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해산물과 생선을 좋아했다. 대게찜 간장게장 랍스터 같은 비싸고 맛있는 해산물이나 종종 소를 직접 잡는 직판장에 딸린 1인분에 4만원씩하는 그런 음식점을 가길 즐겼다. 너무 비싸다고 하면 엄마는 꼭 먹는거엔 돈 아끼는거 아니다. 사람이 먹고 살자고 다들 일하는건데 잘 먹어야지 라고 얘기했다. 어릴적 우리집 단골 저녁메뉴는 빨간고기 였다. 빨간색 생선인데 살이 많고 두꺼워 바짝 구워서 밥이랑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엄마와 손을 잡고 시장에 가면 꼭 엄마는 빨간고기를 샀다. 그럼 그날은 밥을 두그릇씩 먹었다. 가끔 고등어나 갈치를 구워 주시기도 했지만 생선구이가 저녁으로 나오는 날엔 대부분 빨간 생선을 구워 주셨다. 그래서 나는 빨간 고기가 좋았다. 맛있었다. 우리집은 다들 고기를 좋아하지 않고 생선을 더 좋아하는것 같았다. 아빠도 늘 특별한 날엔 회를 먹자고 했고 누군갈 집에 초대한 날도 회를 먹었다. 그래서 나는 스무살이 되기 전까지 육고기를 먹은 기억이 많이 없다. 처음으로 회식을 하던 22살의 신입인 나는 고기를 구워야 하는데 생고기를 보고 어떤게 돼지고기인지 소고기인지 목살과 삼겹살 같은 종류도 구별할 줄 몰랐다. 26살 바다가 없는 나라에 혼자 살게 되면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조금씩 구별해가며 양념도 하고 맛있게 굽는법도 스스로 익혔다. 오랫만에 한국에 가면 엄마는 늘 회를 사줬다. 아니면 대게를 먹으러 조금 먼 바닷가로 드라이브 삼아 가기도 했다. 한번은 내가 빨간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니 맛있는게 그렇게 많은데 하필 빨간 고기가 먹고 싶냐며 웃으셨다. 나에겐 다른 어떤 생선 보다 맛있었다고 하면 엄만 웃으며 그것만 먹여서 그게 제일 맛있는 건줄 알았겠지 다른건 못먹어 봤으니까 라고 웃지 않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때의 나에게 빨간 고기는 최고로 맛있는 저녁 메뉴였지만 엄마에겐 그날 그 지갑에서 살 수 있는 제일 싸고 가성비 좋은 생선이었을 뿐이었으리라, 그래서 엄마는 부산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로 이사오고 나서 빨간 고기는 절대 사지 않았다. 늘 제주 갈치나 두툼하고 큰 고등어를 샀다. 어제 웬일인지 엄마는 빨간고기를 사왔다. 내가 반가운 말투로 빨간고기네 얜 진짜 이름이 뭐야 라고 물었더니 엄마도 모른다고 했다. 그럼 왜 샀어 예전엔. 그냥 싸고 살이 많아서. 라고 대답해주었다. 영양가 있는걸 먹이고 싶지만 지갑은 가볍고 고등어보다 갈치보다 싼 빨간고기는 살이 많으니 이거라도 많이 먹여야 겠다 라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나는 그저 나도 동생도 시장에 가면 빨간고기를 사달라고 노래를 불러 자주 밥상에 올라오는 줄로만 알았는데 엄마는 육고기도 먹을 줄 알고 삼겹살을 좋아하고 고등어를 좋아했다. 단지 바닷가에 사니까 회도 육고기보다 싸서 사람들에게 회를 대접 한 것이고 그중 가장 싼 빨간고기를 늘 밥상에 올렸던 것 뿐이었다. 난 아직도 빨간고기가 좋다. 이름도 모르는 그 빨간 생선. 엄마에겐 아픈 빨간고기는 나에게 기분 좋은 빨간생선. 엄마는 좋은 아파트로 이사 온 다음 부터 빨간 고기를 사지 않는다.
우리엄마도 빨간고기 많이 구워줬는데 나도 다커서 엄마한테 "그 생선 맛있었는데 이름이 뭐야?"하니까 울엄마도 진짜 이름은 모른다더라 이후로 추억때문인지 뭔지 빨간색 생선보면(생각보다 빨간색 생선 종류가 꽤 있음 )한번씩 사서 구워먹어봤는데 어릴때 먹던 그 맛이 안나 ㅠㅠ 여시 덕분에 옛날생각나네 .. 고마워 ㅎㅎ
나 추어탕 되게 싫어했는데 우리부모님은 좋아하시거든. 여기는 진짜 다르다면서 나 끌고갔던 추어탕집에서 생선구이를 반찬으로 내줬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는거야. 빨간 물고기였어. 사실 추어탕맛은 잘 기억 안나는데 그 빨간 구이가 너무 맛있어서 그 집이 맛집이라고 기억에 남더라고.
첫댓글 좋은 글 고마워 !
우리엄마도 빨간고기 많이 구워줬는데
나도 다커서 엄마한테 "그 생선 맛있었는데 이름이 뭐야?"하니까 울엄마도 진짜 이름은 모른다더라
이후로 추억때문인지 뭔지 빨간색 생선보면(생각보다 빨간색 생선 종류가 꽤 있음 )한번씩 사서 구워먹어봤는데 어릴때 먹던 그 맛이 안나 ㅠㅠ
여시 덕분에 옛날생각나네 .. 고마워 ㅎㅎ
나 추어탕 되게 싫어했는데 우리부모님은 좋아하시거든. 여기는 진짜 다르다면서 나 끌고갔던 추어탕집에서 생선구이를 반찬으로 내줬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는거야. 빨간 물고기였어. 사실 추어탕맛은 잘 기억 안나는데 그 빨간 구이가 너무 맛있어서 그 집이 맛집이라고 기억에 남더라고.
빨간고기 이름 진짜 뭘까
어릴때 동해 깡촌살때 엄마가 많이 해줬다는데 동네사람들도 다 빨간고기라하고 이름을 아무도 모른다하더라고
열기말하는거같은데 글재밌네
열기인듯 싶네
빨간 고기면.. 금태?!
나 사진보도 계속 무서워하면서 글읽었는데 나만 그래?..
그렇지만 글 너무 잘 읽었어
헐 우리집도 맨날 빨간고기ㅠㅠ 이걸 이글에서 다시 떠올리네 글 너무고마워
난 빨간고기하니까 아까무스라고 불렀던 고기가 생각나네. 나도 추억이 몽글몽글 떠오르는 글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