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아버지의 책장에서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문학성을 키워갔다.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 가와바따 야스나리의 설국(雪国 ゆきぐに ,유키구니), 이즈의 무희(伊豆の舞姫),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하 소설 (대망 待望)등 이었다.
어쩌면 내가 일본으로 유학을 간 것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중 오랜만에 빙점을 읽었다.
대략 줄거리와 독후감은 다음과 같다.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요코의 마음속에도 빙점이 있었다.”
인간을 얼어붙게 만드는 빙점. 그 안에 사랑, 원망, 증오, 복수, 용서 등이 살아 있으며, 인간 누구에게나 이러한 빙점은 존재한다.
일본 훗카이도에 있는 아사히가와라라는 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평소에 '네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성경의 말씀을 座右銘으로 삼고 사는 병원장 게이조.
하지만 아내에게 무심하다. 남자에게 약하고 무심한 남편에게 외로움을 느끼는 나쓰에.
무라이는 나쓰에를 유혹한다.
1963년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의 백만 엔 현상공모소설에서 당선, 미우라 아야코를 일약 인기작가로 만든 소설이 『빙점』이다. 미우라 아야코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 속에는 신앙적인 관점이 스며들어 있다. 미우라 아야코의 고향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아사히가와(旭川)가 소설의 무대이다.
『빙점』은 기독교의 ‘원죄의식’이 녹아들어 있으며, 인간의 원죄의식과 죄의식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와 함께 ‘용서’ ‘증오’ ‘복수’ 등, 인간의 내면에 각인되어 있다.
큰 줄기로서 작품 속에서 ‘인간은 태어나면서 죄를 짊어지고 있다’는, 기독교의 ‘원죄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原罪意識은 아담이 善惡果를 따먹는 순간, 인류에게 대물림된 죄의식이다. 요코 또한 유괴살인범의 딸이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맞는다. 하지만 이는 요코의 잘못이 아닌, 대물림이다. 이러한 ‘원죄의식’ 속에 요코는 괴로워한다. 하지만 이러한 ‘원죄의식’,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요코의 마음속에 이러한 빙점이 있듯이, 소설의 초점은 ‘요코’를 그 중심에 놓고 있다. 요코는 자신의 ‘원죄의식’을 속죄해줄 ‘자신의 죄를 용서해줄 수 있는 권위자’, 메시아를 갈망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빙점』는 ‘원죄의식’과 함께 ‘인간은 어디까지 타자를 용서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또한 사랑의 한계를 엿볼 수도 있다.
평상시 ‘네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성경의 말씀을 座右銘으로 삼을 정도로 인격자인 병원장 게이조는 그의 아내 나쓰에와 안과 의사인 무라이의 불륜이 행해지는 사이, 딸 루리코가 유괴, 살해당하는 사건을 맞는다.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나쓰에가 그 슬픔을 이기기 위해 양녀를 키우자는 요청에, 그는 요코를 데려와 키우게 한다. 하지만 요코는 딸을 살해한 범인의 딸이었다. 게이조는 이를 숨기고 아내의 불륜에 대한 배신, 증오와 복수로, 양녀 요코를 키우게 한다. 나쓰에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딸 루리코에 대한 애정을 담아 요코를 애지중지 키운다.
그러던 어느 날 요코가 초등학교 1학년 때에, 남편의 다이어리에 적힌 요코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요코를 증오의 대상으로 구박하고 죽이고자 하지만 그만둔다. 그러한 과정에서 요코는 영문도 모른 채 엄마의 학대를 참고 견디며 아름답게 성장한다. 그러한 모습에 반한 오빠 친구 기타하라의 구애를 받자, 나쓰에는 요코가 誘拐殺害犯의 딸임을 고백하고 결혼을 막는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요코는 충격을 받게 되고, 그 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음독, 혼수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친구에 의해 유괴살인범의 딸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나쓰에는 贖罪의 눈물을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