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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새벽 두시가 넘은 시각. 잠이 너무 안 와서 계속 뒤척이다가 결국 아로하에게 전활 거는 나. 멋대가리 없이 컬러링도 안 해
놓고 식상한 신호음 소리만 몇번 들리다가 달칵- 완전히 잠긴 목소리로 전활 받는다.
-꼴통.. 안 자고 뭐해.
"나 잠 안와 놀아줘 로하야."
-내일 학교 가야지.
"괜찮아 학교 가서 자면 돼!"
-그게 고3이 할 소리야?
"아앙. 나 심심해.. 놀아줘어."
-기다려.. 집으로 갈께.
"아니야 내가 갈께!!"
전화를 뚝 끊어버리고 바로 튕기듯이 일어나 침대 밑으로 내려 온 나. 가디건도 안 걸치고 잠옷 바람으로 나와서 계단을 막
뛰어내려가다가 바보처럼 또 한번 넘어지고, 대충 아무 신발이나 구겨신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9월 중순도 안 됐는데도 새
벽이라 그런지 쌀쌀하다 못해 추운 날씨.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걸치고 나오는 건데. 이런....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날씨가 뭐 이래?? 이러다 또 감기 걸리겠네!!
가로등 불빛 밖에 없는 아주 깜깜한 새벽에 하얀 잠옷 치마를 입고 바람에 긴 머리카락까지 휘날리고 있으니..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처녀 귀신과 흡사해 보는 이가 오금이 저릴 정도. 얼굴은 창백할 정도로 하얗고 방금 바른 틴트 때문에 입술
은 빨간 내가 팔을 주욱- 늘어트리고 천천히 길을 걸어가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소리를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으아아- 추워!!!!"
천천히 걸어가도 10분도 안 걸리는 아로하네 집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데..
"어?? 돼지야!!!!!"
돼지...?? 설마 나 말하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왠 남자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잠시 멈춰섰지만, 내가 아
는 사람 중 나를 돼지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기에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날 따라 달려오는 빠른
발자국 소리에 너무 놀라서 죽을 힘을 다해 뛰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나.
"아앙. 왜 따라와요!! 따라오지 마!!!"
"나 나쁜 사람 아닌데!! 멈춰!! 멈춰 돼지야!!!"
"싫어어!!! 내가 왜 돼지.. 으악!!!!"
"하아. 하아. 무슨 여자애 달리기가 이렇게 빨라?"
"흐아앙. 살려주세요!!"
미친듯이 뛰었지만 금방 잡혀버린 탓에 바로 주저앉아서 울어버리는 나. 정말 이런적 처음이라... 이런 야심한 시간에 누가
날 따라오며 위협하는 건 정말 처음이라서 제대로 겁먹고 울고 있는데, 갑자기 그런 내 앞에 같이 쪼그려 앉아서 머리를 살
짝 헝클여 놓더니 포근하게 감싸주는 남자. 방금 전까진 그렇게 무서워서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더니 순식간에 편안해진 마음
에 누군가해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남자가 내 앞에서 웃고있었다. 뭐야!!! 나를 돼지라고 부르면서
따라오던 남자가 고작 얘였어???
"거봐~ 나 나쁜 사람 아니라니까. 이제 다 울었어??"
"뭐야 내 눈물.. 내 눈물 어쩔 거야 물어내!! 아까운 내 눈물 물어내!!!"
내가 고작 이딴 시시한 놈 때문에 겁먹고 울었다니.. 지금 내 앞에 있는 놈은 다름 아닌 야한 놈이였다. 며칠 전 내 핸드폰
에 자신을 '섹시보이♥' 라고 저장했지만 지금은 그냥 '예고남' 으로 저장되어 있는 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찔끔찔끔 흘렸
던 눈물을 닦으며 춥다고 말하자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서 내 어깨에 둘러주더니 또 한번 꽉 안아주는 놈이다.
"니가 나한테 반한 건 알겠는데 자꾸 이러면 곤란해."
"뭐가?"
"나 애인있는 여자야~"
"그래서?"
"나한테 자꾸 이렇게 껄떡대면 너 내 남자친구한테 혼난다구!!"
