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순에 시골 텃밭에서 삽으로 흙을 푹 떠서 서울로 가져온 식물이 있었다.
키 작은 애기원추리.
요즘 꽃대가 오르고 꽃봉오리가 커지고 있었다.
일전, 비좁은 아파트 베란다 안에서 화분을 만지작거리다가 꽃대 두어 개를 부러뜨려서 속상해 했다.
오늘 저녁 6시가 넘어서 애기원추리의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밤 9시가 지난 뒤에는 활짝 피었다.
내일부터는 여러 개의 꽃봉오리가 커지면서 꽃을 더 많이 피울 게다.
서해안 산골마을에 있는 내 텃밭에는 애기원추리가 제법 많이 있다.
삽으로 원추리 뿌리를 캔 뒤에 조심스럽게 포기나누기를 하여 도로 흙에 묻고는 물을 조심스럽게 부어주면 새로운 뿌리가 벋어나면서 그 개체수가 더욱 증가했다.
내 집으로 들어오는 마을안길에는 키 큰 원추리가 무척이나 많다.
또한 꽃색깔이 짙은 왕원추리도 있고, 꽃잎이 날렵한 각시원추리도 있다.
여러 종류의 원추리가 지금쯤 꽃대를 올리고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현지인 시골의 텃밭 상황을 모르기에 서울에서는 꽃 필 시기를 지레짐작만 할 뿐이다.
꽃이 진 뒤에는 시골로 도로 가져가 길가에 심어야겠다.
햇볕이 들어오지 않고, 비바람도 없는 아파트 안에서는 식물은 발육상태가 아주 불량하게 마련이다.
튼튼하게 단단하게 자라나는 게 아니라 허장허세로 웃자라되 줄기는 매우 허약하고, 뿌리도 금세 부실해지게 마련이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게 식물한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대자연 속으로 그대로 놔두는 게 야생에 길들여진 식물의 습성인데도 사람이 인위적으로 야생의 습성을 바꾸면...
결국 식물은 허약해져 일찍 시들고 죽게 마련이다.
애기원추리
첫댓글 우리 아파트 배란다에는 꽃이 빨리 시들어 버려서 속상해요. 길 가다가 예쁜 꽃이 보이면 얼른 사는 버릇이 있지요 어버이 같은 날에도 아들이 제 각각 예븐 화분을 사 오는데 그것들도 다 피기 전 시들어 버려서 바깥 화단에 옮겨 심어 놓는데 살아 나지 않더군요. 최이사님은 식물 재배 기술이 뒤어나나 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꽃가게에서 사는 작은 화초들.
꽃 피기 직전, 이제 막 꽃을 피우는 작은 화분들. 화분 속에 든 화초들을 사서 집으로 들고 오면 며칠간은 제법 싱싱하고 예쁘지요. 그런데 며칠만 지나면 작은 화분 속의 화초는 금세 시들어서, 심지어는 곧 죽대요.
속이 상하지요.
하지만 꽃장수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몇 천 원짜리 화분을 샀는데도 그게 오래 오래 가기를 바랬어요? 잠깐 즐겼으면 충분할 겁니다'...
꽃가게에서 산 작은 화분 속의 흙(해외에서 수입한 바나나 껍질 등을 발효한 퇴비)에 문제일 것 같습니다.
저도 숱하게 죽이지요. 정성 들인다고 해서 그만큼 식물이 보답하는 것은 아니지요.
식물은 하늘이 자연스럽게 키워주는 것이지요.
사람은 단지 조금만 보조할 뿐. 본질은 대자연이 식물을 가꿔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