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그림 동화 34
아녜스 드 레스트라드 저자(글) · 스테판 키엘 그림/만화 · 이세진 번역
라임 · 2023년 12월 20일
문에게는 군데군데 매듭이 진 끈이 길게 이어져 있어요.
기다란 끈이 치렁치렁 늘어져서 걷는 데 방해가 되곤 하지요.
그래서 문은 항상 느릿느릿하게 걷는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금 다르면 어때요? _자폐 스펙트럼이 있어도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 ‘문’ 이야기
2022년 여름, ENA 채널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큰 인기를 끌었어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인데요. 가히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리는 데 일조를 한 것이 가장 큰 공로로 보여요.
‘자폐’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웅크리고 있는, 그러니까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아이를 떠올리곤 하는데요. 이 드라마 덕분에 ‘자폐 스펙트럼’이란 말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또 그런 증세를 가진 아이도 세상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 주었답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의 흔한 특징 중 하나는 한 가지 관심사에 몰두하는 거라고 해요. 일상생활을 할 때 정해진 대로만 하려고 하는 경향이 짙어서, 조금이라도 거기에서 벗어나면 화를 내고 불안해한다지요. 늘 같은 길로만 가려고 한다거나, 같은 색깔의 옷만 입으려고 한다거나, 매일 같은 음식만 먹으려고 하는 것처럼요. 그 외에도 반복적인 행동을 하거나, 특정한 물건에 집착하거나, 손가락을 꼬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한답니다.
《조금 다른 아이, 문》에 나오는 ‘문’도 그런 증세를 보이고 있어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이 책에는 딱 두 가지 색감만 있어요. 노란색과 검은색이요. 까만 머리카락에 까만 옷을 입은 문에게 노란색 끈이 길게 이어져 있고요. 그림만 보아도 문의 특징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지요. 자, 이제 문이 어떤 이야기를 펼쳐 나갈지 함께 책장을 넘겨 볼까요?
내 안의 편견을 지워요! _다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그림책
문에게는 군데군데 매듭이 진 끈이 길게 이어져 있어요. 기다란 끈이 치렁치렁 늘어져서 걷는 데 방해가 되곤 하지요. 그래도 엄마와 아빠는 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어요. 이리저리 뒤엉킨 매듭에 걸려서 꼼짝달싹 못 하는 모습까지도요.
그렇지만 학교에 가면 문은 늘 혼자 앉아 있어요. 사실은 아이들과 어울려 축구를 할 수도 없거든요. 축구공에 끈이 자꾸 엉켜 버리니까요.
문은 친구들의 뺨을 어루만지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은 문이 뺨을 만지면 발칵 성을 내면서 질색을 하지만요. 의자에 앉아 앞뒤로 까딱까딱하면서 손으로 나비 모양을 만드는 것도 좋아해요. 문에게는 기다란 끈이 있어서 그런 건 아주 쉽게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친구들은 문이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해요.
어느 날 아침, 문은 혼자서 숲길을 걸었어요. 숲속에 아무도 없어서 마음이 아주아주 편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새 한 마리가 문의 어깨에 내려앉더니, 다짜고짜 온몸을 콕콕 쪼아 대는 거 있지요?
“아야, 아야, 아야!”
문은 아파서 소리를 마구 질렀지요. 그러자 새가 깜짝 놀라 부리를 자기 몸에 쓱쓱 닦으며 중얼거렸어요.
“헉, 지렁이 더미가 아니잖아!”
“당연히 아니지!”
문은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길을 갔어요. 그런데 채 몇 걸음 걷지 않았을 때,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려왔어요. 세상에! 여자아이가 냇물에 빠져 버둥거리고 있지 뭐예요?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문은 나뭇가지로 올라가 아래로 팔을 쭉 뻗었어요.
“이걸 잡아!”
여자아이는 문이 내민 끈을 잡고 무사히 물가로 나왔답니다. 문이 여자아이의 뺨을 손으로 쓰다듬었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도망가지 않았어요. 문은 난생처음 까르르 소리내어 웃었답니다. 그리고 여자아이와 달리기 시합도 했지요. 교문까지 더 천천히 달려가는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흠, 누가 이겼을까요?
이와 같이, 《조금 다른 아이, 문》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문이 자신을 이해해 주는 친구를 만나면서 세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동안 문을 이상하게만 바라보며 다가가지 않던 아이들도 사이좋게 뛰어노는 두 아이를 보면서 차츰차츰 마음을 열어 가게 된답니다. 문은 그때나 지금이나 늘 똑같은 모습인데도 말이지요.
말하자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왜곡되어 있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보인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세상이 펼쳐질 거예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겠지요.
자, 이제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면서 행여라도 내 안에 은밀하게 옹송그리고 있는 편견이 있지는 않은지 너른 마음으로 살펴보아요.
★초등 교과 연계 or 누리 과정 연계★\
<국어 1-2> 10. 인물의 말과 행동을 상상해요
<국어 2-2> 8. 마음을 짐작해요