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서울 방향 전기차 충전소가 가득 차 있다. 뉴스1
27일 결혼을 앞둔 유모(38)씨는첫차로 전기차를 사려다 고민에 빠졌다. 1000만원이 넘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고 했는데 신청이 꽉 차 보조금을 못 받게 생겨서다. 게다가 7월부터 전기차 충전요금까지 오른다고 해 맥이 빠졌다. 유씨는 “충전이 불편한 데도 불구하고 전기차에 끌린 건 보조금과 저렴한 충전 요금 때문이었는데 두 장점이 모두 사라지면 딱히 전기차를 살 이유가 없다”며 “결국 휘발유차를 사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당 최대 700만원까지만 지원
충전료 할인혜택 내년 7월 종료
소비자 “많이 팔리자 정책 바꿔”
정부 “그래도 휘발유차보다 유리”
7월 1일부터 전기차 충전요금이 오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차 진입장벽을 낮춰줬던 보조금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다. 하반기부터 전기차에 ‘고난의 시절’이 찾아올 거란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 보유자 인터넷 카페에선 “정부가 비싼 전기차를 사도록 권장해놓고, 수요가 늘자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23일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내달부터 전기차 충전료 특례 할인 규모가 기존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그동안 '특례 할인'을 받았다. 2020년 6월까지 100%, 2020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50%, 다음 달부터 내년 6월까지 25%로 할인 폭을 줄이다 이후로는 할인 혜택을 없앨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국내에 가장 많이 보급한 환경부 급속 충전기 충전요금은 지난해 6월까지 킬로와트시(㎾h) 당 173.8원이었다. 이후 1년간 ㎾h당 255.7원이었는데 다음 달부터 300원 이상으로 뛴다. 그리고 내년 7월부터는 ㎾h 당 313.1원으로 2년 만에 2배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충전요금 특례 할인은 오래전부터 축소를 예고한 정책”이라며 “할인 특례를 축소ㆍ폐지하더라도 일반 전기요금보다 저렴하고 연료비 면에서도 휘발유차보다 경제성이 낫다”고 설명했다.
비싸진 전기차 충전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저렴한 연료비와 더불어 최대 장점인 보조금도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기존 대당 최대 800만원까지 지급한 보조금을 올해 1월부터 최대 700만원까지로 줄였다(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별도). 또 찻값 6000만원 이하는 보조금 100%를 주지만, 6000만원 이상 9000만원 이하 차량은 50%, 찻값이 9000만원을 넘으면 보조금을 주지 않는 식으로 개편했다.
그나마 줄어든 보조금 예산조차 바닥을 드러냈다. 서울시의 경우 6월인데도 일반 전기차 보조금 신청 모집물량(2445대)의 90% 이상을 소진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5’나 기아 ‘EV6’ 같은 전기차는 구매 후 출고까지 1년 이상 걸린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대기 수요가 몰려 보조금 가뭄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예산이 바닥나자 서울은 물론 부산ㆍ인천ㆍ충남ㆍ전북ㆍ전남ㆍ경북ㆍ경기ㆍ울산ㆍ대구 등 지방자치단체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준비하고 있다.
생산 원가보다 낮은 전기차 충전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하지만,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글로벌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한구전기차협회장)는 “급속 충전 요금은 올리더라도 완속은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소비자 구매 유인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내연기관차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충전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