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당신의 인생'
https://youtu.be/NN52y8P5rw4?si=kCs7T-TQBlXC-yhU
"개(犬)팔자 상(上)팔자"
도라지 뿌리는
절대로 산삼이 되지 못 하지만,
이제는 도라지가 산삼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개(犬)라는 동물은 지금이야말로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을 누리고 있다.
개는 분명 네발짐승인데
사람의 대접을 받으니,
이놈은 용이 된 개 분명하다.
걷기 싫다는 시늉을 하면,
주인은 이놈을 달랑 안아
가슴에 품고는 한다.
이놈을 발로 찼다간
학대했다는 죄목으로,
벌을 받거나 벌금을 내야한다.
옛날에 이놈은 섬돌까지만
올라올 수 있었지,
마루까지 올랐다간
빗자루로 사정없이 얻어맞고,
마루 밑으나 마당으로 내쫓겼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보다
먼저 방으로 들어가,
사람 자는 침대를 자기
잠자리로 차지하고,
안아주지 않으면 안달을 한다.
이놈은 이제
반려동물이라고 하여
인권에 버금가는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
닭은 고기와 달걀을 얻기
위해서 키웠고,
돼지는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서 키웠으며,
소는 논밭갈이 시켜서
농사짓기 위하여 키웠다.
그리고 개는 집을 지키라고 키웠지만,
사실 놀고먹는 놈이었다.
그래서 개를 두고
'개팔자 상팔자'라고 했지.
그렇다고, 유난스레
대접받았던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네발짐승이었고,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만 얻어먹었다.
오죽하면, '개밥신세'라는
말이 생겼을까?
이처럼, 집 짐승이었던
개가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대접을 한 몸에 받는
견공(犬公)이 되어, 그야말로
'개 팔자 상팔자'라는 말이
현실화되었다.
사람은 인권을 얻기 위하여
수백 년간 투쟁해 왔지만,
개는 네발 하나 까딱 않고
견권을 확보한 셈이니,
그야말로 '개 팔자 상팔자'라는 말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개 같은 놈'이니 '개자식'이니
이런 욕지거리는 성립될 수가 없다.
옛날은 낱말 앞에
'개'가 붙으면 나쁜 말이 되었다.
먹는 꽃이 참꽃이고,
못 먹는 꽃이면 개꽃이었다.
열매도 마찬가지,
개살구는 못 먹는 살구였고,
못 먹는 버섯이면 개버섯이라 불렀다.
망신 중에도 제일가는
망신을 두고 '개망신'이라 했으니.
제일 못나고 나쁜 사람을
'개자식'이라 했고,
못된 짓거리를 하면
'개같은 놈'이라는 욕을 먹었다.
이제는 개의 신분이 높을 대로 높아져
'사람이 개를 모시는 지경'이 되었다.
그리고 '개똑똑' '개이뻐'
'개쩔어'처럼, '개'자(字)마저도
좋은 뜻을 얻었으니,
노인의 귀는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아무튼, '개 팔자 상팔자'라는
옛말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출처: 월간 에세이,윤재근/한양대 명예교수)의
글중에서 옮겨온 글
출처: 演好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소박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