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동으로 가는 갯배
지영희
너에게 내린 줄을 당기고 싶다는 건
내게로 오게 함이었다
뱃전에 달라붙는 소외된 냉기쯤
더 아플 것 없는 청호동 바람에 훑어내고
가끔 큰 배가 지나칠 때마다
물결 사이로 솟구치는 유혹은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네가 왜
먼 바다에까지 외등을 밝히고
밤마다 서성이는지 알아야겠다
갈고리에 끼운 쇠줄
힘껏 당기어
네 가슴 한가운데를 끌어내는데
내 먼저 가고 있는 건
발 먼저 내달아지는 건 무슨 까닭인가
바람 속 너를 끌어안고 싶은
오늘
내 가슴 한가운데로
굵은 쇠줄 하나 내리고 싶다
시집 <가까운 별 내 안의 새들> 2020년 도서출판 북인
저녁 어스름을 나는 새들
별에도 검은 색이 있다면
저녁 어스름에 떼 지어 나르는 새들과 같겠다
맑은 눈동자도
화려한 깃털도
딱딱한 부리와 발톱도
별을 위해 낮추고
낮은 하늘을 비추는
우리는 왜 새들을 희망이라 하고
자유로움을 새로 노래하는지
저 별들을 보니 알겠다
단순한 몸짓으로 넉넉한 저녁 하늘을 노래하는
살아 있는 별들
땅에도 내려왔다가
하늘에서도 아름다운
가까운 별
내 안의 새들
시집 <가까운 별 내 안의 새들> 2020년 도서출판 북인
지영희 시인
199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춘천교대를 졸업 후 30년간 교직에 몸 담음.
강릉원주대학교 예술체육대학 미술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수학 후 작가로 활동 중.
한국문인협회. 강원문인협회 회원. 속초문인협회 지회장 역임.
한국화동질성회. 강원현대한국화회, 화강회, 영동지구가톨릭미술인회, 해람회, 양지한국회회원.
시집 <사람이 두렵습니다> 2001년 <가까운 별 내안의 새들> 2020년 도서출판 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