"왜??"
"하!! 말이 안 통하는구만??? 비켜."
날 안고 있는 놈을 살짝 밀어낸 후 자리에서 일어나면, 날 따라 일어나는 놈. 아로하네 집을 향해 걷는데 자꾸만 날 따라오
는 놈이다.
"너 왜 자꾸 따라와??"
"그냥. 내일 나랑 놀자 돼지야."
"아씽. 내가 왜 돼지야?? 내가 뚱뚱해??"
"아니 예뻐."
"근데 왜!!"
"난 세상에서 돼지가 제일 좋아."
"그래도!!"
"그럼 꽃돼지야 나랑 놀자~"
"싫어."
"왜? 내일 나랑 놀아주면 선물 주려고 했는데."
"선물...??"
"응 선물. 아마 맘에 들껄?"
"뭔데?"
"비밀~"
결국 이렇게 넘어가는 건가...?? 대체 무슨 대단한 선물이길래 비밀이라는 건지!! 알려달라고 그렇게 쫄라대도 끝까지 비밀
이라며 지 멋대로 내일 학교 끝나고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서 손을 흔들고 멀어지는 야한 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내
어깨 위에 걸쳐있는 놈의 점퍼가 생각나 '야!!' 하고 크게 부르면, 다시 돌아서 나를 바라보는 놈이다.
"멍청이. 옷 안 가져가?"
"추우니까 너 입.."
"됐어!! 모양 빠져. 근데 넌 이름이 뭐냐?"
"김태양."
"김태양...??"
"응. 넌?"
"알 거 없어. 잘가 김태양!!"
난 원래 외간 남자한테 이름따위 잘 알려주지 않는 고귀한 여자니까. 잘가라고 인사한 뒤 바로 코 앞에 있는 아로하네 집까
지 곧장 뛰어가 대문을 밀면, 내 전화를 받고 미리 열어놨는지 그냥 열리는 문.
평소에는 넓어서 참 좋다했던 정원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지, 추워서 빨리 들어가야겠단 생각
에 한숨 한 번 쉬고 드넓은 정원을 달려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온 아로하네 집. 그리고 어쩜 이렇게 딱 맞춰서 나오는지 계단
을 내려오다가 숨이차 헉헉 거리고 있는 날 보고 못말린다는 듯이 웃고 있는 아로하. 자다 일어난 건데도 전혀 흐트러짐 없
이 너무 말끔한 모습.
"오빠!!!"
"쉿- 지금 새벽이잖아요 아가씨."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 안기는 내 귓가에 작게 속삭이곤 볼에 뽀뽀 해주는 아로하. 밖에 날도 추운데 왜 이렇게 춥게
하고 왔냐고 차가워진 내 몸을 녹여준 다음 마치 어린아이 안듯이 날 앞으로 안고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목을 끌어안고 얼
굴을 어깨에 묻은 채 아로하 허리에 둘러져 있는 두 다리를 계속 튕겨대니, 자꾸 움직이면 던져버린다고 협박하는 놈이다.
"쳇.. 알았어. 안 움직이면 되잖아! 대신 나 십분동안 이렇게 안겨있을래."
"차라리 업혀 그럼. 십분 동안 이러고 있으면 오빠 팔 빠져."
"싫어~ 난 이게 더 좋단 말이야."
그냥 업혀있는 것 보다는, 이렇게 앞으로 안겨있는 모습이 왠지 더 사랑스럽고 포근해서 기분이 좋다. 자칫 야릇해 보일 수
있는 포즈지만 이것도 나한테는 그냥 순수한 일상이라는 거.. 어릴 땐 아빠가 참 많이 안아줬었는데 점점 커가면서 날 이렇
게 안아주는 사람은 아로하 뿐이다. 많이 무거울 텐데도 내가 원하면 언제든 항상 안아주는 착한 사람. 가끔은 오늘처럼 말
안해도 먼저 이렇게 안아주는 정말 괜찮은 사람.
