상의......』
『그래, 재상의 ?』
『재상의 간을 먹어야만 낫는 병이옵니다.』
참으로 기절초풍을 할 노릇이었다. 무슨 병이 재상의 간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
임금님은 기가 막혔다. 그러나 중전의 병이라 되든 안 되든 제상에게 한 번 부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소신이 중전마마의 맥을 한 번 짚어 보고 결정하셔도 늦지 않을까 아뢰옵니
다.』
그래서 재상은 중전마마가 계시는 곳으로 가는데 또 그 목침이 말하기를
『중전이 계시는 방으로 가실 때, 다 죽어 가는 매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소매 속에 넣어 가시오.』
재상은 이번에도 목침이 시키는 대로 했다.
여태까지도 목침이 시키는 대로 해서 아무리 어려운 일도 안 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중전은 재상이 자기의 맥을 짚어 보러 왔다니까 거절을 했다. 그러자 임금님 이 겨우 타일러서 종전의 방으로 재상이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재상이 방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소매 속에 숨겨 갔던 매가 후두둑 나래를 치며 날아 나왔다.
그리고 중전의 머리에 앉더니, 중전의 두 눈을 뽑아 버렸다. 이와 동시에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중전의 목을 물고 늘어졌다.
이런 괴변이 벌어지자 임금님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이번에는 더 놀라운 괴변이 일어났다.
그렇게도 젊고 어여쁘던 중전이 피를 쏟고 한 마리의 암여우로 둔갑하며 죽었다. 임금념도 그 때에서야 재상의 손을 붙들고 눈물을 흘 리며,
『재상, 참으로 고맙소.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구려 ! 』
그런데 이 암여우는 언젠가 장작불로 젊은 부부를 태워 죽일 때에 도망친 그 암여우였던 것이다.
제상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중전을 죽이고 제가 둔갑을 해서 새 중전으로 들어갔으며, 제상의 간을 먹어야 병이 낫는다고 꾸며 제상을 죽이려 한 것이었다.
[출처] 꿈 잘 꾸어 재상이 된 총각 |작성자 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