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부터 6일간 울산 대공원에서 울산 장미축제가 펼쳐진다. 이번 축제에 선보이는 장미만 무려 300만 송이다. 수백만 송이 장미가 축제에 등장하는 건 전국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다. 게다가 축제 태동 배경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합치면 울산 장미축제는 한편의 산업 역사 드라마다.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 그리고 기업이 함께 일궈낸 수백만 송이 장미이기 때문이다.
울산 대공원 장미축제는 울산시와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지자체와 기업이 뜻을 모아 축제를 만들고 18년째 이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국내외 장미 축제들과 크게 다른 점이다. 기업이 지역을 바탕으로 성장 발전한 결과 거둬들인 과실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일부나마 흔쾌히 되돌려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이 울산 대공원 조성에 나선 건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주장한 故 최종현 에스케이 그룹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바탕이 됐다. 1970년대 이후 수출주도 산업화 과정에서 울산은 많은 희생을 치렀다. 지역에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기꺼이 땅을 내주고 심지어 맑은 공기까지 빼앗겼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공해에 시달렸고 상당수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떠나기도 했다. 그렇게 성장한 기업들이 한 해 수십조 원의 이익을 거두지만 기업의 사회 공헌은 극히 미미하다.
하지만 일부 기업 총수들과 달리 최 선대 회장은 울산에 대한 환원과 사회적 책임을 잊지 않았다. 에스케이 이노베이션은 울산의 희생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시민 한 사람당 1평의 녹색 땅을 갖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자연 친화적 녹지공원 110만 평을 조성했다. 뉴욕 센트럴 파크 340만㎡보다 24만㎡나 더 넓다. 에스케이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약 1천20억 원을 들여 울산 대공원을 조성했다. 그 과정에서 1997년 IMF 금융위기가 발생해 기업의 존망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게다가 1998년 선대 회장이 타계하면서 착공 사업이 전면 보류될 위기에 처했지만 최태원 현 회장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공원 조성을 이어갔고 지금은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대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울산시도 이에 화답했다. 지난 2003년 영국계 펀드 소버린이 에스케이 지분 14.99%를 매입해 에스케이 경영권을 압박하자 당시 울산시민들이 에스케이 주식 사주기 운동을 벌이며 경영권 방어에 직접 나섰다. 당시 시민들이 매입한 지분이 그리 크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신의는 신의로 되갚는다는 울산시민들의 결기를 보여 준 셈이다. 기업과 지자체가 혼연일치돼 지역 사회를 아름답게 꾸미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축제를 개최하는 건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드문 사례다. 올해 울산 장미축제 기간 이런 `역사적 스토리`를 수십만 관람객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