그런데 단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라희가 아로하 딸이라는 거?? 나랑 곧 결혼 할 사람이 벌써 2살짜리 애 아빠라는 거.. 그동
안 말은 안 했지만 아예 신경이 안 쓰인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근데.. 그런데 말이야. 나 이 사람 너무 많이 좋아하나봐.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 속상하긴 해도 이상하게 밉지가 않아.
아로하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계속 끌어안고 있다가 고개를 들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면, 계단 중간에 멈춰서서 피식 웃
더니 내 입술에 뽀뽀해주는 아로하. 위험하니까 장난치지 말고 잘 잡고 있으라는데, 갑자기 장난끼가 발동 되서 그 말을 무
시하고 계속 장난만 쳤다. 아예 양쪽 볼을 다 꼬집고 쭈욱- 늘어트렸더니 화는 안 내고 또 웃기만 하는 놈.
"왜 웃어? 안 아파??"
"아파. 근데 너 표정이 너무 귀엽잖아."
"내 표정이 어떤데?"
"나한테 아주 불만이 가득해. 심술났어 지금."
"내가..??"
"응. 이 심술 또 어떻게 풀어주지?"
"나 뽀뽀할래."
"또 깨물려고?"
"아니야! 뽀뽀만 할 거야."
이제 상처도 다 아물고 딱지만 살짝 붙어있는 입술을 귀엽게 내밀어주는 아로하. 그 위로 쪽- 하고 뽀뽀했더니 이번엔 자기
가 먼저 다가와서 다시 쪽 뽀뽀해주고, 남은 계단을 올라 방까지 날 안고 들어와서 침대 위에 잘 앉혀주는 놈. 근데 아무리
둘러봐도 라희가 없다.
"오빠."
"응?"
"똥강아지 어디 갔어? 왜 없어??"
"오늘은 류가 데리고 잔다고 해서 류 방에 있어."
"아..."
"왜? 보고싶어?"
"....쪼끔."
갑자기 내 앞에 몸을 숙이고 앉아서 눈 높이를 맞추고, 내 머리를 헝클이며 고맙다고 말하는 아로하.
"뭐가?"
"우리 라희 안 미워하고 예뻐해줘서."
"나도 고마워."
"뭐가?"
"지금 나랑 놀아줘서."
"이렇게 착한 마누라 얻으려면 이정돈 기본이지~"
"그런 거야??"
"하고 싶은 거 있음 뭐든 말만 해. 오빠가 다 들어줄께."
"오.... 그럼 나도 제주도 따라갈래!"
"제주도???"
"응! 안 돼?? 아민이랑 아류랑 애란이랑 다 데리고 나도 갈래~ 일 하는 거 방해 안 할 테니까 나도 데리고 가! 나도오!!"
"흐음.. 알았어. 내일 애들한테 물어보고 시간 된다고 하면 같이 와. 대신 약속은 지켜야 된다?"
"아싸!! 짱!! 완전 멋있어!!!"
너무 기쁜 나머지 덥썩 목까지 끌어안고 멋있다고 말하자, 그렇게 좋냐고 물어보더니 연신 고개를 세차게 끄덕거리는 날 보
고 씨익- 웃으면서 이제 자자고 침대 위로 올라오는 아로하. 내가 베고 잘 베게를 정리해주고, 내가 누우면 머리도 쓸어 넘
겨주면서 이마랑 입술에 한 번씩 뽀뽀해준 뒤 잘자라고 말 하며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려 잘 덮어주는 아로하. 그런데, 졸
리긴 커녕 너무 말똥말똥한 내 눈.
"나 잠 안 와."
"잠 안 와?? 큰일 났네.. 오빤 졸린데."
내가 옆으로 돌아누우며 잠이 안 온다고 말하자, 똑같이 옆으로 돌아누워서 나를 바라보는 아로하. 한쪽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엄지손가락으로 계속 만지작만지작 볼을 쓰다듬다가.
"잠들 때까지 키스할까?"
"응."
.
.
.
다음 날.
"김태양. 나 선물 줘!!"
"이 돼지가 왜 보자마자 선물타령이야!? 그냥 안줄까보다."
"그럼 나 집에 갈래."
"조금 이따가 줄 테니까 기다려 돼지야."
"너 시시한 선물이기만해. 가만 안 둬!!"
학교가 끝나고 노래방에 가자는 애란이를 류에게 떠맡긴 뒤, 어제 약속대로 김태양을 만나러 온 나. 원래는 안 만나려고 했
는데 문자로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거라고 기대해도 좋다길래 거기에 혹해서 나왔더니, 자꾸만 이따가 준다고 튕기는 놈
이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선물이길래!! 아무튼... 교복을 무슨 사복처럼 꾸며 입고는 머리에 왁스칠까지 하고 나와서 한
껏 들뜬 표정으로 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하는 김태양.
"너 누가 내 허락도 없이 손 잡으래?"
"손은 잡으라고 있는 거다~"
"웃기시네. 이거 놔! 나는 외간 남자랑 손 안 잡아."
갑자기 우뚝 멈춰서더니 눈 깜작할 새에 내 볼에 뽀뽀하는 미친 놈.
"외간 남자랑 뽀뽀도 했으니까 이제 손 잡아도 되지?"
"...죽을래?"
"아니. 근데 너 조심해~ 내가 언제 키스할지 몰라."
"헐... 뭐 이런."
"밥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내 말을 중간에 짤라먹고 밥 먹으러 가자며 나를 어디론가 끌고가는 또라이. 그래.. 이 놈은 또라이였다. 얼굴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남자답고 잘 생겼는데 하는 짓은 완전 또라이. 이래서 얼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니까!? 근데...
난 왜 얼굴이 빨개지고 난리야?? 미쳤어 미쳤어!! 정신차려 홍지애!!!
놈의 손에 이끌려 어느 회전 초밥 집까지 따라오면서 고개를 몇 번이나 흔들어댔는지 모르겠다. 가게로 들어오자마자 날 의
자에 앉히더니 회전판에서 접시를 연속으로 네 개나 내 앞으로 내려놓으며 먹으라고 말 하는 놈. 처음엔 내가 먹을 건데 왜
니 맘대로 고르냐고 따지려고 했지만, 어떻게 된 게 하나같이 다 내가 좋아하는 초밥으로만 골라 놓은 놈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먹기만 했다.
"근데.. 넌 무슨 과야?"
"미술."
"미술?? 완전 안 어울려!!"
"그치? 연영과를 갔어야 하는데. 그냥 썩히긴 얼굴이 너무 아깝지??"
"뭐래.."
"솔직히 난, 여태 살면서 나보다 잘 생긴 사람 못 봤어."
"미쳤냐???"
"아니 멀쩡해."
"근데 난 왜 니가 미친 것 같지?"
"내가 잘났다는 걸 인정하기 싫으니까."
아... 진짜 또라이 중에도 이런 쌩또라이는 정말 처음 본다. 하늘을 찌르는 빌어먹을 자신감에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서 욕밖엔 해줄 말이 없던 나. 얌전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 한 모금 마신 다음, 조심스럽게 가운데 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방을 챙겨서 가게 밖으로 나오면 금방 계산을 하고 바로 따라나오는 김태양.
"치사하게 왜 혼자 가냐?"
"같이 밥 먹어줬으니까 이제 선물 줘. 나 집에 갈래."
"왜! 아직 할 일이 태산인데 왜 벌써 가!!"
"너랑 있는 거 재미없어. 차라리 우리 집 정원에 있는 개미랑 노는게 더 재밌어."
"내가 개미보다 못하다는 거야 지금??"
"응. 개미는 가지고 놀다가 배고프면 먹어도 되거든."
먹을게 없어서 개미를 먹냐는 표정으로 입을 쩍 벌리고 나를 바라보는 놈. 내가 개미를 언제부터 먹었는진 잘 기억이 안 나
지만 일 개미는 단데 불개미는 써서 맛이 없다. 자주 먹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씩 먹으면 꽤 먹을만해서 김태양에게도
개미 맛을 알려주기 위해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땅만 쳐다보며 개미를 잡으려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날 잽싸게 일으켜 세
우더니 정색하는 표정으로.
"너 개미 언제부터 먹었어??"
"그건 잘 기억 안 나는데.. 일 이년 됐나?"
"어릴 때도 안 먹던 걸 다 커서 왜 먹는데? 먹지마 더러워."
"왜?? 너도 먹어봐 맛있어."
"난 이미 4년 전에 끊었어든요??"
"어??? 그럼 너도 개미 먹어봤어????"
"당연하지."
"근데 왜 지금은 안 먹어??"
"사귀던 사람이.. 안 끊으면 헤어진다고 협박 해서."
"그렇다고 개미를 포기할 정도면 많이 좋아했나 본데!!"
"응... 내 첫사랑."
"우와. 첫사랑?? 난 아직 그런 거 없는데. 부럽다!!"
"바보."
"우리 이제 친하게 지내자!!"
"갑자기 왜?"
"너도 개미 맛을 아니까."
발랄하게 앞으로 걸어가며 주머니에서 새콤달콤을 꺼내 까먹고 있으면, 어느새 내 옆에 따라 붙으면서 지도 하나 달라는 김
태양. 역시 다르다... 진짜로 친하게 지내도 되겠어!! 원래 남자들은 새콤달콤 셔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넌 좋아하는구나??
난 그냥 줘도 될 거를 굳이 껍질까지 까서 친절하게 입에 넣어주었고, 그걸 받아 먹으면서 기분 좋게 씨익 웃는 김태양. 짜
식... 뉘집 아들인지 참 잘생겼네.
"우리 이제 뭐해??"
"까페 가자."
"까페?"
"응. 거기 가서 선물 줄께."
"그래!!"
선물이란 말에 급 기분이 좋아져서 싱글벙글 웃으며 도착한 까페. 자리에 앉자마자 아무거나 두 개 시키라길래 내가 좋아하
는 커피 쉐이크랑 복숭아 아이스티 하나씩 시키고 잠깐 앉아있으면, 갑자기 가방을 열고 막 뒤지기 시작하더니 스케치북 두
께의 두꺼운 종이 한장과 매직을 꺼내는 놈.
"자.. 이제 시작해 볼까?"
"뭘??"
"가만히 있어봐."
고개를 양쪽으로 기울이면서 나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이상한 판대기에 종이를 대고 매직 뚜껑을 열어 뭔가를 막 그리기
시작하는 김태양. 뭐하냐고 물어봐도 그냥 기다리라는 말만 할 뿐 다른 말은 없고, 뭐하나 좀 볼려고 하면 못 보게 가려버
리는 놈이다. 그리고 약 5분 뒤 내 앞에 선물이라고 내민 것은...
"우와!!! 이거 나야????"
"응. 맘에 들어??"
"짱!! 너 대박. 나 이런 선물 처음 받아봐."
"나 멋있지?"
"응!!"
맘에 들어하는 날 보고 흐뭇하게 미소짓는 김태양. 다음엔 색칠까지 해주겠고 말 하는데, 굳이 색칠 같은 거 하지 않았어도
너무 예쁘게 잘 그려진 내 캐리커처. 교복을 입고 한 손에 막대사탕을 들고 있는 모습이지만, 아무래도 이 그림의 포인트는
정수리 위로 높게 틀어 올려서 묶은 똥머리였다. 그리고 내 발 밑으로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까지, 완전 센스 만점인 놈.
미술과라더니 정말 잘 그리네!! 옛날에 그렇게 그림 잘 그리던 소아도 캐리커처는 어렵다고 하던데 이놈은 정말 타고났나보
다. 놈이 준 선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속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어?? 그러고보니까 너네 같은 학교네??"
"누구?"
"유소아라고 알아? 내 친군데, 걔도 너네 학교 미술 과야."
"아.."
"알아??"
"응. 나랑도 친해."
"정말???"
원래 중학교 때 애란이랑 셋이 정말 친했었는데 소아 혼자 다른 학교를 가면서 요즘은 잘 못 만나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한
내 친구.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지 않아도, 정말 오랜만에 만나도 너무 편한 그런 친구다. 키도 작고 얼굴도 애기처럼 너
무 귀엽게 생겨서 인기도 많았었던 소아. 그런데 우리 소아가 김태양이랑 친하다니!! 김태양이 개미 맛을 안다고 했을 때보
다 더 반가워서 막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갑자기 왠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아이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우리 테이블로 걸어
오면서.
"오빠...."
말은 '오빠' 라고 하는데 눈은 날 향해 있다. 그리고 날 보는 그 눈동자가 너무 심하게 흔들리면서 눈물이 차츰 고이더니,
단 몇 초 만에 뚝- 하고 떨어지는 눈물 한방울.... 왜 나를 보고 저런 표정을 짓는 건지, 왜 눈물을 흘리는 건지 갑자기 머
릿속이 복잡해지면서 너무 당황스럽고 알 수 없는 이 기분. 처음에 김태양이 날 보고 지었던 그 표정이랑 너무 흡사해서 또
숨이 턱턱 막히고 답답해져오는 내 가슴. 도대체 뭐야... 뭔데 날 그런 눈으로 쳐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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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개미 먹는 친구가 있었는데. ㅋㅋㅋ 걔 말로는 시고 달고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ㅋㅋㅋㅋ
그러다가 걔가 전학을 가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연락이 안 되지만 ㅠㅠ
저보고 먹어보라면서 권해줬던 기억이. ㅋㅋㅋㅋㅋㅋㅋ
첫댓글 헉 개미...!!!!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궁금해서 먹어볼라고 했는데 넘 징그러워서 못먹겠더라구요 ㅠㅠ 근데 제 친구는 저랑 있을 때도 많이 잡아먹었다는 -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얼....ㅠㅠ개미를...ㅠㅠ ㄷㄷ....... 마지막에 등장한 그 아이는 누굴까용....? 궁금해요>__<ㅎ담편두 기대할게요 ㅎㅎ
개미 완전 깨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등장한 그 아이가 누군지는 바로 다음편 시작부터 밝혀진다죠 ㅋㅋㅋ 담편도 기대해주세용 ㅋㅋㅋ
저는 초등학교때..개미는 잡아봤어도,,먹어보지는...못했는데;;; 태양이는 누군가욧!!! 안돼!!홍이는 로하껀데!!!
태양이가 나이트에서 만났던 섹이보이에요. 혹시 기억 안나시나요 ㅠㅠ 이런 ㅋㅋㅋ 저도 개미는 먹어보지 못했답니다 ㅋㅋㅋㅋㅋ
재밌어요 ~
으하하.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점점 뒷편이 궁금하네요. 지애와 로하의 사랑도. 그리고 김태양. 그는 어떤아이일지...
점점 궁금증 유발인가요? ㅋㅋ 김태양이 어떤 아이인지는.. 아마 곧[?] 알게 되실거에요. 흥미롭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개미 ㅋㅋ 담편 넘 궁금하네요 ㅋㅋ 담편두 기대할꼐요 쪽지 부탁해요
넵 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쪽지 드릴게요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ㅋㅋㅋㅋ
개미~~ 왠일이니??
ㅋㅋㅋㅋㅋ 좀 깨죠? ㅋㅋㅋㅋㅋ
개미를먹다니ㅋㅋㅋㅋㅋㅋ빵터짐!!
ㅋㅋㅋㅋ 재밌으셨으면 다행이에요 ㅠ ㅋㅋㅋㅋ
저여잔 누구죠??? 빨리 다음편 보고싶어요 ㅋㅋ
ㅋㅋㅋㅋ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감사합니다 ㅋㅋ
으 . . . . 난로하가더좋은데태양이좋아하면안되 ㅠ ㅜ 정말안되 ㅠ ㅜ 로하가불쌍하잖아난로하편이야
ㅋㅋㅋㅋㅋㅋ 알고보면 태양이도 불쌍한 놈인데 ㅠ 암튼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계속 지켜봐주세요 ㅋㅋ
0113 이번호가 태양이 보낸것같네요
0113이 낯익다했더니 친구생일이네요 ㅋㅋ
헉 사실 0113 제 생일인데 =_= 혹시 제 친구는........ 아니시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